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질문 `탄핵표결` 국회 울렸다…“5월 광주, 2024년 12월 구해”
노벨문학상 한강 발언 인용, 국민의힘에 막판 호소
'소년이 온다' 언급 "과거가 현재 도울 수 있다"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찬성 204표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두 질문이 14일 국회 본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 앞서 탄핵안 제안을 설명하면서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막판 호소에 나서면서, 지난 7일 스웨덴 현지에서 한강이 언급한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의 일부 발언을 인용했다.
이어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저는 이번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를 겪으며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다”면서 “1980년 5월이 2024년 12월을 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분개하여 국회로 뛰쳐나온 시민들이 없었다면, 경찰 봉쇄를 뚫고 국회 담장을 뛰어넘은 국회의원의 숫자가 모자랐다면, 헬기를 타고 국회로 난입한 계엄군이 표결 전에 국회의원들을 끌어냈다면, 계엄군 지휘관들과 군인들이 부당한 명령을 적극 따랐더라면, 지금 대한민국은 80년 5월의 광주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큰 빚을 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역사의 문을 뛰쳐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붙잡으라”며 표결에 찬성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강 작가는 당시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소설을 쓰면서 품었던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두 가지 의문을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잔혹함과 존엄성이 극도로 평행하게 존재했던 시대와 장소를 ‘광주’라고 부를 때, 그 이름은 더는 한 도시에만 고유한 고유 명사가 아니라 일반 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며 “광주는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고 했다.
한강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이전 마지막 계엄시기에 일어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역사의 한 가운데 선 개인의 고통과 내면을 섬세하게 그렸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약 2년 7개월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다만 윤석열 정권의 운명과 조기 대선 여부는 이제 헌재의 결정에 달렸다. 소추안을 접수한 헌재는 최장 180일 동안 심리한 다음 대통령의 파면(인용 또는 기각)을 결정해야 한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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