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5 베이비뉴스] "아이와 함께, 여의도로"... 내일은 승리의 날입니다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14일 토요일 오후 4시로 1시간 앞당겨졌습니다. 일단, 탄핵안 가결을 위한 찬성표가 확보됐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집회 현장에는 아이와 함께, 가족과 함께 참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날인 14일에는 아동을 동반한 참여자를 위해서 아동쉼터와 키즈버스가 등장한다는 소식에, 칭찬과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장갑차에 몸으로 막아낸 이들을 비롯해,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은 이번에도 국민이었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국민들이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번 주간 뉴스브리핑은 베이비뉴스 만의 차별화된 탄핵 뉴스 모음입니다.
1. "집회 가고 싶은데 애는 어쩌죠" "데리고 오세요!" 집회장에 아동쉼터 등장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새로운 K-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아이가 있는 양육자들을 위한 공간도 곳곳에 생겨 시민들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 표결을 앞두고 대규모 집회가 예상되는 가운데, 진보당은 집회에 온 아동을 위한 쉼터를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진보당은 14일 국회의사당역 4번출구 인근에 '아동&보호자 쉼터'를 개소하고 난로, 매트, 따뜻한 물, 간식을 마련했다. 집회의 분위기가 낯선 어린이들, 집회장에서 아이 챙기느라 분주한 양육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개인 사비로 관광버스 한 대를 통 크게 내놓은 아이 엄마도 있다.
"우리 아이 500일 기념 여행비를 털어 버스를 빌렸습니다. 이 시국에 무슨 여행인가요. 같은 처지인 분들, 바람이라도 피하고, 기저귀라도 편하게 갈아봐요!"
자신을 '16개월 지우맘'이라고 소개한 서울시민 권순영 씨(44)는 관광버스 한 대를 빌렸다. 이 버스의 이름은 '키즈버스' 엄마아빠 손 잡고 집회에 온 아이들이 집회 중간중간 쉬기도 하고, 기저귀도 갈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권순영 씨는 지난 7일 토요일 아이와 함께 집회에 참석했는데 아이도 힘들어하고 기저귀 갈 곳도 마땅찮아 집에 빨리 갈 수 밖에 없었다. 한 번 더 가고 싶지만, 두 번 갈 엄두가 안나 망설이던 차에 아이 500일 기념 여행 목적으로 저금한 돈으로 버스를 빌렸다. 토요일 주말 버스 한 대의 대여료는 70만 원.
권순영 씨는 인터넷 언론 '셜록'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내가 하나 빌리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같이 쓰자고 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집회에 오지 못하는 시민들이 커피같은 것도 선결제 하지 않나. 그런 일들이 많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커피 선결제도 하는데 나는 내 애 데리고 가는데 버스 하나는 빌릴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권순영 씨의 '키즈버스' 위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윤탄핵촛불참가한영아부모방'에 접속하면 알 수 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던 집회에선 촛불을 들고 민중가요를 불렀다. 그 뒤로 8년이 흘렀다. 집회장을 찾은 2030대는 그들이 가장 사랑하고, 그래서 사놓고도 함부로 만질 수 없었던 아이돌의 응원봉을 과감히 꺼내 들어 불을 밝혔다.
NCT, 엑소, 뉴진스, 샤이니, 인피니트, god, 엔믹스, BTS 등 K팝 스타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응원봉이 출몰했다. 집회 현장에선 사회자가 응원봉 문화가 아직은 어색한 중장년층을 위해 응원봉의 종류와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친절히 안내한다.
현장에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와 에스파의 '위플래시', 데이식스의 '웰컴 투 더 쇼'를 '떼창'한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사위 회의에서 집회 소식을 전하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가사를 낭독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집회장에서 투쟁가를 듣고 깃발을 흔드는 시위문화가 익숙한 장년층은 낯설지만 싫지 않은 모양새다. 인터넷에서 '응원봉'이라고 검색한 후 "이걸 사서 가져가면 되냐"고 묻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젊은이들은 "어른들이 좋아하는 민중가요를 틀어도 된다"며 선뜻 양보하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된다. 반목을 일삼던 세대 간 갈등이 뜻밖에 집회현장에서 봉합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 유튜브 채널의 커뮤니티에는 이 댓글이 최다 추천을 받았다. "MZ의 진짜 뜻은, 무례하고 생각없는 세대가 아닌 '민주(MinZoo)'의 줄임말이었구나..."
2. "집회장 선결제 커피 정보는 여기서... 아이돌 응원봉 빌려드려요, 소중히 다뤄주세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제2차 표결이 14일 토요일 오후 4시로 예정된 가운데,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도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위해 '커피 선결제'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데 선결제된 매장 위치와 잔여 수량 등을 안내하는 웹사이트가 오픈했다.
사이트 이름은 '시위도 밥먹고'.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여의도 집회장소 인근 선결제된 카페의 위치와 남은 커피 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커피뿐만 아니라 편의점 핫팩, 에너지바, 버거, 빵, 주먹밥, 김밥, 쌀국수 등 다양한 선결제 품목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사이트 운영자는 SNS에 "서비스가 선결제 매장을 찾는데 쓰이면 좋겠지만 선결제하실 분들이 어느 매장에서 선결제할지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뒤 "현재 후원이나 광고 등을 받을 계획이 없다. 특정 매장의 혼잡도 문제와 모든 선결제분이 효율적으로 소진될 수 있도록 다양한 매장에 선결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집회장소 인근 개방된 화장실을 안내하는 '여의도 화장실지도' 웹사이트도 있다. 이 사이트에선 국회의사당 근처 공용, 민간 화장실을 표기한 인터랙티브 맵이다. 위치뿐만 아니라 공공화장실 여부, 개방화장실 여부 등도 구분해 편의성이 높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은 어묵꼬치를 들고 광장으로 나선다. 이들은 14일 오후 3시부터 여의도 KDB산업은행 인근에서 어묵꼬치를 나눌 계획임을 알리며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윤석열 퇴진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14일 집회장소에 아동쉼터를 마련하고 부모와 함께 집회에 온 자녀들을 위한 공간을 구성했다. 16개월 지우맘 권순영 씨는 아예 관광버스 한 대를 사비로 빌리고 집회에 온 양육자들이 기저귀를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기로 했다. 권순영 씨의 버스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그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집회에 아이돌 응원봉을 가져가고 싶은데, 구할 길 없어 막막한 이들에게 선뜻 응원봉을 빌려준다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동네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는 "집회 응원봉 빌려드립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돌 응원봉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팬클럽에 가입하거나, 한정된 기간에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최소 3~4만원대로 고가라 청소년들에겐 그야말로 목숨처럼 귀한 물건인데, 집회에 가는 어른들을 위해 선뜻 내놓는 것이다.
3. NCT 응원봉이 왜 집회에... 엄마도 한 번 흔들어도 되겠니
12월 3일 밤 10시 반을 지난 시각. 텔레비전을 켰다. 그러던 찰나에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 같았다. 뭐지? 갑자기 웬 기자회견? 낮에 그런 말 없었는데? 자막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비상계엄? 뭔데? 채널을 돌려봤지만 그때만 해도 SBS에서만 뉴스특보가 나왔다. 뭐야, 이런 뉴스가 왜 SBS에서만 나와?
그리고 울리는 회사 단톡. 사진기자 선배였다. 선배는 내가 본 뉴스 화면과 같은 장면을 핸드폰으로 찍어 올렸다. '이거 뭐죠? 비상계엄 선포라니'. 내가 묻고 싶은 거였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일하는 언론사는 비상. 기자들은 국회로, 부서장들은 회사나 자택대기. 분명 저녁나절 퇴근을 했는데 6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출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새벽 상황은 모두가 아는, 뉴스로, 유튜브로 생중계 된 그대로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어렵게 들어왔고(190명이 한달음에 달려와서 나는 사실 놀랐다) 기자들은 현장으로 달려갔고 시민들이 몰려들었고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와 국회로 들어갔다. 국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장한 군인들을 보고 있으려니 모니터 밖에서도 움찔했다. 한밤의 내란 사태를 뉴스로 접한 중 1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내가 교과서에서 보던 계엄을 이렇게 보게 될 줄 몰랐어. 이게 현실이라니."
"엄마도, 엄마도 그래."
상황이 어찌나 다급했는지는 뉴스 앵커들과 기자들 얼굴에서도 나타났다. 보통의 방송기자들은 메이크업을 하는데 이날은 맨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뉴스를 본 이래 처음 있는 일이지 않았을까 싶다. 유튜브 오마이TV 접속자는 내가 확인했을 때는 35만 명, 다른 시간대에는 65만 명으로 기하급수로 늘었다. 중1, 고2 아이들은 "내일 학교는 갈 수 있는 거냐?"라고 물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라고도 물었다. 부모인 우리도 말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아직 상황은 알 수 없고, 너희들은 우리가 지킬 테니 일단 걱정 말고 자라"는 말만 해줄 수 있을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비상 계엄은 해제되었다. 뉴스에 나온 윤석열 내란 사태를 복기하면 이렇다.
12월 3일 22시 23분 윤석열 긴급 대국민 담화.
12월 4일 0시 7분 계엄군 국회 본청 진입 시도.
12월 4일 1시 2분 국회 계엄해제 요구 결의한 가결(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
12월 4일 4시경 윤석열 비상계엄 해제 신언.
기자들, 국회의원들, 시민들이 국회로 빨리 나가 계엄군의 진입을 막을 수 있었다. 일찍 잠든 사람들은 다음날 뉴스를 보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안 경우도 있었다. 내란이라는 심각한 상황이 빨리 해제되어 내 일상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잠깐의 소동으로, 해프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만약 계엄군이 국회를 장악하고 국회의원들의 소집을 막아 국회 계엄해제 요구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면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말이다.
그날 이후로 매일 사람들은 광화문에서, 국회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그리고 지난 7일 최대 규모의 집회가 예정되었다. 우리 가족은 현장에는 가지 못했다. 다만, 하루 종일 뉴스에 귀 기울였다. 상황은 시시각각 변했다. 오전에는 윤석열의 대국민 담화가 다시 있었다.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대국힘담화문'이라고 비판했다.
7일 오후 3시부터 윤석열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그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오후 5시 국회에서 열리는 본회의를 주목했다. 우리 가족도 그랬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김건희여사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친 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표결하기로 했다. 결과는 아는 대로다. 참담한 마음이 연거푸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가 '김건희여사특검법' 표결 후 자리를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며 돌아와 투표해 달라고 할 때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한 사람이라도 돌아와 주길 간절히 바랐다. 고2 큰아이는 이렇게 중대한 일을 국회의원들의 투표에만 맡겨도 되는 것이냐며 답답해했다. 그때 저녁을 먹던 중2 둘째 아이가 뉴스 화면을 보면서 말했다.
"어, 저건 NCT 야광봉인데? 지금 나오는 노래 다시 만난 세계 아냐? 집회에서 왜 이런 노래가 나와?"
집회 경험이 없는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는 아이돌의 응원봉이 나올 때마다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뉴스를 뚫어져라 보던 아이는 내게 말했다.
"엄마, 이번 집회에서 나는 저 야광봉이 제일 인상적인 것 같아."
아이다운 생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눈치가 없는 거였다. 눈썰미가 좋은 아이의 말대로 이날 저녁엔 'MZ 대거 참여... 신나고 즐거운 윤석열 퇴진 집회', "춤추고 야광봉 흔들어, K팝 콘서트 같다... 외신이 주목한 탄핵 집회', "응원봉 흔들고 민중가요 대신 에스파 '위플래시'… 달라진 집회" 같은 분위기의 제목의 기사가 다수 등장했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투애니원 '내가 제일 잘 나가', BTS '불타오르네', 로제·브루노마스 '아파트' 등을 부르는 등 광장의 노래가 달라졌다 했고, 집회에 등장한 깃발 역시 '전국뒤로미루기연합', '제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전국계란은완숙협회', '전국얼죽아협회', '민주묘총', '우리나라 정상 영업 합니다' 등 기상천외한 문구들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고 했다. 외신도 이날의 달라진 집회 문화를 기사로 다뤘다.
내가 본 뉴스 속 앵커들은 방송 멘트에서 자주 역사를 말했다. '김건희여사특검법'이 부결되었을 때, 탄핵 소추안을 두고 투표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뜰 때, "이것 역시 역사에 기록될 장면인데요" 혹은 "훗날 역사는 이 모습을 어떻게 평가할까요"라고 말했고, "(국회 앞에) 가득 한 시민, 텅 빈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의 자리)... 역사에 기록된다"는 클로징 멘트까지 남겼다. 8일 오전 한동훈과 한덕수 총리는 질서 있는 퇴진을 하겠다고 했다. 그들이 말하는 '질서 있는 퇴진'이 뭔지 당최 모르겠다. 그런 일을 역사에 기록하게 두고 싶지 않다. 다음주엔 아이와 응원봉을 들고 여의도 국회 앞 현장에 나가야겠다.
4. 尹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있느냐"... 한동훈 "탄핵합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대국민담화를 통해, 거대 야당이 국정을 흔들고, 경제를 불안케 하고, 선관위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비상계엄령 발동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두 시간짜리 내란이 어딨냐"라며 오히려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완전히 부술 것"이라며 비상계엄 조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담화에 정치권과 국민들 모두 계엄령 선포일 만큼이나 큰 충격에 휩싸였다.
우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내용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내용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제명과 출당을 위한 중앙윤리위 소집을 긴급히 지시했다. 한 대표는 "당론으로서 탄핵을 찬성하자는 제안을 드린다"라며 "우리의 생각과 입장을 이제는 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한동훈 대표가 '탄핵보다 더 신속하고 예측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던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을 윤석열이 만약 수용하는 척했다가 약속했던 퇴진 시점에 오늘과 같은 광기를 드러냈다면 어쩔 뻔 했냐"고 질책한 뒤,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윤석열 탄핵을 방해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하고, 혼란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국민이 윤석열의 광기 어린 담화까지 듣게 한 책임도 인정해야 한다"라며 "지금 당장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해 공표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7일 탄핵 표결 투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단 세 명이었으나 오늘 윤석열 대통령 담화 이후 당내 움직임에도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이미 담화에 앞서 당시 투표에 불참했던 6선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김재섭, 진종오 의원이 공식적인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재섭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며 당론 변경을 촉구했다. 진종오 의원은 "국민의 응원을 받은 여당의 청년대표로서 국민에 반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겠다"며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질서 있는 퇴진을 바랐다"라며 탄핵 찬성의 뜻을 밝혔다.
진보당은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그동안 차마 밝히지 못했다'는 일이 고작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극우유튜버들의 주장이었다니 경악할 일"이라며 "우리 국민을 믿지 못하는, 지금껏 피땀으로 쌓아올린 우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스템을 믿지 못하여 총까지 겨눈 범죄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자격도 전혀 없음을 분명히 못박아둔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시간이 아니라 단 1초라도 국민을 정조준하여 총을 겨눴다면 그것이 바로 내란이고 폭동"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 단체도 들끓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는 곧 있을 탄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며, "사실상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탄핵 반대를 호소하고, 탄핵안 통과 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 심의 등을 고려한 자기변명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헌법의 틀 안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의 이번 담화에 휘둘리지 말고,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여 진정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천주교, 원불교, 불교, 기독교 등 우리나라 대표 4개 종단은 13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시국선언에 참가하는 단체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분과, 천주교 남자 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실천불교승가회, 야단법석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기독교시국행동, 윤석열폭정종식그리스도인모임,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총 10곳이다.
외신의 반응도 빨랐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가 끝난 직후 속보로 이 소식을 전하며 "윤 대통령은 지금 계엄령 선포가 반역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혼돈의 칼춤'을 추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말 그럴까?"라고 반문하며, "수사의 주요 초점은 윤 대통령을 비롯해 계엄령 선포에 관여한 군과 정부 고위 간부들이 내란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다. 반란 유죄는 최고 사형을 선고한다"고 전했다.
한편, 맛칼럼니스트로 알려진 황교익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이 미쳤다. 즉각 체포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썼다. 담화를 본 누리꾼들도 "즉각 체포해야 한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5.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우리 아이의 생각, 물어보셨나요?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우리 아이들의 사유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작금의 정치적 상황과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부모는 교육 경영자입니다. 이런 사태에 대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읽고, 자기만의 사유로 말하고 쓰는 시간을 반드시 마련해야만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아이들의 사유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참 바쁩니다. 학원 숙제에 치이고, 스마트폰에 빠져 세상 돌아가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교육 경영자라면 문제집, 스마트폰이 아니라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아이'로 자라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 나눠보신 적 있으신가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른다고 했을 때 어떻게 설명하셨나요?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단어들, 어른들 사이에 오가는 심각한 표정들… 아이는 어렴풋이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제대로 된 정보나 이해 없이 그저 혼란스러워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사태를 그냥 넘기지 말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가치중립적 표현사용과 판단중지를 해주세요.
우선 이 이야기부터 꼭 드리겠습니다. 제가 10년 동안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만들기'라는 지역사회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보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정치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선생님 대통령 OOO는 빨갱이예요'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흥분하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조손가정의 아이들이 그랬습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그런 언어가 나왔었죠. 이는 어른들의 언어가 아이들의 피부로 침습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잘못한 건 아닙니다. 언어는 생활양식이자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본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감정은 빼고 말하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사형시켜야 한다. 잡아다가 감옥에 가둬야 한다는 감정적인 부분은 빼야 한다는 것이죠. 가치중립적이고, 판단을 중지한 상태에서 맥락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제가 베이비뉴스 칼럼 〈부모의 섣부른 판단은 아이들의 행복을 가두는 '감옥'〉을 통해 '판단중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이 우선입니다
비상계엄과 같은 사건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일이 갑자기 생겨서 많이 놀랐지? 어른들이 해결책을 찾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라는 말로 아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장한 군인이 등장하는 영상이나 과도하게 자극적인 뉴스를 보여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 시청각 자극이 강한 콘텐츠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아이들에게는 역사, 법, 정치의 교과 내용과 연결해 이번 사건의 의미를 가르치는 것도 유익합니다. 단, 정보의 강도와 표현 방식은 아이의 이해 수준에 맞추어야 합니다.
◇ 어린이와 민주주의, 책으로 정치교육을 시작해 보세요
4일 비상계엄 해제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이와 정치 대화하는 방법'을 주제로 한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는 이런 질문을 마주할 때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어른들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스러운 문제입니다.
민주주의와 정치라는 주제는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중요한 개념들을 어린 시절부터 익히는 것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그래서 가장 훌륭한 도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책'입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책은 자연스럽게 정치와 민주주의를 이해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도 유용합니다. 연령별로 어린이책들을 통해 민주주의와 정치의 개념을 쉽게 전달할 방법을 추천해 드립니다.
◇ 어린이책으로 민주주의를 배웁니다
어린이책은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 주제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아이들은 추상적인 개념을 배우는 대신,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상황을 통해 민주주의와 정치의 핵심 가치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계엄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단순히 정의를 설명하는 대신 관련된 책을 함께 읽으며 대화를 시작해 보십시오. 어린이책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맥락으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1. 『아무도 지나가지 마!』
장군은 이 책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지나가면 자기가 주인공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명령을 내립니다. "여기서부터 아무도 지나갈 수 없다. 넌 꼼짝 말고 지켜!" 명령을 받는 군인은 책 한가운데 서서 아무도 지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시위가 벌어진 건지 전쟁이 난 건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묻자, 군인은 이 책이 장군님 책이라 오른쪽을 비워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황당했고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쌓여가는 불만처럼 책 왼쪽에는 앞으로 가야 하는 사람들로 점점 가득 찼습니다. 아이들부터 지팡이를 든 노인, 임산부 가족, 기타리스트, 소녀, 자전거 여행자, 토끼, 공사장 인부들, 춤추는 댄서, 운동선수들까지. 그때,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공이 그만 앞쪽으로 통 통 통 넘어가는데… 과연 이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2. 『동물들의 우당탕탕 첫선거』
《동물들의 우당탕탕 첫 선거》는 중요한 일을 제멋대로 결정하는 사자에게 화가 난 동물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되어요. 오랜 세월 사자가 다스리는 것이 당연했던 숲에서 처음으로 민주적인 방법으로 대표를 뽑게 된 것이지요. 동물들은 처음에는 선거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실천해요. 먼저 공정하게 선거할 수 있도록 선거의 방법에 대해 규칙을 세웠어요. 그다음에는 선거 규칙에 따라 원숭이, 뱀, 나무늘보, 그리고 숲속의 왕이었던 사자가 후보로 등록합니다. 네 명의 후보자들은 각자 자기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숲을 다스릴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떠들썩하게 선거 유세를 하지요. 하지만 선거 날이 가까워질수록 숲속은 점점 시끄러워져요. 선거 유세를 하면서 다른 후보를 헐뜯기도 하고, 각자의 정책들을 이야기하는 텔레비전 토론회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급기야 어떤 후보는 선거 규칙을 어기고 유권자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기도 하지요.
3. 『수탉과 독재자』
용감한 수탉 가이토의 노래할 자유를 향한 짜릿한 투쟁기가 담겨 있습니다. 수탉과 페페 시장의 대결을 통해 자유란 무엇이고, 권력 앞에서 그것을 용감하게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노래를 지키려는 수탉'이 되기도 하고, '원칙을 지키려는 페페 시장'이 되어 보기도 하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라파즈를 떠난 시민'이나 '그저 밤에 조용히 잘 수 있게 된 걸 다행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라파즈 시민'의 입장이 되어 보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펼칠 수 있습니다.
4. 『잘못 뽑은 반장』
착한 아이와는 거리가 먼 이로운은 어느 날,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들 코를 납작하게 해 주려고 반장 선거에 출마합니다. 결국 협박과 거짓말로 반장에 당선되고, 잘못 뽑은 반장 때문에 4학년 5반은 엉망진창이 됩니다.
5. 『어린이를 위한 민주시민교육』
이 책의 저자 장석준은 '정치는 사람이 사람답게 잘살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합니다. 어린이에게 정치 교육은 국·영·수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온 동력이 바로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이 세상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바꿔야 할 것들이 많으며,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줄여도 과거의 그릇된 모습으로 역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가만히 있으라'는 권력자의 말에 고분고분 믿고 따르는 태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책을 통해 아이는 정치에 대한 자기만의 사유를 만들 수 있도록 경청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이 한 선택이 왜 중요했을까?"
"너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아?"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 아이들에게 정치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이유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거를 통해 리더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정치와 민주주의를 배운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민주시민으로서 책임감과 참여 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정치적 목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조지오웰이 자신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글쓰기의 목적 중 '정치적 글쓰기'를 강조했습니다. 정치적 목적이란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라 할 수 있습니다.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만드는 것은 그런 욕구를 스스로 발견하는 엄중한 과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점에 들러 추천해 드린 책을 함께 보시고, 이야기를 나눠보시기로 바랍니다.
책을 통해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아이의 삶에 중요한 가치와 원칙을 심어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정치라는 주제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책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아래는 아이들의 독보적인 사유를 만드는 교육브랜드 '북클럽다이브'에서 제작한 어휘&독해 영역 콘텐츠입니다. 출력 후 문제를 함께 풀면서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더불어 북클럽다이브에서는 매주 시사 이슈와 관련된 콘텐츠를 뉴스레터를 통해 무료로 드리고 있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구독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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