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은 이미 나를 넘어섰다”…데뷔 첫 골든글러브 수상 기쁨에도 ‘후배’ 박성한 먼저 챙긴 KIA 박찬호 [MK인터뷰]
“(박성한의) 타격은 이미 나를 넘어섰다.”
개인 첫 골든글러브를 받은 박찬호(KIA 타이거즈)가 박성한(SSG랜더스)을 격려했다.
박찬호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박찬호가 황금장갑을 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그런 박찬호에게도 이번 수상은 쉽지 않아 보였다. 강력한 경쟁자 박성한이 있었던 까닭이었다. 올해 137경기에 나선 박성한은 타율 0.301(489타수 147안타) 10홈런 67타점 13도루 OPS 0.791을 기록했다. 시즌 후 진행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타율 0.357(14타수 5안타) 2타점 4득점 OPS 0.938을 올리며 한국의 자존심을 지켜주기도 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박찬호는 이런 박성한을 격려했다. 그는 “(골든글러브를 받은 뒤) (박)성한이가 축하한다 해서 고생했다 하고 한 번 안아줬다. 작년에 제가 기대감 없이 시상식에 와서 아무 (상) 없이 돌아갈 때 초라하다 느꼈다. 그 마음을 잘 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된다. 그냥 한 번 안아주고 고생했다 했다”며 “성한이는 좋은 선수다. 나이도 저보다 한참 어리다. 타격 능력은 이미 저를 넘어섰다. 저보다 훨씬 좋은 타격 능력을 가진 선수다. 발전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생각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박찬호는 “(이름이 호명됐을 때) 그냥 머릿 속이 하얘졌다. 몸에 힘이 풀린다 해야 하나. 그랬던 것 같다. (소감을 말할 때 목소리가 잠긴 것은) 울컥이 아니라 긴장해서 그랬다. 긴장해서 목소리가 안 나왔던 것 같다”며 “수상 소감 때 말했던 가족들, 와이프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올해 나름대로 제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성적을 올렸다.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기대가 생겼고 긴장을 했던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골든글러브를 직접 들어보니) 많이 무겁다.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 된다.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다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긴 시간을 견뎌낸 끝에 받은 골든글러브라 더 값질 터. 박찬호는 “정말 제 스스로도 저를 대견하다 해주고 싶은 부분”이라며 “잘근잘근 씹으면서 밑바닥부터 올라왔다. 단순히 그것 때문에 대견하다는 것이 아니라 잘 버텨냈다는 점에서 대견하다 하고 싶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가족들 힘이 없었으면 혼자 버텨내지 못했을 것 같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박성한과 더불어 최근 KBO리그에 많이 등장한 좋은 유격수들은 박찬호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된다. 그는 “보고 배울 점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오)지환이 형을 보면서 저는 많이 배우고 있다. 수비 순간순간 대처하는 모습이나 타구를 유연하게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지환이 형 뿐 만이 아니라 요즘에는 김주원(NC 다이노스) 선수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수비하는 것을 보면 배워야 될 점이 많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박찬호는 “공격력은 잘 모르겠는데 우리나라 유격수들의 수비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도 수비로는 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정말 이 선수들이 왜 저렇게 플레이 하는지, 어떻게 스텝을 밟는 지에 대해 많이 연구를 하고 따라한다. 나에게 맞다 싶으면 내 것으로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찬호는 “(앞으로) 사실 골든글러브보다는 수비상을 지키고 싶다. 제가 타격으로 승부를 보는 선수가 아니다. 타격 성적이 들어가는 골든글러브에서는 연속으로 수상할 거라 기대는 안 하고 있다”면서도 “제 나름대로 발전을 위해 매년 노력하고 있다. 매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내년에도 올리고 하면 자연스레 좋은 성적과 상이 따라오지 않을까”라고 2025시즌 활약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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