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라도 소규모 재건축 싫어, 시공사 찾기 힘든 500가구 이하 단지들
건설사들 공사비 더 들어 입찰 꺼려
브랜드 가치 훼손도 우려
대형 건설사, 서울 500가구 이상 선호
500가구 안팎의 소규모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경쟁입찰에 실패해 2~3차례 유찰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소규모 단지일수록 건설사들은 시멘트 등 자재를 구입할 때 비용이 더 든다. 이 때문에 건축비를 더 많이 줘야만 적정 이익이 나오는데 대부분의 소규모 단지는 다른 대형 단지들에 비해 더 많은 건축비를 내기 꺼린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자사 브랜드를 소형 단지에 적용하는 것도 꺼린다. 이런 구조 때문에 건설사들은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양3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한양3차)은 지난 9일 시공사 선정 재입찰 공고를 내고 오는 17일 건설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1차 공고에서 한곳의 건설사도 입찰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아 다시 시공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225번지 일대에 위치한 한양3차는 2만80.7㎡에 지하 3층~지상 33층, 아파트 507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짓는다. 지하철 5호선 방이역이 약 409m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이다. 다만 잠실동이 아니고 500여 가구의 소규모 단지라 구내 다른 사업장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업계의 지적도 있다. 조합은 이번 입찰에 2595억1800만원, 3.3㎡당 858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지난 10월 제시한 2558억8900만원(3.3㎡당 846만원)보다 1.4%(3.3㎡당 12만원) 높였다. 오는 24일까지 시공사 입찰 참여 의향서를 받는다.
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방배7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방배7구역)도 3번째 시공사 선정을 하지 못했다. 지난 4월과 6월 이후 3번째 입찰을 했지만, 삼성물산만 단독으로 응찰해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못했다. 방배7구역은 방배동 891-3번지 일대 1만7549㎡ 부지에 지하 4층~지상 19층 규모의 공동주택 316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장이다. 조합은 지난 4월부터 이번까지 3차례 모두 총공사비 1772억2500만원을 제시하며 공사비를 올리지 않았고 모두 유찰됐다.
건설사들이 소규모 단지 입찰을 꺼리는 이유는 단지가 작을수록 공사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데 조합에서 이에 맞는 공사비를 주지 않으려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등 자재를 구매할 때 대량으로 구매하지 않으면 더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한다”며 “단지가 작을수록 공사비는 올라가는데 대부분 조합은 대형 단지와 비슷한 수준의 공사비로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니 건설사들은 몸을 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이 기준으로 삼는 최소 가구 수는 500가구선으로 알려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건설사마다 내부적으로 기준을 두고 있는데 대형사는 서울 주요 지역의 500가구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라면서 “단지 규모가 최소 그 이상은 돼야 이익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단지가 이익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래미안’, ‘디 에이치’ 등 자사 고급 브랜드를 붙이면 브랜드 가치가 낮아질 수 있어 건축하기를 꺼린다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공사비를 파격적으로 높여 제시하는 곳도 나온다. 잠원동 신반포22차 재건축조합은 지난 4월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과 3.3㎡당 1300만원의 역대 최고 공사비로 계약을 체결했다. 잠원동 65의 33 일대에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2개 동 160가구를 짓는 사업장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규모의 경제가 안 되는 현실을 조합과 조합원들이 모르는 게 건설사를 선정하지 못하는 이유”라며 “결국 소규모 단지일수록 조합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얻기 위해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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