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머니 환전" 신고에 두달 잠복…'게임기 70대' 탈탈 털은 경찰관

오석진 기자 2024. 12.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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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9만건(2023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이어 "아파트 관리실보다 더 선명한 화질의 CCTV(폐쇄회로TV)를 구비해서 건물 외벽과 옥상에 설치하는 범죄자들도 많다"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을 이용하거나 지문 인식기를 이용하는 성매매 업소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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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신상철 서울 관악경찰서 범죄예방질서계장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9만건(2023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 5월 서울 관악구 한 유흥가에서 검거한 불법 게임장 내부 모습. /사진제공=서울 관악경찰서

"게임머니를 환전해주던데요."

지난 3월 서울 관악경찰서에 한 건의 첩보가 접수됐다. 신상철 관악서 범죄예방질서계장(경위)은 곧바로 팀원 10명을 소집했다. 짧은 회의 후 신고가 접수된 유흥가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수차례 옷을 바꿔 입고 시선이 느껴지면 전화를 하는 척 했다. 연인으로도 위장했다.

잠복 두달째. 신 계장은 마침내 용의자를 특정하고 현장을 덮치기로 했다. 불법 환전에 걸리는 시간은 5분 정도였다. 신 경위는 발소리를 죽인 채 불법 환전상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았다.

단 2시간만에 환전한 금액은 400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곧바로 불법 도박장 내부로 진입해 업주와 환전상 등 5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업장에서는 아케이드 형식의 게임기 70여대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2년간 이 곳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 성매매업소, 옷장 안 비밀 통로 발견한 경찰관

지난 5월 단속 당시 환전이 이뤄지던 건물 내부 비밀장소. / 사진제공=관악경찰서

신 계장은 "두달간 동선을 짜고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현장을 덮쳤다"며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고 밝혔다. 그는 "환전 행위가 단속되면 업장은 폐쇄된다'며 "업소가 은밀하고 신속하게 운영되는 이유"라고 했다.

2년째 풍속 단속업무를 수행하는 신 계장은 지난해 강남 성매매업소 단속 당시 옷장 안 비밀 통로를 찾아냈다. 신 계장은 "옷장 벽면을 손으로 쳤는데 안에서 울림이 생겼다"며 "그곳에 마사지사가 6~7명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관리실보다 더 선명한 화질의 CCTV(폐쇄회로TV)를 구비해서 건물 외벽과 옥상에 설치하는 범죄자들도 많다"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을 이용하거나 지문 인식기를 이용하는 성매매 업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을 홍보하는 전단을 보고 혹 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환상을 가지고 접근해도 실제는 환상과 다른 경우가 많다"며 "한번 접근한 후 빠져나오지 못해 범죄에 연루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열심히 일하는 아빠 모습 보여주고파"

서울 관악경찰서 소속 신상철 경위. / 사진 제공=서울 관악경찰서

신 계장과 동료들은 다른 경찰서의 풍속 단속 업무에 수시로 차출되는 등 경찰 내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신 계장은 "나 뿐만 아니라 손발을 많이 맞춰본 우리 팀을 부르는 것"이라며 "우리 팀이 출동했을 때 성공률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1999년에 경찰에 입직했다는 신 계장는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아이들이 열심히 일하는 아빠 모습을 보면서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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