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윤석열의 강’ 너머 ‘이재명의 강’

박정훈 논설실장 2024. 12. 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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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으로 가닥 잡힌
‘윤석열의 강’을
채 건너기도 전에
국정 혼란을 부추기는
‘이재명 리스크’가 등장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 4일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리스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이 이룬 업적은 적지 않으나, 한편에선 독단적이고 충동적인 의사 결정으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김건희 여사 감싸기, 한동훈 때리기, 보수 연대 해체, 일방적 의대 증원, 채 상병 사건 격노 등등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비상식적 행보로 총선을 망치고 고립을 자초했다. 이해하기 힘든 자해극이 돌출돼 나올 때마다 그에게 표를 던져준 지지자들은 속된 말로 ‘X팔리는’ 심정이 되어 스트레스 받아야 했다. 결국 시대착오적 계엄 자폭을 감행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보수 진영, 나라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말았다.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윤석열 사태’가 가는 길은 결국 정해져 있다. 고립된 정신세계를 고백한 윤 대통령 담화는 왜 그를 대통령직에서 배제해야 하는지 더욱 확신시켜 주었다. 탄핵 코스는 피할 수 없는 외길 수순이 되었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찬성·반대가 대립할 것이나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격랑의 탄핵 정국에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주체적 변수가 아니다. 윤 정권의 짧은 시대가 가장 비극적 방식으로 종착점을 치닫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대통령 윤석열과 결별하고 ‘윤석열의 강’을 건너야 한다.

그런데 탄핵의 강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를 불안케 하는 또 다른 리스크가 등장했다. ‘이재명 리스크’다. 이 대표는 계엄 후 정국의 최고 주인공이다. 위기 대응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그가 도리어 국정 혼란을 부추기는 무책임함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을 국무총리를 탄핵소추하겠다고 한다. 형사 고발까지 언급했다. 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을 내란 가담 혐의로 수사하는 특검법도 통과시켰다. 국무위원들을 줄줄이 엮어 무정부 상태로 몰아넣겠다는 의도처럼 보인다.

계엄 실패 이후 이 대표와 민주당의 행세는 ‘점령군’을 방불케 했다. 자기편 아닌 사람에게 ‘부역자’ 딱지를 붙이며 장관들에게 호통치고 군인들을 윽박질렀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 나온 국무위원들을 일으켜 세우더니 “90도로 사죄하라”고 몰아붙였다. 인민재판을 보는 듯했다. 4성 장군 출신 의원은 계엄에 동원된 장군들을 개인 유튜브에 불러내 ‘포로 심문’ 하듯 다그쳤다. 그 와중에 이 대표는 해외 언론과 돌아가며 인터뷰하며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정권 탈환을 위해서라면 국정이 마비돼도, 안보가 흔들려도 상관없다는 태도 같았다.

계엄의 위헌성엔 비교도 안 되지만 이 대표 역시 헌법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년 새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안이 28건에 달한다. 하나같이 정략적 목적이거나 보복·협박성이 뚜렷했다. 대장동·백현동 비리, 대북 송금 등 이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타깃 삼아 무더기 탄핵안을 발의했다. 계엄 이틀 뒤엔 서울중앙지검장 등도 탄핵소추해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 대표 재판의 공소 유지를 맡은 수사팀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뜻이 엿보였다. 수사를 훼방놓는 사법 방해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다.

민주당은 방통위원장·장관 등에 이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까지 통과시켜 원장 공석 사태로 만들었다. 탈원전, 서해 공무원 피살 등 문재인 정권 적폐를 감사했다는 이유였다. 감사원의 직무 감찰은 헌법 조항에 명문화돼 있다. 정치 보복을 위해 헌법상 감사 기능을 마비시킨 것이다. 이 대표가 계엄의 위헌성을 따지려면 먼저 자신의 위헌 폭주부터 설명해야 한다.

민주당 장악 과정에서 보여준 이 대표의 정치술은 윤 대통령 못지않게 독선적이고 강압적이었다. 그는 반대 세력을 가차 없이 축출하며 공당을 1인 사당화했다. 거대 야당을 개인 로펌처럼 활용하며 국회를 방탄의 무대로 만들고 온갖 입법 폭주로 정상적 국정 운영을 막아섰다. 입법권 남용은 의회 민주주의를 흔들고 3권 분립을 침해하는 헌법 위반이다.

탄핵 정국에서도 이 대표의 재판 지연은 계속되고 있다. 계엄 사태 후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이 대표는 두 번 연속 불출석했다. 선거법 재판도 질질 끌고 있다. 1심 징역형에 이어 항소심이 접수됐지만 이 대표는 소송 기록 접수 통지를 수령하지 않고 변호인 선임도 미루고 있다. 대선 전 선고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노골적인 사법 방해다.

이 대표는 계엄을 저지한 주역이지만 다음 대통령이 누구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 대표가 혐의 12개를 짊어진 채 형사 피고인 신분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에 거부감 갖는 국민도 적지 않다. 범죄 혐의의 진실이 가려지기 전에 선거로 면죄부 주는 것이 정의롭냐는 질문은 타당하다. 이 대표가 대답할 때가 됐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될수록 ‘이재명 리스크’에 대한 국민적 의문도 거세질 것이다. 그 의문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나라가 두 쪽 나는 ‘이재명의 강’에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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