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상 생명체 연구 중단해야…재앙 초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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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처럼 좌우가 반전된 생물을 개발해선 안 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저명한 생물학자 38명은 연구실에서 합성한 '거울상 박테리아'가 실험실에서 유출될 경우 재앙 수준의 위협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란 논평을 1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논평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거울상 분자 연구가 발전해 거울상 박테리아를 만드는 단계에 이르면 전 세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게 될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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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처럼 좌우가 반전된 생물을 개발해선 안 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연구를 멈추지 않으면 치명적인 팬데믹, 농작물 파괴, 생태계 붕괴 등에 이르게 될 것이란 경고다.
저명한 생물학자 38명은 연구실에서 합성한 ‘거울상 박테리아’가 실험실에서 유출될 경우 재앙 수준의 위협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란 논평을 1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거울상 박테리아를 만드는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주요한 생체 분자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두 가지 거울상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자연에서는 한 가지 형태로만 발견되며 인위적으로 좌우가 바뀐 형태를 만들 수 있다.
가령 DNA는 오른손 방향으로 꼬이는 나선형 구조를 갖고 있다. DNA와 RNA는 ‘오른손잡이 물질’,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왼손잡이 물질’이다. 합성 생물학자들은 오른손잡이형 아미노산과 왼손잡이형 DNA 및 RNA 분자 등 거울 버전 분자를 합성한 바 있다.
거울상 단백질은 자연 단백질보다 분해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효소는 천연 단백질을 분해하기에 적합한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거울상 단백질을 잘 분해하지 못한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 화학자들은 거울상 단백질을 이용한 약물도 개발했다. 거울상 단백질이 든 약물은 체내에 오래 머물며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평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거울상 분자 연구가 발전해 거울상 박테리아를 만드는 단계에 이르면 전 세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게 될 것으로 보았다. 포식자는 거울상 박테리아를 억제하지 못하고 항생제 또한 통하지 않아 전례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평 작성에 참여한 루슬란 메지토프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는 “거울상 박테리아가 동식물에 감염돼 퍼지면 주변 환경이 이 박테리아로 오염될 수 있다”며 “오염된 먼지나 토양에 노출되면 인간의 건강과 농업 등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의 면역체계는 거울상 박테리아에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해한 박테리아와 싸우려면 몸속의 병원균 감지 센서가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센서는 왼손잡이형 단백질과 오른손잡이형 DNA 및 RNA에만 부착될 수 있다. 센서가 거울상 박테리아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박테리아가 퍼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논평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합성 생물학자들이 거울상 박테리아를 만들려면 앞으로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관련 연구를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합성 생물학자인 카타지나 아다말라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과거 거울상 박테리아 연구를 진행했다. 생명의 기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흥미로운 연구로 생각했지만 거울상 박테리아의 위험성을 인지하게 되면서 현재는 아다말라 교수 또한 이 박테리아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거울상 박테리아를 제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거울상 박테리아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합성 생물학자인 앤드류 엘링턴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30년 후 벌어질 사이버 범죄가 걱정돼 반도체 소자를 만들지 말자는 것과 같은 수준의 논평이었다”며 “거울상 생명체가 환경에 이미 잘 적응한 자연 생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란 점에서 위협이 될 것이란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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