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사법리스크'로 쌓인 탄핵 불씨…비상계엄 선포에 '들불'로

정경훈 기자 2024. 12. 1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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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일인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2024.12.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두고 정부 내내 이어진 '패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기 내내 취약한 부분으로 지목됐던 여야 협치와 소통, 사법리스크 등으로 쌓인 탄핵론의 불씨가 비상계엄 선포라는 직접적인 계기와 만나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야는 14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윤 대통령에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반대는 85명, 기권은 3표, 무효는 8표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경쟁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0.73%p(포인트)로 따돌리며 간신히 승리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슬로건인 '공정과 상식'을 구현하면서도 국회 과반을 차지한 거대야당과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 과정에서부터 야당과 여론을 설득하지 못한 채 대통령실 이전이 이뤄졌다. 정부는 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 국정 효율성 강화를 이유로 이전을 진행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결정 과정에서의 졸속·불통 △서울시민 재산권 피해를 우려하며 반대했다.

윤 대통령의 인사도 국민에게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갤럽이 2022년 8월 16~18일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표본 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28%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인사(26%)가 차지했다. 임기 첫해 20%대 지지율을 맛본 것이다.

실제로 윤석열정부는 첫 법무부 인사에서 검찰 주요 보직을 '특수통'이나 윤 대통령과 근무연이 있는 검사로 채웠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수통 전진 배치의 필요성이 있었지만 탕평 인사에는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밖의 정부 주요 보직에 관해서도 '서울대·검찰·MB(이명박)정부' 출신이 독점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감표 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함을 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열하루 만인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재석 300명 중 찬성 204명, 반대 85명, 기권 3명, 무효 8명으로 통과됐다. 2024.12.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지난해부터는 윤 대통령과 주변에 관한 사법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특별검사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등 본격적인 공세를 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2022년 9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백 수수한 의혹이 폭로됐다. 2023년 7월 폭우 중 발생한 고(故) 채상병 사망 사건도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밝혀지면서 수사 외압 의혹이 번졌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격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로 확대됐다.

악재를 안은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은 총선 기간인 올해 초에도 '불통' 행보를 이어갔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의 의혹에 대해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아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 이후 펴낸 총선백서에서 "(선거 기간 여당은) 정부의 국정운영 평가에 큰 영향을 받았다"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호주대사 임명,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의대 정원 정책, 대파 논란 등 연이은 이슈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지만 당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행보는 총선 이후 강화됐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야권이 과반 의석수를 점한 상황에서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데 이어 지난달 예산안 시정연설에도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총 세 차례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법률안의 독소 조항을 거부권 행사의 사유로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내 사람 지키기'로 비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에 대한 연이은 거부권 행사는 '탄핵론'에 불을 지폈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세 번째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던 지난 9월20일 전현희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또다시 자신과 배우자에 관한 이해충돌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탄핵 마일리지가 적립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2020년부터 제기된 잠재적 문제였다. 임기 초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메시지만 냈어도 윤 대통령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이 가결된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탄핵' 범국민 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4.12.14.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대통령실의 리스크는 9월 초 '명태균 의혹'으로 정점에 올랐다. 명태균씨가 대통령 부부와 관계가 깊다는 주장과 함께 20대 대통령 후보 경선,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논란이 연이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명씨를 처음 만났고, 취임 이후 연락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통령과 아직도 통화하고요"라는 명씨 음성 녹음을 공개하며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10월 20%대 초반으로 떨어진 데 이어 11월 초 10%대에 진입하는 등 낙하를 거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에서 "계엄의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방해로 경색된 국정 운영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애초에 비상계엄은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야권, 국민과 소통을 강화했어야 했다는 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 불참한다는 보도가 나올 때 여당 일각에서도 "야권의 비난이 뻔해도 국회에 나와 동정 여론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12월3일 선포한 비상계엄으로 급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율은 11%를 기록했다. 부정평가율은 85%로 기록됐다. 부정평가 이유 1위는 비상계엄 사태(49%)였다. 지지율 급락과 윤 대통령 탄핵 집회가 이어지자 여당에서도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만큼의 이탈표가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야당의 정치 공세는 과하긴 했지만,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이뤄진 것이긴 하다. 계엄은 이같은 공세를 정당화해준 패착"이라며 "윤 대통령이 총선 전만 해도 이 대표와 회담하는 등 나름 노력한 면이 있지만 총선 이후 급격히 태도가 바뀌며 일방통행식의 독주를 강화한 게 결정적 패착"이라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하면 확인할 수 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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