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썸타는 사람에게 문자가 왔다" 로맨스 스캠의 습격
불법 스팸의 위험한 진화 1편
최근 급증한 불법 스팸 문자
로맨스 스캠 등 수법도 진화
대량문자 발송업체 나 몰라라
경쟁 심해져 실적 올리기 급급
![최근 들어 휴대전화로 오는 불법 스팸 문자가 부쩍 늘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14/thescoop1/20241214105236515yigd.jpg)
# 요즘 들어 도박 사이트를 추천하거나 성매매 업소를 홍보하는 불법 스팸 문자가 하루에도 몇번씩 휴대전화를 울립니다. 해당 번호를 차단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사기꾼들은 대량 문자 발송 서비스나 해외 번호 등을 이용해 몇번씩이고 휴대전화로 침투합니다.
# 수법도 진화했습니다. 피해자와 친분 관계를 쌓아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로맨스 사기)'도 사기꾼들이 단골로 써먹는 스팸 문자 유형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인지 스팸 문자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 문제는 부쩍 늘어난 불법 스팸 문자의 뒤엔 '기업의 탐욕'이 숨어 있다는 점입니다. 수백~수천명에게 대량으로 뿌려지는 스팸 문자는 이를 발송하는 업체엔 짭짤한 수입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팸 문자인 걸 뻔히 알면서도 눈을 가린 채 발송하는 업체가 적지 않습니다. 스팸 문자,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요? 더스쿠프가 불법 스팸 문자에 펜을 집어넣었습니다. '불법 스팸의 위험한 진화' 1편입니다.
'[Web발신] 사장님 대박 당첨 축하드립니다. 카카오톡 ID를 추가하고 당첨금 가져가세요.' 이런 문자를 한번쯤 받아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발신 번호도 이상하고, 내용도 수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모두 '불법 스팸 문자'입니다.
이런 스팸 문자가 최근 들어 유난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늘 있던 수준이 아닙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사이버 위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까지 3870만건이었던 스팸 문자 신고 건수가 지난해 2억9547만8099건으로 7.6배 늘어났습니다. 해가 바뀐 올해엔 상반기에만 2억1751만637건이 신고됐습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전체 신고 건수는 4억건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과기부의 전망입니다.
개인이 하루에 받는 불법 스팸 문자도 적지 않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스팸 유통 현황'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1인당 불법 스팸 문자 수신량은 월평균 11.5통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3일에 한번꼴로 불법 스팸 문자를 받는 셈입니다.
신고된 불법 스팸 문자의 발송경로는 국내가 74.9%로 가장 많았고, 국외에서 발송된 스팸 문자의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6.9%포인트 상승한 23.6%를 기록했습니다. 국외에서 발송된 스팸 문자가 늘어난 만큼 한국인 개인정보의 보안성이 취약해졌다는 얘기입니다.
불법 스팸 문자의 종류도 예전보다 더 다양해졌습니다. 성매매 광고 홍보나 불법 도박 사이트 안내는 기본. 최근엔 친분을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같은 유형도 넘쳐납니다.
그나마 성매매나 불법 도박 사이트 관련 문자는 워낙 잘 알려진 수법이라 사기에 걸려들 확률이 낮습니다만, 로맨스 스캠의 경우 사기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기꾼들이 시리아 파병 미군, 유명 재력가, 일본 유학생 등 다양한 직업군을 사칭해 문자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14/thescoop1/20241214105237882blbg.jpg)

그 수법이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피해자가 스팸 문자에 적힌 메신저 ID로 연락을 보내면 본격적인 사기 행각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사기꾼은 곧장 '본론'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피해자의 환심을 사는 '밑작업'을 거칩니다.
피해자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깊어지면 사기꾼은 '부모님을 모시고 한국에 오려는데 돈이 필요하다' '만나고 싶은데 교통비 좀 보내달라' 등 슬금슬금 돈 얘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며칠간 대화하면서 관계가 친밀해진 탓에 피해자는 사기꾼의 요청을 무시하기가 힘듭니다. 사기꾼의 집요한 설득을 뿌리치지 못하고 돈을 송금하면 사기꾼은 그 즉시 잠수를 타죠.
불법 스팸 문자가 급증해서인지 이런 로맨스 스캠의 피해 규모도 최근 들어 부쩍 늘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 발생한 로맨스 스캠 피해 건수는 628건, 피해액은 454억원에 달합니다. 국가정보원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집계한 신고 피해액(138억원)보다 3.2배 더 많습니다.
다시 불법 스팸 문자 얘기로 돌아가 보죠. 문제는 불법 스팸 문자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이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왜일까요. 먼저 불법 스팸 문자가 어떤 경로를 거쳐 발송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팸 문자는 주로 '대량문자 발송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송됩니다. 상반기 전체 불법 스팸 문자 중 대량문자 발송 서비스 비중은 74.9%에 달했습니다.
대량문자 발송 서비스 시장엔 크게 2개 유형의 사업자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계사'입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의 통신망에 직접 연결해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의뢰받은 문자를 발송합니다.
다른 하나는 '문자재판매사업자(이하 재판매사)'입니다.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일감을 따서 일정 수수료를 받고 중계사에 판매하는 게 재판매사의 영업 방식입니다. 사업자도 많습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중계사는 10곳, 재판매사는 1174곳에 이릅니다.
문제는 일감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중계사·재판매사들이 불법 스팸 문자까지 영업해 발송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스탠다드네트웍스·젬텍·다우기술 등 3개 중계사가 전체 스팸 신고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6.2%(상반기 기준)에 달합니다. 직접 대량문자 발송 서비스를 하는 KT(4.1%)나 LG유플러스(0.8%) 등 이동통신사도 스팸 문자를 발송하긴 합니다만, 3개 중계사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를 두고 중계사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세웁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중계사가 문자 내용을 미리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들의 항변입니다. 하지만 해당 문자가 스팸인지 아닌지 구분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한 중계사 업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볼까요? "스팸 문자 발송을 의뢰하는 업체엔 몇가지 의심스러운 특징이 있다. 사무실 주소지가 일반 주택 또는 아파트로 돼 있거나 홈페이지 구성이 어설픈 경우다. 이런 경우 스팸 문자 발송만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이 높다. 중계사가 사전에 스팸 문자 발송 의뢰를 거를 방법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문제를 키운 건 중계사들만이 아닙니다. 불법 스팸 문자가 활개를 치고 있지만 정부는 중계사에 솜방망이 처벌만 내려 왔습니다. 불법 스팸을 보냈다는 게 적발되더라도 정작 중계사들은 수백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별다른 문제 없이 사업을 재개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불법 스팸의 위험한 진화' 2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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