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불통 점철된 2년 반...윤석열은 몰락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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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자는 이렇게 다짐했다.
그러나 이후 2년 반 동안 대화나 타협은 실종됐다.
야당 등 정치적 상대를 척결해야 할 '반국가세력'으로 몰았고 의대 증원 등 주요 정책도 자기주장만 고집했다.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거액을 들여 굳이 이전해야 하느냐는 반대론을 일축한 것은 물론, 이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국방부의 호소마저 묵살하고 한 달 내 이전을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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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만 총 25회, 6공화국 최다 기록
무리한 개혁 추진, 국민 생명 위협
편협한 사고 갇혀 소통 외면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자는 이렇게 다짐했다. 그러나 이후 2년 반 동안 대화나 타협은 실종됐다. 야당 등 정치적 상대를 척결해야 할 '반국가세력'으로 몰았고 의대 증원 등 주요 정책도 자기주장만 고집했다. 지지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초유의 비상계엄이란 자책골을 넣은 후 결국 탄핵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근본 원인은 불통과 오만의 리더십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불통은 갑작스러운 집무실 용산 이전에서 시작됐다.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거액을 들여 굳이 이전해야 하느냐는 반대론을 일축한 것은 물론, 이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국방부의 호소마저 묵살하고 한 달 내 이전을 고집했다.
인사도 불통의 상징이었다. 취임 후 대통령실은 물론, 금융감독원과 국가정보원까지 '친정'이었던 검찰 출신으로 요직을 채웠다. 대통령이 된 지 약 3개월 만에 지지율이 24%까지 내려갔지만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정치적 국면 전환이라든가 지지율 반등 때문에 인사 쇄신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그러한 기조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만 15명을 넘겼다.
의회와의 소통도 외면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이 그 시작이었다. 같은 해 12월 1일엔 노동계 등이 내놓은 노란봉투법 등 4개의 법안에 대해 한꺼번에 거부권을 내기도 했다.
친인척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요구에도 거부권을 남발했다. 역대 대통령 모두 가족 또는 친인척 비리가 있으면 특검 등을 통해 단죄받게 한 것과 대조된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올해 9월 19일 2차례나 국회 본회의를 넘었지만 연거푸 거부권에 막혔다. 윤 대통령이 행사한 재의요구권은 무려 25차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거부권 행사 최다 기록이다.
윤 대통령의 불통은 국민의 일상까지 위협했다. 의료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등을 밀어붙인 의료개혁 추진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을 목전에 둔 4월 초 의료계와 소통하겠다며 TV 담화를 했지만 "집단행동을 하지 말고 늘어날 의대생 수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가져오라"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의 반응은 냉담했고 현장을 떠난 의사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여당은 22대 총선에서 개헌저지선(100석)을 겨우 넘긴 의석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총선 참패 후에도 불통과 오만의 리더십은 이어졌다. 총선 직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자신의 국정방향이 옳다는 고집은 계속됐다. 김 여사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제한 없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정확히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무례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었다. 바꾼 것이라곤 대통령 부부의 휴대폰뿐이었다.
시대착오적 이념에 경도된 사고방식도 재임기간 내내 바뀌지 않았다. 그가 취임식 때 초청한 한 극우 유튜버는 4월 총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급기야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계엄군이 진입한 이유가 "부정선거로 치러진 총선 결과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상대와 타협하지 않으려는 윤 대통령의 사고방식은 법적 구성요건마저 무시한 계엄을 선포하는 데까지 이르렀고, 결과는 '탄핵'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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