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가 ‘탄핵버스’로···기사님 “돌아가요” 외침에 승객들 “네, 탄핵”

강한들·김정화·최서은·이예슬 기자 2024. 12. 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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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교통통제로 국회 못간다” 안내하자
승객들 한목소리로 “네” 여의도 인산인해
시민들이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처리될 국회 앞에 모여 탄핵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교통 통제로 국회로 가지 못하고 인근 교회로 갑니다!” 14일 오후 1시쯤 서울 지하철 광흥창역에서 여의도로 가는 6713번 시내버스 기사가 버스에 탄 승객들에게 외쳤다. 다른 때라면 의아해하며 불만을 터뜨릴법했지만 승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한목소리로 “네!”라고 큰 목소리로 답했다. 교회 앞에 도착한 버스의 뒷문이 열리기 직전, 기사가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승객들은 웃으며 “탄핵!”이라 답하고 집회 현장으로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시작하기 전인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수많은 인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으로 모여들었다. 국회로 향하는 시민들의 대화와 표정, 발걸음과 몸동작 곳곳에서는 ‘대통령 탄핵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여의나루역에서도 오후 1시부터 이미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여의도역에서 내린 이들 대부분은 국회의사당역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참가자들은 ‘반드시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울산에서 상경한 50대 이모씨는 “일주일 전에 KTX를 예매해서 어제 저녁 퇴근하자마자 상경했다”며 “지난주 표결에 실패한 것을 보고 속상해서 오늘 보탬이 되고자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온 조영래씨(45)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때는 출장 전날이어서, 국회로 가야한다는 마음은 컸지만 못 가서 미안했다”며 “불법적인 계엄을 선포하는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였지만 아이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도 많았다. 막 걸음마를 뗀 듯한 아이가 ‘윤석열 탄핵’이라 적힌 응원봉을 들고 보호자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었다. 어린 딸과 함께 집회에 나온 김모씨(39)는 가수 아이브의 응원봉을 손에 들고 있었다. 김씨는 “아이에게 집회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친척들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나왔다”며 “날씨가 추운데 탄핵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서강대교 남단 쪽에서는 국회의사당역 쪽으로 다리를 넘어 걸어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오후 2시30분쯤 국회대로 8차선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동이 어려워 “지나갈 수 있을까” “뚫고 지나갈 수 있나”하는 말들이 들렸다. 몰려든 인파에 경찰도 ‘우측통행해달라’며 인파 통제에 나섰다.

집회 시각이 가까워질수록 여의도에 몰리는 인파가 늘면서 지하철 9호선도 무정차 통과를 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메트로는 이날 오후 2시45분부터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전동차가 무정차 통과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여의대로에서 사전대회를 열었다. 오후 3시부터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서 범국민촛불 대행진이 예정돼 있다.


☞ 여행비 털어 마련한 ‘키즈버스’, 500만원 통큰 선결제···14일 ‘탄핵 촛불집회’로 모이는 응원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2060001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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