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내란 혐의, 처음이 아니라고?...트럼프와 尹의 결정적 차이는 [추동훈의 흥부전]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4. 12. 15. 07:2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흥부전-82][오리저널-13] 미국의 탄핵사

‘오리저널’ 시리즈는 몰랐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오는 감탄사 ‘오(oh)’와 지역·지방을을 뜻하는 ‘리저널(regional)’의 합성어로 전 세계 여러 도시와 지역에서 유래한 재미있는 오리지널(original) 콘텐츠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탄핵의 강 앞에 선 윤석열
대한민국 행정부의 수장, 대통령. 현재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은 수장이 아닌 내란죄의 우두머리, 수괴로 불리는 불명예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정치권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상황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며 사회, 경제 전반에 혼란을 가중하는 가운데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국회 탄핵소추가 예고된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건희 특겁법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되자 항의 피켓시위를 하고있다. 2024.12.7 [김호영기자]
지난주 정족수 미달로 성립조차 되지 못했던 첫 번째 탄핵소추가 똑같이 반복되는데요. 사상 초유라는 표현이 민망할 만큼 대한민국 정부사에서 탄핵은 이제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를 시작으로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까지 3명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지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0년. 이는 전 세계 대통령제를 채택한 여러 국가를 살펴봐도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탄핵제도는 어떻게 생겼을까
대통령제 또는 대통령 중심제(Presidential system)는 공화제를 전제로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정 권한을 독점하며 입법·사법부와의 견제와 균형을 이뤄나가는 제도인데요. 대통령제가 처음 시작된 나라가 어딘지 혹시 아시나요?
7일 국회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된 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있다. 2024.12.7 [김호영기자]
바로 현재 전 세계 질서의 수호자를 자청하는 미국이 그 주인공입니다. 미국은 1789년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 1대 대통령 취임을 시작으로 235년간 대통령제를 지켜온 국가인데요. 200년 넘는 역사속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를 당한 사람은 3명에 불과합니다. 200년 넘게 걸려 발생했던 그 일을, 대한민국은 그 10분의 1인 20년만에 달성한 셈인데요. 탄핵의 역사, 그리고 미국의 탄핵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탄핵(彈劾). 영어로는 Impeachment인데요. 구속하다, 묶다, 방해하더라는 뜻을 가진 고대 프랑스어 ‘empeechier’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탄핵은 일반적인 절차로 파면시키기 어려운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제도인데요. 일종의 정치적 행위이자 법으로 보장된 법적 제도라는 이중성을 띄고 있습니다.

영국서 시작된 세계 최초의 탄핵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에드워드 3세 집권 말기였던 1376년, 당시 왕의 재정을 관리하던 윌리엄 라티머 남작이 국고를 착복하고 군사 물자 계약과 같은 재정적 이익을 자신을 이익을 위해 남용한 혐의로 탄핵당한 것이 최초의 탄핵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영국 의회는 군사 원정과 관련된 부정 부패를 이유로 그에 대한 탄핵을 진행했고 결국 라티머는 직책에서 해임되고 왕실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후 의회는 권력자들을 견제하는 도구로서 탄핵 제도를 본격적으로 법제화 및 제도화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에드워드 3세의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국왕의 통제력이 악화했는데 이처럼 탄핵 제도는 중앙 정부와 왕권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도구로 기능합니다.
에드워드 3세
그렇다면 세계 최초의 대통령 탄핵소추는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여개국으로 추정됩니다. 전체 국가의 절반가량이 대통령제를 채택한 것이죠. 특히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전반적으로 대통령제를 시행한 국가가 많습니다. 유럽은 의원내각제를 주로 채택하고 프랑스는 이원집정부제라는 다소 특이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선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미국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제가 시행중입니다. 일본은 의원내각제입니다.
대통령제 종주국 미국의 첫 대통령 탄핵은?
전세계 최초의 대통령 탄핵 소추는 역시나 종주국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미국의 16대 부통령이자 17대 대통령 , 앤드루 존슨입니다. 사실 그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아닙니다. 직전인 16대 대통령이 바로 미국 역사사 최고의 대통령이라 칭송받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인데요. 링컨 대통령이 1865년 4월 14일 포드 극장에서 총을 맞고 다음날 사망하자 당시 부통령을 지내던 존슨이 대통령직을 승계받으며 1865년 4월 15일 대통령에 오른 것입니다. 링컨 대통령이 재선으로 2번째 대통령직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이었습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앤드루 존슨
당시 노예제를 둘러싼 미 남부진영과 북부진영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었는데요. 노예제에 찬성하는 남부 진영이 노예제 폐지와 하나의 미국으로서의 단결을 중시한 북부진영 중심의 미 합중국 체제에서의 탈퇴를 선언하며 남북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노예제에 찬성하는 남부진영의 대표 격인 테네시주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지낸 존슨은 아이러니하게 노예제도엔 찬성했지만 단결된 하나의 미국, 즉 합중국 제도에 대한 마음이 훨씬 큰 인물이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성향이 바로 링컨 대통령이 그를 부통령으로 낙점한 이유이기도 했는데요. 결국 이러한 남북 간 갈등으로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하며 남부 진영이면서도 합국중 제도에 찬성하던 존슨이 어부지리로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국민이 뽑지 않은 대통령, 갈등만 키우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대통령에 오른 존슨에 대한 평가는 금세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안 그래도 승계 대통령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그는 남북전쟁 후 재건을 목표로 한 링컨의 정책을 대부분 이어갔는데요. 그 과정에서 공화당 급진파와의 갈등이 심화합니다. 공화당 급진파는 노예제도의 즉각 폐지, 남부인 선거권 박탈 등을 주장했는데요. 남북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들은 존슨 대통령이 링컨 대통령의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봤습니다.
공화당 급진파를 묘사한 그림
앞서 이야기한 대로 남부 농장주 출신인 그는 오히려 백인들의 권리를 더 챙겨주고 흑인들의 인권신장을 도외시하며 급진파와 큰 갈등을 이어갔는데요. 공화당 중심의 의회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남부지역을 재건하기 위한 합동위원회를 세우고 해방 노예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한 해방노예국 확대하려 했지만 존슨 대통령은 해당 법안에 건건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갈등이 고조됐습니다.
존슨을 탄핵시키는 데 서명된 미국 하원의 결의문
그러던 중 탄핵의 명분이 될 사건이 터졌는데요. 바로 1867년 제정된 공직자 해임금지법이었습니다. 해당 법은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행정부 고위 관료를 함부로 해임할 수 없도록 제한한 법입니다.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는 수단이었는데요. 존슨은 이러한 법을 무시한 채 국방부 장관 에드윈 스탠턴을 해임했습니다.새턴턴은 급진 공화당원 중 하나로 존슨의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한 주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 하원은 존슨이 공직자 해임 금지법을 위반하고 권력을 남용했다는 이유 등으로 11개의 탄핵 사유를 들어 소추에 나섭니다.
미국헌정사 최초의 탄핵, 1표가 모자라다
그리고 1868년 2월 24일, 미국 하원은 존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126표, 반대 47표로 가결 통과시킵니다. 참고로 양원제를 채택하는 미국은 하원이 탄핵을 소추하고 상원에서 탄핵여부를 심판합니다. 국회에서 소추하고 헌법재판소서 판결하는 대한민국과는 다소 다릅니다. 결국 상원으로 넘어간 존슨 대통령의 탄핵안은 본격적인 심판절차에 들어갑니다.
앤드루 존슨에 대한 탄핵심판에 나선 의회
3월 30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탄핵심판은 37일간 계속됐고 최종적으로 5월 16일, 운명의 날이 다가옵니다. 미국 상원 탄핵심판은 의결정족수의 3분의 2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투표 결과는 찬성 35대 반대 19. 정족수의 64%가 찬성해 결국 부결됩니다. 단 한 표가 모자랐습니다.

이처럼 미국 역사상 첫 탄핵 소추 대통령 앤드루 존슨은 최종적으로 탄핵의 강을 최종적으로 넘지 않고 생환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정치적 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의 탄핵 재판이 진행 중이던 5월, 이미 공화당원들은 남북전쟁의 영웅, 율리시스 그랜트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사실상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셈이었습니다.

임기 내내 의회와 갈등하고 법을 무시해온 존슨 대통령은 학자와 대중 사이에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전세계 최초의 대통령 탄핵은 법적으론 실패했지만 정치적으로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서 탄핵소추 당한 단 3명의 대통령
그리고 두 번째 탄핵 소추의 주인공은 미국 경제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빌 클린턴 대통령입니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아칸소 검찰총장을 거쳐 32살의 나이에 최연소 아칸소 주지사에 당선된 그는 이후 승승장구하며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이랑 칭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잘생긴 외모와 바람기는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일명 지퍼 스캔들.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소추 가결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블륜 스캔들은 그를 무너트렸고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결국 위증·위증 교사를 하며 탄핵을 추진했습니다. 결국 당시 하원은 클린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지만 이 역시 결국 상원에서 부결되며 대통령직을 지키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해당 추문은 존경받던 대통령을 한순간의 가십거리로 전락시켰고 결국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세 번째 탄핵 소추의 주인공은 바로 내년부터 또다시 미국을 이끌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입니다. 그는 하원으로부터 무려 2차례 탄핵 소추를 당합니다. 첫 번째는 2019년입니다. 그는 권력 남용과 의회 업무 방해 혐의로 하원으로부터 탄핵 소추를 당합니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해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조 바이든 차남에 대한 표적 수사를 시도했다는 일명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그 배경이었습니다.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첫번째 탄핵 심판이 진행중인 미 의회
2019년 12월 18일, 하원은 트럼프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고 이듬해 2월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해당 소추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이어 임기만료를 1주일 남긴 2021년 1월 13일, 하원은 대선 결과에 불복한 군중들이 중심이 된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에 대한 내란 선동 혐의로 트럼프를 탄핵 소추합니다. 결국 임기가 끝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2월 13일 찬성 57표 반대 43표로 의결정족수 3분의 2를 채우지 못하며 또다시 부결됐습니다. 그리고 그는 2025년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200년간 3명 vs 20년간 3명...탄핵의 말로는?
이처럼 235년간 대통령제를 채택해온 미국에서도 3명의 대통령, 4차례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단 한명의 대통령도 탄핵으로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워터 게이트로 수세에 몰렸던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하원 탄핵소추 절차 중 자진 사퇴하며 불명예 퇴진을 한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불과 20여년 사이 3명의 대통령이 탄핵소추됐습니다. 이로 인해 1명의 대통령은 탄핵당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회견을 열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2024.12.3 대통령실 제공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행정부를 이끄는 대통령은 2주 연속 국회의 탄핵소추 심판을 받게 됐고 그의 운명은 이제 한 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은 불확실성이 지배 중인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와 국가 신뢰도를 한순간에 무너트리는 스모킹건이 되어버렸습니다. 탄핵의 강을 건넜던 안건넜던 불명예스러운 상황을 마주한 한·미 지도자들의 말로는 대부분 불행했습니다. 이제 칼 끝에 선 한국의 대통령과 탄핵의 강을 역류해 다시 대통령이 된 미국 대통령의 운명은 결국 어떻게 될까요. 이번 주도 너무나도 어수선한 한국의 분위기입니다.
‘흥’미로운 ‘부’-랜드 ‘전’(傳). 흥부전은 전 세계 유명 기업들과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뒷야이기를 다뤄보는 코너입니다.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 오리저널 시리즈를 연재 중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