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동점 우승” 두 남자의 특별한 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4. 12. 14.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
선율-유성호씨 공동 우승
선율, 올해 美명문콩쿠르서도 우승… 유성호, 2021년 16회 콩쿠르땐 5위
한예종 동문 “같이 우승한게 영광”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공동 우승한 유성호(왼쪽)와 선율.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시상식장. 6위에서 3위까지 입상자들이 차례로 상장과 꽃다발을 받은 뒤 사회자는 남은 결선 출연자 두 명을 무대 위로 불러냈다. 선율(24·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과 유성호(28·독일 하노버음대)였다.

“믿기 힘든 결과입니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1위 입상자 두 명이 나왔습니다!”

객석에선 “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10명의 심사위원이 채점한 점수 중 최고 최저점을 제외하고 합산한 결과가 정확히 한 자릿수까지 일치하는 동점이었다. 심사위원장 주희성 교수는 “두 사람의 색깔이 뚜렷했지만 자신의 강점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표현하고 소화한 점은 일치했다”고 말했다.

김광현 지휘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결선에서 유성호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선율은 같은 작곡가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했다. 두 사람은 이 대회 1위 상금 5만 달러와 2위 상금 3만 달러를 합산해 나눈 4만 달러(약 5740만 원)를 각각 받는다.

이번 대회 3위는 정지원(22·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4위는 문성우(24·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5위는 배재성(24·한예종 졸업), 6위는 김동주(20·서울대)에게 돌아갔다. 배재성은 1차 예선에서 준결선까지 과정에서 베토벤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피아니스트에게 주는 특별상(상금 5000달러)을 받았다. 이 상은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 일민 김상만 선생(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을 기려 제정했다.

이번 대회 공동 1위를 수상한 유성호와 선율은 한예종에서 동문수학한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 “같은 점수로 우승했다는 점이 영광일 정도로 훌륭한 피아니스트”라고 입을 모았다.

유성호는 2021년 피아노 부문으로 열린 ‘제16회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5위를 차지했다.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운 그는 한예종 졸업 후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당타이선을 사사하며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하노버음대에서 아리에 바르디 문하로 ‘콘체르트엑사멘’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바르디 선생님이 매일 제게 전화를 해서 응원해 주셨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선율은 올해 미국 명문 콩쿠르인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우승하기도 해 여러 가지로 잊을 수 없는 해가 됐다. 한예종 졸업 후 파리 스콜라칸토룸을 졸업했고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서 올리비에 가르동을 사사하고 있다. 그는 내년 1월 23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다. 동생(선고은)도 한예종 졸업을 앞둔 피아니스트다.

시상식에는 김상한 서울시 행정1부시장, 이현정 LG아트센터장,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 상무가 시상자로 참석했다. 신수정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은 특별상을 시상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1, 2차 예선은 유튜브(검색어 ‘@simc1996’)에 공개됐으며 준결선과 결선은 내년 1월 중 공개된다.

“완벽히 준비한 결선 6명, 개성 깊은 연주 인상적”

심사위원들 총평

“여섯 명의 결선 출연자 모두 1차 예선부터 결선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과 도전들을 자기만의 색깔로 인상 깊게 소화했습니다. 특히 각자 오케스트라와의 긴밀한 호흡 속에서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낸 완숙함이 인상 깊었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은 주희성 서울대 교수(사진)는 “네 차례의 경연을 통과하는 과정 자체가 연주자의 모든 것을 거는 지난한 도전이지만 결선 출연자 모두 각 라운드를 완벽히 준비해 즐겁게 심사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주희성 교수와 손민수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앤절라 쳉 미국 오벌린 음악원 교수, 마르쿠스 그로 독일 베를린예술대 교수, 티에리 위예 프랑스 툴루즈 국립음악원 교수, 소피야 굴랴크 미국 인디애나대 제이컵스 음악원 부교수, 케빈 케너 미국 마이애미대 프로스트 음대 교수, 알렉산다르 마자르 벨기에 브뤼셀 왕립 플랑드르 음악원 교수, 로베르토 플라노 스위스 이탈리아 음악원 교수, 웨이단원 중국 베이징 중앙음악원 피아노과 학과장 등 10명이 참여했다.

손민수 교수는 “1차 예선부터 참가자의 수준이 균일하게 높았고 각자가 분명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었다. 결선에 오른 여섯 명뿐 아니라 결선에 오르지 못한 연주자들도 당장 콘서트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출중한 연주자가 많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웨이단원 학과장은 “수준 높은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는 것 자체가 행복했지만 각 단계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결선 출연자 여섯 명 모두 기술적인 완성도가 밑받침된 탁월한 예술적 이해도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