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난 ‘서울의밤’···12월3일 밤 11시54분 “포고령” 무전에 태도 돌변했다
12월3일 오후 11시54분, 국회의사당 앞으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1시간쯤 지났을 때다. 영화에서나 보던 공수부대와 707특임단 등 계엄군이 국회로 몰려왔다.
“서울경찰청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합니다. 23시부로. 23시부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발령되었습니다. 포고령, 포고령에 근거해서 일체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내용이 있습니다. ”
국회를 둘러싼 경찰 지휘부의 무전이 울렸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었다. 김 청장은 서울경찰청 상황지휘센터에서 지휘 중이었다.
“현 시간부로 국회 내에서 출입하는 국회의원 등 보좌관 등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를 하기 바랍니다. 아울러 차벽을 철저히 설치하고 검문 검색해서 포고령 내용을 잘 설명해서 물리적 마찰 없이 통제해주기 바랍니다. 이상.”
경찰은 계엄 선포 직후인 밤 10시 49분부터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 최창복 서울청 경비안전계장은 무전을 날렸다. “현시간 이후 누구를 막론하고 내부에서 외부로의 ‘출(나가는 것)’은 가능하나 외부에서 내부로 ‘입(들어가는 것)’은 불가합니다. 전부 차단하세요.”
최 계장은 밤 11시7분 다시 지시 내용을 바꾼다. “일반인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차단하고, 국회의원은 신분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하세요.”
이때부터 국회의원과 보좌관, 기자 등 출입증을 소지한 이들은 국회로 출입할 수 있었다. 김 서울청장도 11시 21분 지시한다.
“서울경찰청장 일방적 지시합니다. 국회경비대도 동원해서 일체 폭력행위 없도록. 일체 폭력행위 없도록. 폭력행위 있으면 적극 제지하고, 물리적 충돌이 없도록 할 것. 아울러 검문검색은 잘해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국회 사무처 직원 국회 출입증 있는 사람은 통과를 시키도록 해요. 절대 물리적 폭력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랍니다. 이상 서울경찰청장 무전 완료.”
국회의원의 출입 통제 지침이 변경됐다. 결정적 계기는 포고령이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것이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국회의원의 출입을 통제해달라는 박안수 계엄사령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포고령은 56개 경찰 기동대가 투입된 당시 경찰의 태도를 일변하게 했다.
경찰은 담을 넘어 국회 내부로 진입하는 이들도 주시하고 있었다. 시간은 자정이 넘고 있었다. 새벽 0시 29분 국회경비부대장은 상황을 전한다. “월담자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쪽에 경력 대비가 필요합니다. 경정문(국회경비대 쪽 출입문)쪽, 국회경비대 본관 있는 쪽에 경력이 필요합니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어 모여들던 시간이었다.
헬기를 타고 국회에 들어온 계엄군이 국회 본청에 진입한 한 건 이 무전이 10분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새벽 12시34분 최 계장은 다시 무전 지시를 한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국회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차단입니다. 다만, 군 병력의 경우에는 안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거나 열려있는 길로 안내 조치하세요.” 군인들이 계속 국회로 밀려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출입 전면 통제 전 국회로 들어서거나 담을 넘은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모였다. 새벽 12시49분 국회 본회의가 시작됐다. 1시1분 국회의원 190명이 전원 찬성하며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뒤 국회를 찾은 시민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11일 뒤인 14일 국회 앞으로 다시 시민들이 모여든다. 경찰 무전은 이날도 울릴 테지만 그 내용은 다를 것이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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