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칩 전쟁, 한국만 역주행…K반도체 클러스터 성공에 미래 달렸다"

오유진 2024. 12. 1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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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클러스터 포럼
10일 중앙SUNDAY와 포브스코리아·월간중앙이 개최한 포럼에는 약 150여 명의 반도체 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최영재 기자
“반도체 클러스터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반도체 전문가와 관련 자치단체장들은 중앙SUNDAY와 포브스코리아·월간중앙이 10일 경기도 판교신도시에서 개최한 ‘반도체 클러스터 포럼’에서 위기의 한국 반도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기도 남부 일대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용인·평택 등지에 반도체 기업들을 한데 묶은 초대형 산업단지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강국’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반도체 특허자산 전분야 상위권”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주요국 간 전쟁은 이미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고, 중국은 정부의 천문학적 지원으로 빠르게 반도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대만·일본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자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견고히 하며 대비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은 나아갈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비상계엄에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덮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졌다. 당장 연내 통과를 기대했던,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골자로 한 ‘반도체 특별법’의 향방을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이날 ‘미국 대선 후 세계 반도체 패권 시나리오’를 주제로 강연한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및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향후 반도체 전쟁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 강화 ▶미·중 반도체 협정 체결 ▶미국 제재에 중국이 굴복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며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든 한국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기술·생태계를 구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특별대담 좌장을 맡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키우는 데 경기도가 선봉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미국·대만·중국 등 전 세계 주요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미래 먹거리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한국은 역주행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국내 반도체 부가가치의 82%, 매출의 77%를 창출하고 있는 경기도가 앞장서 불확실성에 빠진 한국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키우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를 위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독자적인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 ▶혁신적인 반도체 생태계 구성 3대 비전을 제시했다. 2047년까지 약 482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남부 일대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자금 지원 및 인프라 구축은 물론 인재 양성까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이날 특별대담에서 “미국의 트럼프 집권, 중국의 급격한 기술 성장,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등장이란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맞물린 상황”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위상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비상상황이라는 인식으로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장선 평택시장 또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공장 건설이 연기되면서 지역경제에 심각한 어려움이 찾아왔다”며 “평택시는 카이스트 유치를 위해 부지 46만여㎡를 무상 제공하는 등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가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가져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HBM 등 두각, 한국 미래 긍정적 진단도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로 최상위권 학생의 의대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저출산 등으로 인구가 줄어가는 상황에서 좋은 인재를 한꺼번에 배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오히려 50~60대 시니어 중 관련 업종에 종사했던 분들을 재교육해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AI 반도체에 투자해 한국이 변화하는 반도체 트렌드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모빌린트의 신동주 대표는 “한국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이미 선두에 올라 있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다만 경쟁자인 글로벌 기업이 정부로부터 직접적 지원을 많이 받는 만큼 우리 또한 얼마큼의 지원을 받고 생태계를 꾸려나가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새로운 칩 개발과 양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신 대표는 “2~3년 내 AI 반도체의 골든타임이 찾아오게 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유지, 국내 팹리스 및 파운드리 기업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방법으로 반도체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자”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은 “중국이 자력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고 있듯 우리도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며 “판교를 중심으로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투자, 인큐베이팅, 인력 양성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진단도 나왔다. 고대역폭메모리(HBM), 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에서 두각을 보이는 한국이 반도체 패권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의 데이터분석 기업인 아스타뮤제의 모리 슌스케 애널리스트는 특허 등 지적재산을 데이터화해 글로벌 기업의 순위를 평가했는데, 시스템·메모리·소부장 등 주요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상위권을 차지했다. 모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특히 모든 분야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만큼 반도체 산업에서 폭넓은 영향력을 가진 회사”라고 평가했다.

한편, 자치단체와 학계·산업계 등 1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지방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마주한 불확실성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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