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은택]일주일도 못 가 드러난 계엄 인사들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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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경고용이었다"=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을 만나 "계엄은 야당의 폭거에 대한 '경고용'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10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윤 대통령의 비화폰 지시 발언을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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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지시 안 했다”=대통령실은 7일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국회에서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정리하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체포 대상 정치인 목록을 공개했다. 다행인지 대통령실은 “잘 들어봐라. 싹 정리하라는 말이 꼭 체포 구금하라는 말은 아니다”란 식의 이상한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하루도 못 간 거짓말이다.
③“TV 보고 알았다”=조지호 경찰청장은 5일 국회에서 “계엄 선포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곽종근 전 사령관은 6일 유튜브에서 “(뉴스) 자막으로 알았다”고 했다. 전부 거짓말. 드러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조 청장은 미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 불려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계엄 작전지휘 문서를 받고 작전계획 ‘브리핑’까지 들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에게서 계엄 임무 지점 6곳을 하달받았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둘 다 일주일도 못 가 드러났다.
보통 범죄에 연루된 이들이 거짓말을 한다면 범행을 숨기고 싶어서다. 혹은 떨어질 처벌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는 심산일 수도 있다. 일부는 거짓말을 통해서라도 명예를 지키고 싶을 수도 있다. ‘나는 연루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이번 계엄은 전 국민과 외신이 범행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경찰,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경주마 질주하듯 수사 중이다. 인적 물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 진실과 처벌이라는 결과가 더디게 올 수는 있겠지만, 그 도착은 확실하다. 입을 맞춘 거짓말의 축은 1, 2명씩 대열을 이탈하며 허물어지는 중이다. 그날 밤 대통령의 얼굴색이 어땠는지까지 드러나지 않았나.
아직도 ‘내가 입을 다물면 진실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가장 큰 죄를 지은 이보다, 가장 마지막까지 숨긴 이에게 더 큰 배신감을 느끼는 법이다. 진실을 밝히는 데 소모될 노력, 시간을 조금이라도 덜어 허물어진 나라를 재건하는 데 쓸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2024년 한국에서 대통령 임기가 절반밖에 안 돼 이런 초유의 국난이 벌어질 거라 상상한 국민은 없었다. 그를 뽑았든 뽑지 않았든 같은 심정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식에서 말했었다.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제야 드러난 거짓말인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된 건지. 본인만 알 따름이다.
이은택 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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