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서 확인된 '12·3' 전모…尹 총선 참패 후 '계엄' 자주 말했다

정재민 기자 2024. 12. 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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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탄핵·예산 삭감이 실행에 결정타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YTN 캡처) 2024.12.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을 앞두고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로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카드를 수개월 전부터 구상하기 시작했고 극히 일부 측근들과 상의해 실행에 옮긴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비상계엄을 통치행위의 하나로 인식해 위헌·위법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尹 대통령, 총선 직후 '비상계엄' 카드 구체화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지난해 말 윤 대통령이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발언을 한 식사 자리에는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이 함께했고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그러시면 안 된다'는 정도로만 얘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계엄 필요성을 언급했고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러면 안 된다'고 직언하기 시작했다는 게 여 사령관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과 김 전 국방부 장관, 여 사령관은 모두 충암고 선후배 관계로 이번 비상계엄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사 탄핵·예산 삭감 결정적 '도화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접적인 계기는 장관과 검사 탄핵과 예산 삭감이 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최근 거대 야당 민주당이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하고 감사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 탄핵하겠다고 하였을 때 저는 더 이상은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예산 삭감을 거론하며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불신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지난 4·10 총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일부 극우 유튜버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국회사무처가 계엄군의 국회 본관 진입 과정이 담긴 CCTV를 4일 공개했다. 김민기 국회사무총장은 국방부가 헬기로 24차례에 걸쳐 무장한 계엄군 230여 명을 국회 경내로 진입시켰다며 0시 40분에는 계엄군 50여 명을 추가로 국회 외곽 담장을 넘어 진입시켰다고 전했다. 사진은 헬기를 타고 국회 내에 진입한 계엄군 모습. (국회사무처 제공) 2024.12.4/뉴스1

비상계엄 실행 계획 '국회 장악→주요 인사 체포→언론 통제'

수사를 통해 비상계엄 실행 계획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의 성패는 국회 장악에 달려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국회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12·3 비상계엄 이틀 전인 1일에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더불어민주당사, 여론조사 기관인 '꽃'을 장악할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계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시의 내용으로 계엄과 같은 상황을 준비하라는 것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곽 전 사령관은 이후 계엄 당일엔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막아라'라는 지시를 직접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역시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여섯 차례 전화를 받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15명에 대한 위치추적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는 내용도 경찰 조사에서 털어놨다.

국회 장악 실패, 비상계엄 2시간 만에 막 내려

사전 계획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이 실패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계엄군과 경찰이 윤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곽 전 사령관은 국회 증언에서 "나중에 법적 처벌을 우려해 1일에 받은 지시를 휘하 여단장들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계엄 당일 자다가 급하게 나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국회에 출동해 현장 지휘를 맡은 김현태 특전사 707특임단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곽 사령관으로부터 '무리하지 말아라'라는 지시를 받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채택으로 상황이 종료된 뒤 사령관이 '안도'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대통령이 안가로 불러 국회, 언론사 등 10여곳의 접수할 기관을 전달했지만 귀가 후 말도 안 되는 지시라고 생각해 서면 지휘서를 찢어버렸다고 했다. 그는 또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월담하는 이들(국회의원)을 내버려두라고 했고 이에 따라 국회의 기능이 작동했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경찰이 국회를 원천 봉쇄하지 않으면서 190명의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모일 수 있었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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