10초 이상 팔 들기 어렵다면 오십견 아닌 '이것' 의심
어깨가 아프면 ‘오십견’이라고 부르는 유착성 관절낭염을 제일 먼저 의심하게 된다. 가장 친숙한 어깨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의 상당수는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는다.
이상욱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회전근개 파열은 노화와 퇴행성 변화 등 고령층에서 많이 생기는 질환이지만 최근 30~40대 청장년층에서 어깨의 반복적인 사용이 많은 골프나 야구, 배드민턴 등으로 회전근개 파열이 늘고 있다”며 “운동 전후 어깨관절의 충분한 스트레칭을 통해 손상의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회전근개 중 일부분이 파열되거나 끊어져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감싸고 있는 4개의 힘줄인 극상근, 극하근, 견갑하근, 소원근을 말한다. 이 힘줄들은 팔을 안쪽, 바깥쪽, 위쪽, 아래쪽으로 움직이게 하고 서로 균형을 이뤄 팔뼈가 탈구되지 않게 만든다.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팔을 머리 위로 올리거나 뒤로 넘기는 동작이 어려워진다.
오십견과 혼동하기 쉽지만 차이가 있다. 오십견은 어깨를 감싸고 있는 주머니인 관절낭에 염증이 생겨 통증과 경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절낭이 좁아지면서 관절의 운동 범위가 제한되고 어깨 전체가 굳어 강제로 팔을 들어 올려도 잘 올라가지 않는다.
반면 회전근개 파열은 스스로 팔을 올리기는 힘들지만 다른 사람이 도와주면 팔을 올릴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은 전문의에게 받아야 한다. 회전근개 파열은 병의 진행 정도와 증상이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교수는 “회전근개 파열은 오십견과 달리 자연 치유가 되지 않는다”며 “오십견으로 속단하고 방치하면 파열 부위가 점점 커져 다른 힘줄까지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전근개 파열 원인은 외부 원인과 내부 원인으로 나뉜다. 외부 원인은 반복적 사용과 충격, 외상 등이고 내부 원인은 퇴행성 등으로 인한 힘줄 혈류 공급 감소 및 세포 사멸이다.
회전근개 파열은 진행성 질환으로 40대에는 충돌증후군, 50대에는 회전근개 부분파열, 60대에는 완전파열로 진행한다. 충돌증후군은 어깨뼈와 위팔뼈를 잇는 근육의 하나인 극상근이 주변의 뼈나 인대에 충돌하는 현상이다.
회전근개 파열의 주요 증상은 통증이다. 통증의 위치는 어깨관절 앞이나 옆쪽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팔을 들어 올리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통증이 심해지고 누운 자세에서 악화한다. 파열이 심해지면 근력 약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팔을 들어 올린 채 10초 이상 유지하기 힘들다면 회전근개 파열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통증은 야간에 심해진다.
치료는 운동, 약물, 물리치료, 도수치료, 주사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 혈당이 높고 만성질환 약을 복용 중이어서 스테로이드를 쓰기 어렵다면 관절 윤활과 움직임에 도움이 되는 히알루론산 주사를 주입한다. 힘줄 재생을 목적으로 콜라겐 주사를 쓰기도 하는데 힘줄 안쪽만 찢어진 경우에는 콜라겐 안착이 잘 되고 다 찢어지면 안착이 잘 안 된다.
비수술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할 땐 수술을 시행한다. 50% 미만의 부분파열은 일반적으로 수술을 하지 않지만 50% 이상 파열에서는 파열을 봉합하는 수술을 한다. 통증의 원인이 되는 점액낭염, 활액막염 등을 제거하고 힘줄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견봉 등 뼈 일부를 제거하며 찢어진 힘줄을 봉합하는 방식이다.
힘줄이 완전히 끊어진 완전파열 상태를 방치하면 힘줄이 퇴축·퇴화되고 그곳에 지방이 쌓여 지방 변성이 나타난다. 이땐 봉합을 해도 재파열될 확률이 높다. 관절과 근육의 균형이 어긋나고 연골이 닳기 시작해 관절염으로도 이어진다. 이를 광범위 회전근개 파열이라고 한다.
광범위 회전근개 파열에 65세 이상, 심한 통증, 근력 약화, 가성마비(외견상 마비) 등이 더해진다면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을 진행한다. 역행성 인공관절은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는 회전근개 힘줄을 포기하고 삼각근이 어깨 힘줄 역할을 대신하게 만드는 수술이다.
70세 이상이며 동반질환이 있고 통증이 없다면 반드시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 수술은 나이, 육체적 활동, 동반 질환, 통증 등의 변수를 고려해 결정한다. 70세 이상인데 수술 처방을 받았다면 반드시 한 번쯤 다른 의사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어깨 통증은 상체의 바르지 못한 자세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랫동안 굽어진 어깨는 주변의 근육과 인대의 과긴장을 유발해 유연성을 잃게 하고 작은 외상에도 인대나 힘줄이 파열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3~4회 정도의 어깨 스트레칭으로 어깨 건강을 지키고 힘줄 손상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며 “흡연뿐 아니라 당뇨, 고혈압 등도 회전근개 파열을 높이는 요인들로 알려진 만큼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 또한 어깨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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