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향한 심장의 고동’은 더 커진다 [건강한겨레]

한겨레 2024. 12. 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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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만성질환자는 몸 천천히 움직이고
청력 건강도 유의…의료진 위치 파악도 중요
지난 12월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탄핵 촉구 촛불집회 모습. 장갑, 목도리 등을 챙기면 체온 유지와 활동 등에 큰 도움이 된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14일인 오늘 오후 4시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가 진행된다. 영하권 수준의 날씨 속에서도 많은 시민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의료계에선 집회 참여 시민의 건강과 안전사고 유의를 당부했다. 특히, 주요 위험 요인으로 체온 저하로 인한 건강 이상 증세와 넘어짐(낙상) 사고 등이 꼽히는데 장갑 착용이 양쪽 모두를 예방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머리와 목, 손목과 발목 등에서 체온 손실이 많기 때문에 보온에 신경 쓰려면 이런 부분을 잘 챙길 필요가 있다”며 모자와 목도리, 장갑 등 방한장구 착용을 조언했다. 이어 “날씨가 추울 땐 혈관이 수축하는 데다 집회 상황에선 흥분하는 경우도 많아 혈압이 평소보다 더 많이 올라갈 수 있다”면서 “이때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갑자기 뇌졸중이 생기거나 심근경색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말이 어눌해지거나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한쪽 팔, 다리가 저리면서 거동이 불편해지는 등의 응급 증상이 발생한다면 곧바로 응급실이나 119구급대원, 의료지원부스 등을 찾아야 한다.

고령층이라면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일어나는 등 몸을 천천히 움직이는 편이 좋다.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순간,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급체 등의 소화불량 증세 △당뇨 환자의 저혈당 증상도 흔하게 발생한다. 오 교수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야외에선 틈틈이 따뜻한 물을 마시고 주기적으로 따뜻한 실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무리하지 않도록 하고 식사 역시 되도록 시간에 맞춰서 잘 챙기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학준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집회 현장에서 두께감이 있는 따뜻한 장갑을 착용해 보온과 낙상 안전을 함께 대비할 것을 조언했다. 김 교수는 “낙상 사고는 겨울철이 가장 위험하다”면서 “추위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넘어질 땐 손으로 바닥을 짚어 대처하면 비교적 덜 다친다는 설명이다. 반면, 손을 사용하지 못하면,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지기도 쉽고 낙상 시엔 몸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면서 고관절(엉덩이 관절)이 다치는 등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아울러, 장갑을 착용하면 보행 중 하수구와 같은 틈에 신발이나 굽이 끼이는 사고에 대처하기 쉽다. 틈에서 신발을 빼내려고 발을 움직이다 넘어지거나 발목이 꺾이는 부상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럴 땐 차라리 신발을 벗고 손으로 신발을 틈에서 빼는 게 훨씬 안전하다”면서 “이외에도 운동화와 방한화 등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고 평소 발목 부상이 잦다면 발목 보호대를 활용하는 것도 각종 부상을 방지하는 데 좋다”고 권고했다.

청력 건강 역시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80dB(데시벨) 이상의 소리는 청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집회 현장에선 70~110dB 사이의 큰 소리가 쉽게 발생한다. 장시간 큰 소리에 노출하거나 갑작스럽게 굉음을 들으면 일시적으로 소음성 난청이나 이명 등의 ‘음향외상’이 발생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서도 90dB 이상의 소음환경에서 하루 8시간 이내만 노출하도록 규정한다. 소음이 5dB 증가할 때마다 노출 권장 시간은 절반씩 줄어들어, 100dB 이상의 소음환경은 하루 2시간 이상, 110dB 이상은 하루 30분 이상 노출하면 위험하다.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해외 연구에 따르면, 한 번이라도 소음에 노출되면 귓속 유모세포나 신경세포의 손상이 발생한다”면서 “일과성(일시적) 소음성 난청이 당장의 청력을 떨어뜨리진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세포 손상이 가중하며 청력에서 손해를 많이 보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어 “청력 건강에는 소음을 듣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피치 못 하게 소음에 노출되는 상황이라면 직접적으로 음향외상을 받지 않도록 이어플러그나 산업용 귀마개 등 귀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의 경우, 말소리가 많이 발생하는 집회 환경의 특성상 청력 보호 효과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 배경 소음을 줄이고 대화 소리를 키워주는 기술적 특성 때문이다.

한편, 14일 국회 앞 집회 현장에선 응급 상황에 대비해 119구급대원이 대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문 의료진의 의료지원부스도 곳곳에 마련된다.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인근엔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여의도역 6번 출구 근처에선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의료지원단 부스를 마련해 이날 밤 10시까지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오승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집회 장소 내 인파가 빽빽해 이동 시엔 너무 급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등은 컨디션에 따라서 무리하지 않는 등 몸이 상하지 않도록 건강을 최우선으로 조심하면 좋겠다”고 재차 당부했다.

최지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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