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글로벌 밈 "여왕은 울지 않아"의 시작점…'기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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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졌고 영어 대사가 나온다는 점 때문에 미국 만화의 한 컷을 따온 것이 아닌가 싶지만, 실은 한국 웹툰 '기자매' 속 장면이다.
'기자매'는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오컬트 풍 개그 장르 웹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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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18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분만실에서 세상과 처음 마주한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지만, 엄마는 함께 눈물 흘리지도, 감동에 겨워 웃지도 않는다. 그저 냉랭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로 이렇게 속삭인다. "퀸 네버 크라이"(여왕은 절대 울지 않아).
그러자 갓난아기는 곧장 팔짱을 끼고 엄마의 표정을 따라 하며 도도한 '퀸'의 태도를 보여준다.
'퀸 네버 크라이'라는 문법에 맞지 않는 엉터리 영어 문장과, 쓸데없이 비장한 인물들의 표정 등이 맞물리면서 실소 짓게 만드는 이 장면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다.
숏폼 기반의 소셜미디어(SNS) 틱톡과 음성·영상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이 밈이 퍼졌고, 최근에는 한국에도 '역수입'됐다.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졌고 영어 대사가 나온다는 점 때문에 미국 만화의 한 컷을 따온 것이 아닌가 싶지만, 실은 한국 웹툰 '기자매' 속 장면이다.
'기자매'는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오컬트 풍 개그 장르 웹툰이다.
늘 까만 옷을 입고 다니며 노려보는 듯한 표정과 사백안(홍채가 작아 흰자위가 많이 드러나는 눈) 때문에 섬뜩해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뱀파이어도, 귀신도 아니다. 그저 날 때부터 기가 센 여자들일 뿐이다.
주인공은 기씨 집안의 네 자매다. 첫째이자 가부장적인 기장녀, 완벽주의자 둘째 기살교, 사고뭉치 셋째 기재림, 로맨티스트 막내 기제니는 성씨 그대로 기가 세고 인상이 험악하다.
홈스쿨링 중이던 막내 제니가 어느 날 길에서 마주친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를 따라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막내를 애지중지하는 언니들은 때로는 학부모 참관수업에도 참여하고, 홈 파티도 열어주면서 제니의 학교생활을 돕는다. 하지만 이들이 내뿜는 위압감 때문에 공개 수업을 하던 선생님이 얼어붙어 기억을 잃기도 하고, 놀러 온 친구가 기절하는 일도 벌어진다.
순정 만화와 공포만화, 개그만화를 쉴 새 없이 오가는 그림체, 클리셰(Cliché·진부한 표현이나 설정)을 모두 깨부수는 캐릭터와 서사가 '기자매'의 매력으로 꼽힌다.
먼저 주인공 제니는 인상이 험악하지만, 안경을 끼면 눈매가 조금 유순해 보인다. 실수로 안경이 벗겨지면 무서운 얼굴에 주변인들이 놀라 얼어붙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보통 순정 만화에서 여주인공은 안경을 쓰고 있을 때는 못생겨 보이지만, 안경을 벗을 때 미모가 드러난다는 설정과 반대인 셈이다.
제니를 좋아하는 동급생 허세호는 뚱뚱한 몸에 문신, 허세로 가득한 태도 때문에 학원물 속 전형적인 악역이 아닌가 싶지만, 수학 시험 돕기, 같은 동아리 들어가기 같은 건전한 행동으로 제니의 환심을 사려 한다.
음침한 기 자매에 더해 외향적이고 끼가 넘치는 끼씨네 네 형제, 엉터리 영어를 섞어 쓰며 여왕벌처럼 구는 미국 LA 퀸 패밀리 등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종잡을 수 없이 굴러간다.
기본적으로는 개그 장르지만, 가족애 등 따뜻한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강한 캐릭터를 내세워 웃기고 때로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2005년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와도 닮았다.
이 웹툰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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