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강여름 작가 "그림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 되고파"[만화iN]
대학 애니메이션 졸업작품 웹툰 버전으로 연재
"애니, 회화, 만화웹툰, 그림 등 한계 두고 싶지 않아"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하고는 잠깐 용돈벌이 한다고 한 것이 방송 삽화 그림 작가로 10년 넘게 일했어요. 책 표지 그림도 그리며 방송·출판 업계에선 이름 좀 알려졌는데, 계속하다가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걸 못할 것 같더라구요."
카카오웹툰에서 '힐링 웹툰'으로 소문난 판타지 로맨스 '레인보우'(RAINBOW) 강여름(본명 강희경) 작가는 장르 만화 레이블 '즐겨찾기' 리더였던 마영신 작가의 눈에 띄어 웹툰 작가로 데뷔했다.
웹툰 '레인보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졸업 작품을 각색해 동명 웹툰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지도에도 없고 위성에도 잡히지 않는 숨겨진 파라다이스 '무지개섬'에 가기 위해서는 이 섬을 지키는 파란 히어로 '무지개'가 알려주는 시간 대에 접근하거나 자연의 시간에 우연히 이 곳을 지나는 경우에만 진입할 수 있다.
평온한 행복을 즐기는 무지개섬의 평범한 훌라 걸 '김순이'와 '무지개'의 알콩달콩한 로맨스가 펼쳐지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소울시티 히어로 '오로라'가 갑작스럽게 등장하며 이들의 운명은 새로운 전개로 나아간다. 너무나 다른 이 세 명이 만들어가는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다.
유럽 스타일 만화나 부드러운 색채, 이국적인 그림체로 일찌감치 '힐링 만화'로 추천되는 '레인보우'는 실제 자극적이지 않다. 평화로운 섬에서 따뜻한 바람이 콧등을 간지럽히듯 로맨스를 펼쳐나가며 독자들의 마음에 '편안한 긴장감'(?)을 준다.
강 작가는 작품 연출에 있어 "과감하고 수위가 높게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독자분들은 '동화 같다', '힐링 만화 잘 보고 간다'고 말해 놀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강 작가는 한 독자분이 "청량한데 따뜻하고 화려한데 정감 간다"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너무나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원래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너무 교양 같은 내용은 경계한다는 강 작가는 "'레인보우'는 따뜻한 색감이나 그림체를 가지면서도 그 깊숙한 곳에는 적당한 긴장감이나 좀 더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서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 속에 전개 될 시즌2와 시즌3를 함께 주목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이자 만화 동역자인 최영훈 작가는 "이 사람은 누가 봐도 착하고 순한 심성인데 '센 언니'가 로망이에요.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피어싱도 하고 징 박힌 가죽자켓, 호피무늬도 입는데, 오히려 티를 안내요. 그런 성격이 그림에서도 과장하지 않으려는 특징들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다.
최 작가는 한 이탈리안 식당 식재료로 깨어난 절임 올리브가 다른 식재료들과 화려한 액션 대결을 펼치며 식당을 탈출하려는 생존 이야기 '존 올리바'를 그리며 강 작가의 연재 작업도 돕는다.
아기자기한 로맨스와 얕은 긴장감을 던지지만 독자들은 '힐링하고 간다'는 웹툰 '레인보우' 강여름 작가를 노컷뉴스 [만화인]이 만났다.
세고 강렬하게 그렸다 싶었는데 독자 댓글은 "힐링 만화 잘 봤다"
▶'레인보우'의 그림체가 이국적이고 동화 같다는 평이 많은데.
= '레인보우'는 대학시절 웹툰으로 기획했다가 졸업작품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각색한 웹툰이다. 댓글에도 동화책 그림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처음에는 왜 그런 평가를 해주시는 지 몰랐다. 히어로 '무지개'는 원래 '김순이'처럼 동글동글한 캐릭터였다.
장르 만화 레이블 '즐겨찾기' 리더였던 마영신 작가를 통해 웹툰 데뷔를 하게 됐는데, 카카오웹툰과 마 작가님이 로맨스인데 독자들이 어디에 감정이입을 해야할 지 애매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남자주인공을 좀 더 샤프하고 남성적으로 변주를 했다. 원작 캐릭터를 유지하고 싶었는데, 막상 캐릭터가 바뀌니까 나부터 남자주인공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훨씬 잘 됐다. 연재를 본격 시작하면서도 반응도 좋았다. 돌이켜보면 원작 캐릭터대로 했으면 독자들도 안 보고 동화책처럼 따뜻한 이야기만 될 뻔 했다.
▶올해 8월부터 '레인보우' 연재를 시작했다. 첫 데뷔작인데 소감은?
= 작품 기획을 하고 연재를 풀어가면서 내가 이런 만화 연출을 좋아하는 구나를 느꼈다. 평범한 클리셰를 선호한다는 것을 이번 만화를 연재하면서 알았다. 다만 독자들이 원하는 스토리를 지향하되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다른 배경이나 세계에서 색다른 캐릭터들이 마주한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법을 달리 해나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이세계에서의 로맨스 성장물인 것 같다. 매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학번으로 보면 웹툰 데뷔가 다소 늦은 편인데?
= 어린 시절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다. 만화잡지 윙크, 아이큐점프, 슬램덩크, 드래곤볼 등을 보며 꿈을 키웠는데, 대학 진학할 때 애니메이션이 만화랑 같다고 생각하고 한예종 애니메이션과에 진학했다. 그런데 너무 다른 분야더라. 그런데 애니도 동적인 만화라는 특성이 있다 보니 재밌고 매력이 있었지만 혼자서 만들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다.
졸업 후 회사나 조직에 들어가면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힘들 것 같아서 마침 웹툰 시장이 막 성장하던 때라 도전하려고 했다. 수많은 도전 작가들 사이에서 데뷔 경쟁은 치열했다. 당장 입에 풀칠해야 하니까 삽화 작가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주로 TV방송프로그램에 삽입되는 그림 삽화였는데, 하다 보니 이게 너무 잘 되니까 10년 정도 이 일을 하면서 만화가에 도전할 틈이 없었다.
▶장르 만화 활동을 하다 데뷔한 건가?
= 남편 최영훈 작가가 애니메이션 일도 하면서 '쾅코믹스'라는 독립출판만화 레이블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줌마들' 마영신 작가가 카카오웹툰과 장르 만화 확대를 위해 독립만화계나 다양성 작가들을 발굴하던 중 남편이 내 작품에 대해서도 소개하면서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마 작가님 통해서 카카오웹툰 연재까지 이어질 수 있었고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만화가로 데뷔할 수 있었다.
▶삽화·책 표지 작가에서 웹툰 작가로 전환 했는데, 달라진 점이 있나?
= 웹툰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만화를 많은 사람들이 마냥 좋아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 '레인보우'에 대해 편안하고 힐링에 포인트를 둔 힐링물 만화라는 평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사실 나는 단 한번도 이 만화가 힐링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무척 놀랐다.
사실 히어로물이면서 노출이 좀 있는 야한 만화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독자분들은 주인공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힘이 된다면서 힐링과 성장을 이야기 하시니까 독자분들의 시선과 내가 보는 시선이 달랐구나 깨달았다. 그래서 너무 돈이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가되 독자분들이 원하는 클리셰를 담아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은 온전히 독자분들의 몫이구나를 생각하게 됐다.
▶웹툰 작가로 전향하면서 형편은 좀 나아졌나?
= 사실 2년 전부터 남편과 방송 삽화, 책 표지 그림 작가를 그만하고 더 늦기 전에 웹툰 시장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웹툰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을 때였다. 곧 있으면 웹툰 시장은 작가나 작품 공급이 과잉 상태라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 삽화, 책 표지 그림 일을 끊었는데, 꿈은 이뤘지만 막상 웹툰 연재만으로는 수입이 부족해 최근 남편이 다시 방송프로그램 삽화 일을 병행하고 있다. 모아놨던 돈이 서서히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면서다.
사실 웹툰 회당 원고료로 보면 책 표지 그림이 2배 정도 더 많다. 아무래도 웹툰 작가로는 신인이라서 연재료가 낮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만화를 그리는 일이 즐겁다. 돈을 버는 다른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남편과 함께 각자 하고 싶은 만화 작품을 독자분들께 계속해서 선보이는 게 우리의 목표다.
▶해외에서는 만화도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로 확장되고 있다.
= 웹툰을 연재하면서 확실히 웹툰은 그림보다 역시 스토리 중심이구나를 느낀다. 저를 웹툰 만화가로 규정 짓지 않고 그래픽노블 크리에이터와 같은 확장된 형태의 그림·스토리 작가로서 확장성을 고민하고 있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평소 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 물감을 이용한 회화 작업 하는 걸 좋아한다. 한 때는 회화와 만화가 그 특성이 너무 달라서 뭔가 한쪽에 안 좋은 영향을 줄까 작업 습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오히려 크로스오버가 되면서 양쪽에 모두 장점을 주는 것 같아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하지 않고 서로 다른 영역의 장점을 취하는 융합시대가 각광을 받고 있지 않나.
▶'레인보우'의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 방향은 해피엔딩일까?
= '레인보우'는 시즌3까지 총 180화가 계획이 되어 있다. 시즌1은 현재 순이와 무지개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순이와 무지개의 아기자기한 관계 속에서 뭔가 일이 터지려는구나 하는 긴장감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순이와 히어로인 무지개가 어떻게 해서 만나게 됐는지도 알 수 있다. 총 40화 예정이다.
전체적으로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서로의 관계 속에서 서로 좋아하면서 한편으로는 열등감을 느끼고, 주변의 구설수에 힘들어하거나 히어로는 평범하게 태어나지 않아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왜 쉽게 다가설 수 없는지,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성장해간다. 서로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해법을 찾아가는 로맨스 판타지 성장물의 새로운 클리셰를 그릴 예정이다.
▶앞으로 그리고 싶은 만화나 차기작 기획이 있다면?
= '레인보우'는 사실 20대 때 만든 작품이다. 그 시절에 느꼈던, 그때의 풋풋했던 느낌을 담아낸 이야기다. 차기작은 내가 30대 느꼈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한다. 아직 기획단계 수준인데, 1920년대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나가 쓴 책을 현대의 한국인 한나가 보게 되면서 서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시간이 또 지나면 40대 시절의 감성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도 그려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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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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