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눈으로 기록한 역사…비상계엄 호외 만든 중학생들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이렇게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집회 현장에선 10대 청소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역사 속의 비상계엄이 현실로 소환된 상황에 맞서, 다시 역사에서 배운 대로, 민주주의 가치를 당당하게 지켜가겠다는 건데요.
이 중에는 혼란의 밤을 보낸 직후, 곧바로 호외를 발행해 역사의 현장을 기록한 청소년도 있습니다.
청소년 신문 '토끼풀'의 문성호 학생을 오늘 스튜디오에서 만나봅니다.
중학교 2학년이기도 합니다.
계엄을 정말 교과서로만 배웠을 세대인데, 실제 상황으로 펼쳐졌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문성호 중학교 2학년 / '토끼풀' 편집장
일단 너무 놀랐죠.
핸드폰에 속보가 떴는데, 딥페이크 가짜뉴스인가 진지하게 의심했습니다.
계엄 선포가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어요.
저희 토끼풀도 호외를 예전에 몇 번 발행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 사태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니만큼 급하게 회의를 열어서 호외를 낼지 말지 논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비상계엄 상황이었고, 포고령에도 언론과 출판은 통제를 받는다고 돼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호외를 발행했다가는 저희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다, 국회를 봉쇄하고 언론사를 통제하는 상황인데, 우리도 휘말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외 발행은 일단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호외 발행과 별개로 제 개인적으로는 비상계엄이 뭔지는 대략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실제 계엄이 발동된 상황은 처음이다 보니까 좀 많이 당황스러웠죠.
군부독재 시기에 마지막으로 선포된 거기 때문에 저희 부모님도 전혀 겪어 보지 못한 상황이었고, 다음 날 학교는 갈 수 있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친구들도 문자나 전화로 저한테 많이들 물어봤습니다.
그때 저희 친구들 사이에서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런 가짜뉴스가 돌았어서, 저희 신문 인스타그램 계정 같은 걸 통해서 급하게 "학교는 가야 한다" 이런 걸 전달하기도 했고요.
서현아 앵커
모두가 놀랐겠지만, 학생들에게는 더 혼란스러웠던 밤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국 호외를 만들어서 배포하기로 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어떤 이유에선가요?
문성호 중학교 2학년 / '토끼풀' 편집장
우선 저희 토끼풀은 서울 은평구 3개 학교에서 40명 정도 인원이 활동하는 청소년 언론이에요.
올해 3월 창간돼서 지금까지 매달 신문을 발행하고 있어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고,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지역사회나 세상에 내놓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호외를 왜 내게 됐냐면, 계엄이 4일 오전에 해제됐기 때문에 호외를 낸다고 해서 저희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게 됐고, 4일에 학교를 가 보니까 역사 선생님께서 "너희들 보기에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럽다"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그리고 친구들도 전날 밤 계엄에 대해 많이 궁금해했고요.
아무래도 밤에 일어난 일이다 보니까, 학생들이 전체 진행 과정을 다 알지 못했을 거고, 비상계엄이라는 단어도 처음 들은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저희도 이번 계엄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많이 염려가 됐어요.
현재 상황이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도 했고, 역사적으로도 교과서에 실릴 만한 사건이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그날 저녁에 "호외를 내자"라고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학생들에게 이 일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날 밤에 빠르게 작업을 해서 다음 날 아침에 냈죠.
친구들도 "계엄에 대해 모르고 있었는데,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 저희 호외를 보고 계엄에 대해 알게 됐다", "계엄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는데, 토끼풀이 이렇게 빠르게 자세히 정리해 주니 유용했다"고 좋은 반응을 보였어요.
실제로 이번 호외를 통해서 여의도 집회에 나가겠다고 하기도 하고, 저희 신문에 학생들이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거 같아요.
선생님들께서도 많이 칭찬해 주셨습니다.
서현아 앵커
호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문성호 중학교 2학년 / '토끼풀' 편집장
저희가 12월 5일에 발행한 이번 호외에서는 학생들에게 비상계엄이 뭔지 설명하는 기사들을 1면에 실었고, 2면에는 이 사태에 대한 청소년의 입장을 사설로 담았습니다.
저희가 사설로 주장한 내용이 "우리 청소년은 민주주의가 사라진 나라를 물려받고 싶지 않다" 같은 내용이거든요.
저나 저희 신문 동아리원들도 이런 군부독재 시절에나 있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 보고 좀 많이 충격을 받았고, 평소 국회나 이런 곳에 막 관심이 있지는 않았는데, 시민들이, 특히 청소년들이 이런 상황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계엄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한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또 저희 사설에서 미래 대한민국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국가 정상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는 내용도 다뤘거든요.
이런 내용은 청소년들의 불안감 때문에 포함하고 싶었어요.
지금 국회나 정부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수십 년 뒤에 미래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당장의 권력 싸움만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런 어른들의 싸움이나 상황 설명은 소위 말하는 기성 언론들에서 잘하고 있으니까, 저희 신문은 다른 곳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 현 상황에 대한 청소년들의 불안감이나 청소년들의 입장 같은 것들을 잘 정리해서 내려고 했던 거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민주주의가 사라진 나라를 물려받고 싶지 않다, 이게 청소년들의 절박한 마음입니다.
정말 꼭 기억해야 할 것 같네요.
주변의 청소년들은 계엄령에 대해 어떤 반응이었나요.
문성호 중학교 2학년 / '토끼풀' 편집장
아무래도 시험 기간이다 보니까, 저도 오늘 시험을 보고 왔는데, 친구들이 막 이 사태에 대해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제 이 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어이가 없다", "21세기에 비상계엄이라니 말이 안 된다"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고요.
어제 있었던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도 야당을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단어를 써 가면서 비난하고 계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학생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험 기간이다 보니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은데, 다음 주에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서도 탄핵이나 하야가 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질 것 같습니다.
여의도 촛불집회도 많이 나갈 것 같고요.
서현아 앵커
앞으로 관련한 후속 취재 계획이 있으십니까.
문성호 중학교 2학년 / '토끼풀' 편집장
내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어요.
가결이 될 확률이 높다고 분석되는데, 가결되면 호외를 다시 내야죠. 저희 학교는 화요일까지 기말고사인데, 시험이 끝나면 더 본격적으로 취재도 하고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저희가 과도한 청소년 교통비 문제와 지역 도서관 부족 문제 같은 것들을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교통비 이슈에 대해서는 지금 국회의원과 시의원 분들도 만나면서 저희 청소년들의 고충을 사회에 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발전한 동아리가 돼야죠.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내고, 더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청소년들에게 더 깊은 분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보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역사의 많은 페이지가 청소년들의 행동과 실천으로 이뤄졌습니다.
더 나은 역사를 위해, 많은 어른들이 분발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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