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탄핵 사유 '가치외교' 놓고 美 "왜 넣었나" 中 "왜 뺐나"

문재연 2024. 12. 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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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폐기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외교 관련 문구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펼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등 6개 야당이 지난 4일 발의했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가치외교'가 탄핵 사유로 명시되자 미국 측은 이번 주 야당에 그 배경을 문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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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 문구 두고 미국 문의
골드버그 대사, 이재명 만남 취소
중국은 비공식채널로 관심 보여
지난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이 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침으로써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 의무를 내팽개쳐 왔다."
야 6당 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중

지난 7일 폐기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외교 관련 문구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펼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국가가 '12·3 비상계엄'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야당의 세심하지 못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외교에서까지 불필요한 논란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깊어지자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은 14일 표결할 2차 탄핵소추안에서는 해당 문구를 뺐고 외교 채널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탄핵소추안 '외교' 두고 미중 물밑 신경전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등 6개 야당이 지난 4일 발의했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가치외교'가 탄핵 사유로 명시되자 미국 측은 이번 주 야당에 그 배경을 문의했다. 미국이 윤석열 정부와 호흡하면서 이룬 가장 큰 외교적 성과로서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언급해왔는데, 야당은 이를 탄핵 사유로 봤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여러 채널로 야당들이 한미관계 및 한미일 협력을 탄핵 사유로 명시할 만큼 반대하는 것이냐고 묻고 있다.

지난 9일 미국의소리(VOA)는 이와 관련해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12일로 예정돼 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을 최근 취소하기도 했다. 외신들도 이 대표 및 야당 측에 '가치외교'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을 했다.

반면 중국 측은 2차 탄핵소추안에서 외교 관련 문단이 사라진 이유를 문의했다. 중국 측은 공식적인 외교 채널이 아니라 복수의 비공식 채널을 통해 야당 측에 문구 삭제 이유를 이번 주 문의했다. 이들은문구를 삭제한 이유가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 변수가 작동했는지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 신화통신의 자매지인 '참고소식'은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구중친일(仇中親日·중국을 미워하고 일본을 가까이하다)'이 명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비상계엄으로 무너진 외교 신뢰 회복 시급"

위성락(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선원(왼쪽) 의원이 지난 10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가안보상황점검위원회 3차 회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외교 관련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야당은 급하게 수습에 나섰다. 위성락 민주당 의원은 2차 탄핵소추안에 해당 문구가 빠지게 됐음을 미국과 일본 측에 자세히 설명했다. 당초 1차 탄핵소추안은 조국혁신당이 작성한 것으로, 비상계엄 직후 급하게 탄핵을 추진했기 때문에 외교 관련 문구가 삭제되지 못한 것이라는 점을 전달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도 주한공관 인사들과 만나 당의 외교노선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외교 관료 출신이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외교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외교적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다른 국가의 발언이나 힘을 끌어들이면 오히려 그것이 내정간섭의 빌미가 되기 때문에 자제하고, 우리 스스로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대외 신뢰도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서는 야당의 외교노선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 불신을 풀기 위해서라도 야당이 외교적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고, 외교 관련 인사들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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