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불린 순간 탄식' 생애 첫 GG 놓친 국대 유격수, 왜 박찬호 수상 순간 SSG 팬을 떠올렸나 "미안함이 너무 컸다"
각오하고 참석했지만, 막상 자신이 수상자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 탄식이 흘러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눈앞에서 놓친 국가대표 유격수 박성한(26·SSG 랜더스)이 조금 더 성장할 2025년을 예고했다.
13일 서울특별시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SOL 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은 격전지로 예상됐다.
예상대로 우승 유격수 박찬호(29·KIA 타이거즈)가 총 유효표 288표 중 154표(득표율 53.5%)를 획득하면서 118표(득표율 41%)를 받은 박성한을 따돌리고 생애 첫 골든글러브의 영광을 안았다.
정규시즌 성적을 생각하면 꽤 차이 나는 득표수였다. 수상자 박찬호는 올해 리그 전체에서 2번째, 유격수로 가장 많은 수비 이닝(1120⅓이닝)을 소화하면서 134경기 타율 0.307(515타수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성공률 60.6%), 출루율 0.363 장타율 0.386 OPS(출루율+장타율) 0.749, wRC+(조정 득점 생산력) 101.9를 기록했다.
그에 반해 박성한은 137경기 타율 0.301(489타수 147안타) 10홈런 67타점 78득점 13도루(성공률 81.3%), 출루율 0.380 장타율 0.411 OPS 0.791, wRC+ 103으로 타율, 득점, 도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박찬호를 앞서면서 수상을 기대케 했다. 또한 KBO 리그 단 10명뿐인 단일 시즌 타율 3할과 두 자릿수 홈런(규정 이닝 기준) 유격수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경쟁은 원칙적으로 골든글러브 선정과 상관없어야 할 우승 프리미엄, 국대 프리미엄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SSG 구단 관계자들은 그런 박성한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골·유·박(골든글러브 유격수 박성한)'이란 그래픽으로 바꾸고, 구단 SNS에도 게시하는 등 응원했다. SSG 팬들 역시 해당 게시글에 박성한의 수상을 기원하는 응원 댓글을 수없이 남겼다.
그 마음을 알아서였을까. 박찬호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박성한의 머릿속에는 SSG팬들이 먼저 떠올랐다. 시상식 후 만난 박성한은 "(박)찬호 형의 이름보다 KIA라는 말이 먼저 나왔는데 그 순간, 아쉬움과 미안함이란 감정이 들었다. 곁에서 SSG 팬분들과 구단 식구들이 정말 많은 응원과 사랑을 주셨는데 (수상으로) 보답하지 못한 기분이라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선의의 경쟁을 펼친 박찬호에게는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도 각오를 새로이 다졌다. 박성한은 "(박)찬호 형이 잘했으니까 받은 거라 생각한다. 정말 한 시즌 고생 많으셨다"며 "내년에는 더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 같다. 나도 자극을 많이 받았고 계속 도전할 것이다. 분한 감정보단 나 자신이 많이 부족해서 못 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 압도적으로 잘해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박성한은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전 구단 팬들에게 널리 알리고 각인시켰다. 4경기 출장해 타율 0.357(14타수 5안타) 2타점 4득점, 출루율 0.438 장타율 0.500 OPS 0.938을 마크했다. 특히 16일 도미니카 공화국전에서는 역전 2타점 3루타로 극적인 9-6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이에 박성한은 "대표팀은 그해 잘하는 선수가 가는 것이다. 이번에 잘했다고 내가 다음 대표팀도 예약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오늘(13일) 시상식에는 3명의 유격수가 왔지만, 어린 선수들도 정말 잘한다. 그래서 여기서 안주할 수 없다. 계속 도전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끝없이 달려야 한다. 남은 대표팀에서도 내가 뽑힐 수 있도록 더 잘 준비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삼성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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