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당시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제국 시작과 마지막

임근호 2024. 12. 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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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벌어진 일을 평가하기란 쉽다.

조선이 무너지고 일제의 지배를 받기 전 혼란스러웠던 대한제국 시기를 다섯 사람의 시선에서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서구 문물을 앞장서 수용한 지식인이자 정치인 윤치호, 천주교를 포교하면서 대한제국 권력의 지근거리에서 정국을 지켜본 프랑스인 신부 귀스타브 뮈텔, 당대의 인물과 사건을 예리하게 관찰하면서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책을 남긴 지식인 정교와 언론인 황현, 일반 백성 입장에서 당시를 바라본 상공인 지규식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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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한제국 1897~1910
김태웅 지음 / 휴머니스트
928쪽|4만4000원
그들의 대한제국 1897~1910 김태웅 지음 휴머니스트 928쪽|4만4000원

옛날에 벌어진 일을 평가하기란 쉽다.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왜 이렇게 하지 않았는지 쉽게 비난한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역사는 현재의 일이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현재 벌어지는 일마저 어떤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요즘 역사계에선 당시 사람들의 시선에서 역사의 현장을 바라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쓴 <그들의 대한제국 1897~1910>도 그런 책이다. 조선이 무너지고 일제의 지배를 받기 전 혼란스러웠던 대한제국 시기를 다섯 사람의 시선에서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서구 문물을 앞장서 수용한 지식인이자 정치인 윤치호, 천주교를 포교하면서 대한제국 권력의 지근거리에서 정국을 지켜본 프랑스인 신부 귀스타브 뮈텔, 당대의 인물과 사건을 예리하게 관찰하면서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책을 남긴 지식인 정교와 언론인 황현, 일반 백성 입장에서 당시를 바라본 상공인 지규식이 그 주인공이다. 책은 이들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했다.

김 교수는 “독자들이 나를 비롯한 여러 학자의 연구서에 아랑곳하지 않고 타임머신을 타고 대한제국 시대로 가서 그 시대의 인물이 돼 당대를 느끼고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책은 대한제국의 주요 사건을 발생 순서에 따라 상세하게 다룬다. 1896년 2월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이 벌어졌을 때 윤치호는 자신의 일기에 “폐하가 적들의 땅에서 벗어난 것은 기쁜 일”이라면서도 “폐하가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변화를 통해 나라의 진정한 복지가 증진될 가능성은 결코 없다”고 썼다.

조선 정부에 우호적이던 뮈텔은 <뮈텔주교일기>에 대한제국 수립과 관련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어쨌든 조선은 독립국으로 머물러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시간문제다. 현 왕이 사라지면 현재의 왕세자가 왕위에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러·일전쟁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황현은 뮈텔과 달리 러시아의 패배를 원했지만 일본의 승리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본군의 승리가 한국인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거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윤치호도 전쟁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든 한국은 부흥할 수 없을 거라고 10월 20일 일기에서 밝히고 있다.”

책은 ‘우리가 당시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펼쳐질 일을 예상할 수 없는 ‘현재에 갇혀 있는’ 우리들이 계속해서 고민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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