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포함 '카톡방'에 계엄군 '체포 명단' 등장

이명선 2024. 12. 1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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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된 계엄군의 체포 대상 인물들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가 운영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단톡방)에서 수차례 거론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단톡방에 등장한 인물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체포하거나 수사해야 한다고 지목했던 인사들이다. 

문제의 단톡방에는 윤석열 후보자와 권영세 선대본부장, 조경태 직능본부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캠프 핵심 관계자들도 참가한 상태였다. 이에 더해 캠프 단톡방은 상대 후보 비방뿐 아니라,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는 확성기 노릇도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계엄군 투입은 본인의 지시라고 실토했다.  그러나 이는 갑자기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 대선 캠프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렸고, 심지어 수사 대상까지도 거론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오래된 계획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윤석열 캠프가 120여 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직접 운영하며 여론공작을 펼친 사실을 폭로했다. 윤석열 캠프 조직통합본부가 운영한 이 단톡방은 통상 '어게인(Again)SNS방' 혹은 네트워크어게인(Again)'이란 명칭으로 불렸다.(관련 기사 : "단톡방은 선대위 직속 본부"... 윤 캠프 '여론공작팀' 실체)

극우 유튜버 가짜뉴스 신봉하며 대국민 거짓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한 직후 계엄군은 가장 먼저 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했다. 과천 선관위 청사(110여 명), 수원 선관위 선거연수원(130여 명), 서울 관악구 여론조사심의위원회(47명) 등 총 297명이 투입되었으며, 이는 국회 진입 계엄군(280여 명)보다 많은 숫자였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이 과천 선관위 청사(110여 명), 수원 선관위 선거연수원(130여 명), 서울 관악구 여론조사심의위원회(47명) 등에 총 297명이 투입됐다. 

계엄군은 통합선거인명부를 관리하는 정보관리국 서버실에 침입해 전산 서버를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정보관리국은 극우 유튜버들이 부정선거의 소굴이라고 지목했던 곳이다. 유튜버들이 지목한 인물과 장소는 실제로 이번에 계엄군의 주요 표적이 됐다. 

체포 명단 중 4명이 '부정선거' 관련 인물...내란의 주요 동기는 '선관위' 

윤 대통령이 선관위를 주요 타깃으로 지목한 배경은 계엄군의 체포 명단에서도 확인된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공개한 계엄군 체포 명단 14명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조해주 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극우 유튜버들이 부정선거 배후로 지목한 인물들이 다수 포함됐다. 

안규백 의원이 공개한 계엄군 체포 명단 14명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폭로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며 체포 대상을 적은 메모에서는 권순일 전 대법관 이름이 확인된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4.15 총선 때 중앙선관위원장이었다.

홍정원 국정원 1차장 메모(체포명단)

즉, 정리하면 지금까지 공개된 계엄군 체포 대상 중 김명수, 조해주, 양정철, 권순일 등 4명이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관련 인물들이다.

 (왼쪽부터) 김명수 전 대법원장, 조해주 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전 선관위원장)

체포 대상인 조해주 양정철...윤석열 참여한 캠프 '단톡방'에도 등장

문재인 정부 시절 선관위 상임위원을 지낸 조 전 위원은 전자개표기를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다. 극우 세력은 선관위가 전자개표기를 이용해 부정선거를 벌였다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는데, 조 전 위원은 이로 인해 극우 세력으로부터 부정선거를 주도했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가 운영했던 '여론공작용' 단체 카톡방에도 조 전 위원 이름이 수차례 등장했다. 

2022년 1월 22일 캠프 단톡방에는 "부정선거 시작 목숨걸고 막아야 한다", "총체적 부정선거가 시작되었다"며 그 배후로 조 전 위원을 지목했다. 그런데 이 대화방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권영세, 조경태 등 캠프 핵심 관계자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윤석열 캠프 조직본부가 운영한 단체 카톡방의 2022년 1월 22일 대화 일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름도 단톡방에 등장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이 참여한 대화방에는 "양정철 등이 코로나 큐알(QR)코드로 국민 성향 분석에 여념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것을 바탕으로 선거 조작 계략을 짜고 있다"고 주장이 게시글로 올라오기도 했다. 

극우 유튜버들이 만든 부정선거 관련 동영상도 수시로 단톡방에 올라왔다. 책임자로 보이는 누군가는 이를 외부로 널리 퍼뜨리라는 지시도 내렸다. 

윤석열 캠프 조직본부가 운영한 단체 카톡방의 2022년 1월 22일 대화 일부

앞서 뉴스타파는 신용한 전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이 소유한 외장하드에서 발견된 윤석열 캠프 내부 문건을 공개하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2020년 4.15 부정선거의 배후로 지목된 사실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 尹 캠프 '부정선거 대책문건'에 "선관위 서버 확보 및 배후 양정철")

이 문건은 양정철 전 원장과 중국 공산당의 결탁 가능성까지 제기했는데, 이는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중국인 간첩이나 선관위 북한 해킹 등을 언급한 것과도 연결된다. 특히 문건 3쪽에 선관위 서버 확보가 필수라는 대목은 계엄군이 선관위에 도착하자마자 서버실을 찾아간 사실과도 일치한다.

윤석열 캠프 '부정선거관련 관리대책' 문건 3쪽. 

 캠프 차원에서 '부정선거론' 조직적 확산...윤석열 직접 지시 가능성 

김명수 전 대법원장도 계엄군 체포 대상 중 한 명이었다.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법부를 부정선거 공범으로 봤다. 

이러한 주장은 부정선거 의혹을 오랜 기간 제기해 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황 전 총리는 지난 11일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법원에 영장 청구하면 영장을 발부해 주지 않는다"면서 "(영장 발부가) 막혀서 윤 대통령이 비상수단밖에 쓸 수 없었을 것이다"며 '윤석열의 내란'을 옹호하는 취지로 말했다. 

극우 유튜버들의 막가파식 주장을 전현직 유력 정치인들이 지지하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은 끝없이 재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검사 시절부터 이 같은 음모론에 심취한 정황이 본인의 토론회 발언과 유세 현장 발언에서 다수 확인된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윤석열 캠프 차원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선관위 압수수색과 서버 장악, 관련 인물 체포 등 강제 수사를 촉구하는 대화가 오간 사실이 이번 취재로 처음 드러났다. 문제의 단톡방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대화자로 참여했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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