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 성지 순천만…하늘덮은 황홀한 날갯짓

정성환 기자 2024. 12.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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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바다 만나는 하구지역 갯벌 먹이 풍부
흑두루미·기러기 등 100여종 5만마리 서식
다양한 종류 새 관찰하며 여행 즐길수 있어
“세계자연유산 생태가치·아름다움 느껴보길”
전남 순천 순천만 인근에선 겨울이면 탐조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해가 지면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수많은 철새들이 잠잘 곳으로 떼를 지어 이동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초겨울이면 우리나라에 겨울 철새가 돌아온다. 탐조(探鳥)는 새를 관찰하며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깨달을 수 있는 좋은 취미다. 전남 순천은 역에서 차로 20분이면 대표 철새 도래지인 순천만국가정원이 있어 탐조하기 좋다. 이곳에는 매년 전세계적으로 약 1만5000마리뿐인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를 포함한 100여종, 5만여마리 철새가 찾아온다. 1일 수만마리 겨울 철새를 보러 순천만으로 탐조여행을 떠났다.

오후 4시30분, 지역 여행사인 ‘캐치유어럭’에서 운영하는 흑두루미 탐조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행객 13명이 순천만국가정원에 도착했다. 순천만국가정원에 발을 딛자마자 어디선가 ‘끼루룩’ 하는 흑두루미 울음이 들려왔다. 주변 빈 논에선 철새들이 먹이를 찾고, V자 대형을 이룬 철새 무리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10년째 생태관광 안내를 하고 있다는 정인숙 생태해설사는 새 무리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날개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게 흑두루미예요. 500원 동전 뒷면에 있는 그림에서 보셨죠? 두루미보다 조금 더 날개를 움직이며 날면 기러기, 작고 촐싹거리며 날갯짓하는 무리는 오리죠.”

순천만은 철새들이 머무르기 좋은 곳이다.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지역에 갯벌이 잘 보존돼 있으며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순천시는 매일 아침 현재 순천만에 머무르는 철새 숫자를 세어 국가정원에 게시한다. 1일 현재 순천만엔 흑두루미 6701마리와 기러기 3400마리, 오리 2만9000마리가 관람객을 맞았다.

탐조여행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먹이활동에 여념이 없는 철새를 관찰하고 있다.

탐조객들은 논 주변 갈대로 벽을 세운 탐조길을 천천히 걸었다. 눈이 좋은 새들은 사람을 보면 150m 거리에서도 경계를 풀지 않지만, 갈대벽이 있으면 80m까지도 접근할 수 있다. 탐조길에 있는 망원경으론 흑두루미도 찾을 수 있다. 생김새는 마치 하얀 모자를 뒤집어쓴 것처럼 목까지 희고, 머리 꼭대기엔 붉은 점이 찍혀 있다. 흑두루미는 밤엔 갯벌에서 잠을 자고 낮엔 근처 논으로 날아와 떨어진 낱알이나 풀뿌리, 작은 동물을 먹는다.

먹이활동을 위해 순천만 논으로 이동하는 흑두루미 무리.

정 해설사는 “사람이 출퇴근을 하는 것처럼 새들도 출퇴근을 한다”며 “해 뜨는 시간과 지는 시간에 맞춰 오면 새들의 멋진 군무를 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실제로 탐조여행 프로그램은 오전 6시와 오후 4시로 철새 이동시간에 맞춰 운영된다.

흑두루미 덕분에 순천 방문객도 늘었다. 순천시에 따르면 주말마다 1만명 이상이 순천만습지를 방문하고 있으며, 12월 현재 약 71만명이 순천만습지를 찾았다. 이날 탐조객도 수도권과 경북권 등 다양한 곳에서 왔다. 차로 3시간을 달려왔다는 황용태씨(50·대구)는 “어릴 적 살던 동네에 겨울 철새가 참 많이 날아다녔는데 그 기억이 난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와도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남수진씨(34·경기 수원)는 “원래 새에 관심이 많아 순천 여행을 계획하며 자연스럽게 순천만을 코스에 넣었다”며 “흑두루미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탐조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탐조도 좋지만 자연보호도 중요하다. 순천시는 흑두루미가 전봇대에 걸려 죽는 사고가 발생하자 철새 월동지 주변 282개 전봇대를 제거했다. 또 철새가 안전하게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흑두루미영농단을 조직해 59㏊에 이르는 친환경 경관농업을 시작했다. 흑두루미가 건강히 먹이를 먹고 다시 순천만을 찾아줬으면 하는 의도다. 이진환 순천시 관광과 주무관은 “세계자연유산이며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순천만습지에 와서 생태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순천만을 찾은 흰뺨검둥오리. 순천=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한편 사람과 새 모두 안전한 탐조를 하려면 주의사항을 지켜야 한다. 정 해설사는 “새들은 눈이 좋으므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붉은색처럼 눈에 띄는 옷을 입으면 새들이 더 경계하기 때문에 어두운 갈색이나 검은색처럼 자연과 비슷한 색상의 옷을 입어야 한다. 철새와 거리 유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에도 필수적이다. 겨울 철새는 고병원성 AI를 옮길 수 있어 새의 깃털을 줍거나 분변에 접촉하지 않아야 하며 죽은 새를 발견하면 즉시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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