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日도 '불닭' 열풍...삼양식품의 신시장 개척기
웹광고 통해 인지도 제고하고 유통망 본격 확대
내년 맵·탱글 등 수출 전용 제품으로 영토 확장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신화가 일본 열도까지 휩쓸고 있다. 1020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불닭 열풍이 불면서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은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시장인데다 불닭은 한국 라면 중에서도 특히나 매운 제품으로 손꼽힌다. 그런데도 많은 일본인 여성들이 불닭에 꽂힌 것은 4차 한류 붐, 그리고 불닭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 덕분이다. 홍범준 삼양재팬(삼양식품 일본법인) 법인장을 만나 불닭의 일본 공략기에 대해 들어봤다.
한류 열풍
삼양재팬은 2019년 설립됐다.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삼양식품이 가장 먼저 설립한 해외 판매법인이다. 이전에는 현지 대리점을 통해 불닭볶음면을 일본에 수출했으나 아예 현지 법인을 세워 유통, 영업, 마케팅까지 직접 하기로 했다. 현지법인을 직접 운영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어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일본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물론 일본 시장이 녹록지만은 않다. 일본인들이 '매운 볶음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범준 법인장은 "일본인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매운 맛을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매운 맛에 친숙하지 않다"며 "일본인 성향상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도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인스턴트 라면 제품은 간장(쇼유), 된장(미소), 소금(시오) 맛이다. 전체 일본 라면 시장 규모는 약 7조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 중 매운 맛 라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에 그친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국물이 있는 인스턴트 라면이 더 인기가 많다. 국물 없는 라면 역시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는 데다 대부분은 일본식 볶음면인 야키소바 형태다. 당연히 불닭과 같은 매운 볶음면 시장은 추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작다. 사실상 불닭이 일본의 매운 볶음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공략을 노리던 삼양식품에게 한류 열풍은 절호의 기회였다.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불닭 브랜드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며 일본인들에게도 관심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정국과 같은 인기 K팝 스타들이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모습은 일본인들에게도 큰 화제가 됐다.
홍 법인장은 "현재 1020세대들은 순두부찌개, 닭갈비 같은 한식을 먹으며 매운 맛에 일찍 노출되면서 매운 맛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 편"이라며 "온라인 상에서 불닭이 재미있는 콘텐츠로 알려진 시기가 겹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매운 맛 정체성
삼양재팬은 불닭을 중심으로 젊은 고객들을 공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젊은 층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웹 광고, 대학 축제 후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삼양재팬은 지난 3월 처음으로 진행한 웹 광고로 불닭 브랜드를 알리는 데 톡톡한 효과를 봤다. 일본 인기 인플루언서인 마츠야 마이카가 불닭 캐릭터 호치와 함께 춤을 추는 광고인데 중독성 있는 안무와 멘트를 반복하는 광고다. 불닭의 매운 맛을 부드럽고 귀여운 이미지로 표현해 인기를 끌었다. 이 광고의 유튜브 조회수는 100만 회가 넘는다. 이 광고는 단순하면서도 레트로한 분위기로 한국에서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홍 법인장은 "일본의 음식 광고에서는 보통 남성 모델이 나와 거칠고 강하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며 "불닭은 1020 여성 고객이 많기 때문에 이에 맞춘 귀엽고 부드러운 광고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점은 삼양재팬이 일본만을 위한 제품을 선보이기보다는 오리지널 불닭 제품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판매 중인 불닭볶음면, 까르보 불닭볶음면, 네가지 치즈 불닭볶음면, 크림 불닭볶음면 등은 한국과 맛이 같다. 수출 문제로 약간의 재료가 다른 것을 제외하고 맛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대신 삼양재팬은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야끼소바맛,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식 치킨인 양념치킨맛 등의 불닭볶음면을 일본에도 선보이고 있다. 홍 법인장은 "불닭은 일본에서도 많은 팬덤을 가지고 있고 이들은 이미 오리지널 불닭 제품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라며 "일본인들이 매운 음식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맵기를 낮추지 않고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도 따라하네
이렇게 불닭의 인기가 상승하자 일본 식품기업이 유사한 제품을 내놓는 경우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최대 라면 회사인 닛신식품이 불닭볶음면을 모방한 제품을 내놨다. 포장지의 색깔도 불닭과 유사하며 제품 표면에는 '볶음면'이라는 한글이 크게 적혀있기까지 하다. 두 제품이 비슷하다 보니 서로 옆에 놓여있으면 헷갈려 하는 일본인도 있을 정도다.
대기업의 모방 제품이 나온 것이 위기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기회 요인이 있다고 홍 법인장은 판단하고 있다. 홍 법인장은 "일본 대기업까지 뛰어든 만큼 매운 볶음면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모방 제품을 먹어본 고객이 원조 제품인 불닭볶음면까지 관심을 갖게 돼 고객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유사한 대기업 제품이 매운 볶음면 시장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그 전에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 빨리, 확실하게 알려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양재팬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매출액은 25억엔(234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성장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0억4000만엔(192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매출액은 30억엔(2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삼양재팬은 내년에도 불닭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더불어 불닭 외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나선다. 올해 2월 선보인 프리미엄 건면 브랜드 '탱글'이 대표적이다. 탱글은 지난해 삼양식품이 수출용을 만든 브랜드다. 한국식 파스타를 라면으로 만든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다만 이 시장 역시 아직 규모가 작아 아직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소개되지는 못했다. 삼양식품은 내년께 탱글의 패키지와 콘셉트를 리뉴얼하고 새로운 맛의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단백질 함유량을 늘린 제품도 출시해 건강에 관심이 높은 일본 고객들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삼양재팬은 '맵'을 통해 일본 국물 라면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맵은 최근 태국 시장에 먼저 론칭한 신규 브랜드다.
홍 법인장은 "좋은 품질과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으로 일본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겠다"며 "불닭을 현지에서도 사랑받는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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