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운명의 날 직접 지켜본다…100만 ‘탄핵’ 물결 영하 칼바람도 못막았다
남녀노소 시민으로 가득…깃발·응원봉 들어
전국적 선결제 열풍…SNS에는 위치 지도 등장
[헤럴드경제=김용재·박지영·김도윤 기자] “탄핵소추안 표결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가겠습니다.”
14일 여의도는 ‘12·3’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지켜보겠다는 시민으로 가득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채 모인 시민들은 각자만의 기대를 안고 집회에 참여한 모습이었다.
여의도 역부터 국회의사당까지 이어지는 길은 분노한 시민으로 길을 가득 메웠다. 신문을 나눠주는 사람, ‘윤석열 탄핵’이라 쓰여 있는 피켓을 나눠주는 사람, 다양한 종류의 아이돌 응원봉, ‘붕어빵 연합회’ ‘6호선 타는사람들’ 깃발, 북을 치고 꽹가리를 치는 공연 등 시민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탄핵소추안 가결’을 응원했다.
표결이 이뤄지는 국회의사당 앞은 돗자리로 자리를 잡은 시민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영하에 육박하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담요, 핫팩, 방석, 털모자 등으로 중무장한 시민들은 ‘윤석열을 체포하라’ 등의 피켓을 손에 든 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집회에 참여한 김경수(51) 씨는 “딸이 나가고 싶다고 해서 집회에 참여했다”라며 “지난 3일 이후로 집에서 나갔다가 들어올 때 항상 계엄령을 걱정하고 있다. 하루빨리 탄핵이 이뤄지고 제대로 된 나라 운영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2시간 반이 걸려 왔다는 고등학생 오성필(18) 군은 “시험 전날 계엄령이 터졌는데, 기숙사에서 정말 분위기가 혼란스러웠다. 시험 날에도 시험공부 얘기보다 계엄령 얘기가 더 많았다”라며 “10시 대전 가는 막차 전까지 이곳에 있을 것이다. 오늘 무조건 탄핵이 될 거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려가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박소현(22) 씨는 “천안에서 첫 차 타고 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라며 “불의에 맞서서 선봉이 되어야 할 대학생으로 침묵할 수 없어서 왔다”라고 했다. 대학생 정모(21) 씨는 “오늘 깃발을 들고 왔는데, 무슨 중국인들이 시위한다느니 이런 기사가 있는데 다 헛소리”라며 “단과대 전체 인원 대부분이 집회에 참여하는데 중국인이 선동해서 시위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회 인근 식당과 가게에는 집회 참여자를 응원하기 위한 ‘전국적인 선결제’로 분주했다. 국회의사당 근처 카페들은 이처럼 선결제 상품을 수령하는 시민들이 오전부터 길게 늘어선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사이트에 공지된 국회의사당역 근처 한 카페는 ‘기부자의 요청으로 오늘 하루 무료 음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했다.
선결제 음료를 받아 간 시민 김성진(19) 씨는 “집회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준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다”라며 “따뜻한 마음을 받아서 집회도 끝까지 참여하고 돌아가겠다. 정말 감사하다”라며 웃었다.
선결제 음식을 먹고 왔다는 시민 박지민(29) 씨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때도 여의도를 찾았는데, 이렇게 또 나올 줄은 몰랐다”라며 “그때는 핫팩이나 담요 나눠주는 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음식을 공유해준다 해서 힘내기 위해서 ‘선결제 국밥’을 먹고 집회 현장에 돌아왔다. 이런 마음이 모여 꼭 탄핵안이 가결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선결제 카페뿐 아니라 집회 현장 인근 화장실, 주말 영업하는 식당, 몸을 녹일 수 있는 쉼터 등을 표시해 둔 지도 사이트(‘시위도 밥먹고’)도 생겼다.
이날 ‘범국민 촛불대행진’을 주최하는 ‘윤석열퇴진비상행동’은 “최대한 많은 시민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언론인들은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사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민주주의 언론자유 말살을 기도한 윤석열을 반드시 탄핵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외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 청소년 단체, 대학생 연합 등도 집회를 열고 ‘촛불대행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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