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특수가스 인수한 티앤씨, 실속 챙기나
효성그룹의 섬유·무역 사업 계열사 효성티앤씨가 또 다른 계열사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9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인수가가 비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효성그룹은 효성화학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알짜 사업인 특수가스 부문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려다 실패했다. 효성티앤씨는 효성화학과 사모펀드가 협상하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이마저도 비싸게 사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효성그룹 입장에선 외부에 몸값을 더 높여 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룹 내에 특수가스 사업부를 남겨두게 돼 오히려 실속을 챙기게 됐다는 평도 나온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티앤씨는 효성화학 특수가스 부문 인수 결정 후 매출 채권 활용, 차입 등을 통한 인수 자금 마련 방안에 돌입했다. 전날 효성티앤씨 이사회는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을 9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효성화학은 지난달 IMM프라이빗에쿼티·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으로의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 불발된 후 계열사 효성티앤씨에 파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매매가 9200억원은 자본시장에서 추산하는 올해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을 뜻하는 수익성 지표) 예상치(460억원 안팎)에 20배의 멀티플(기업가치를 EBITDA로 나눈 값)을 적용한 수준이다. 미국 린데 등 외국 산업용 특수가스 제조사의 평균 멀티플이 18배이고 국내 업체는 더 낮은 것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를 높게 매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IMM·스틱 컨소시엄은 1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 둔화 등을 이유로 컨소시엄 측이 인수가를 낮추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자본시장에선 매각 예상가가 8000억원대까지 내려갔다. 효성티앤씨의 영업양수도가액 적정성 평가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평가 기준일인 9월 말 기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의 가치가 8318억~1조310억원 범위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효성그룹이 업황(석유화학)이 최악인 효성화학의 부채 축소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특수가스를 내놨었는데, 외부에서 받을 수 있는 가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에서 계열사로 넘기게 돼 효성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결말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성티앤씨는 중국에서 특수가스 사업을 하는 만큼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는 울산과 옥산에 연산 8000톤(t) 규모, 효성티앤씨는 중국 취저우에 연산 3500t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둘을 합칠 경우 생산능력 기준 세계 2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게 효성티앤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효성티앤씨 소액주주는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태에서 회사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기반해 자금이 급한 계열사 사업부를 떠안았다는 것이다. 삼덕회계법인은 지난해 1684억원이었던 효성화학 특수가스 부문의 연매출이 2029년엔 5183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란 추정치를 제시했다.
효성티앤씨의 인수 자금 조달 방안도 불확실하다는 평이 나온다. 9월 말 기준 효성티앤씨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987억원 수준이다. 효성티앤씨는 매출 채권 등 유동자산을 활용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약 1조원의 매출 채권을 당장 현금화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본시장에선 여건상 인수금융 등 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이자 부담 확대 등 효성티앤씨의 재무건전성까지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액주주 사이에선 효성티앤씨가 제시한 인수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주당 22만6713원)이 너무 낮다는 의견도 나왔다.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 특수가스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후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효성티앤씨 주가는 지난달 초 30만원이 넘었으나, 인수 검토 공시 후 지난달 말 19만원대까지 떨어졌다. 13일 주가는 6% 넘게 올라 청구권 행사가보다 높은 24만500원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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