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위기"라지만…조국 없는 조국혁신당, 앞날은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현실이 됐다. 혁신당은 창당 당시부터 대표 궐위 사태를 충분히 대비해왔다며 '변함없는 의정활동'을 예고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조 전 대표가 가졌던 상징성과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혁신당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통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12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과 600만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조 전 대표는 2년간 수형 생활을 하게됐다.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판결 즉시 의원직을 잃었고, 피선거권도 향후 5년간 제한된다.
당대표이자 유력 대선 주자가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임에도 혁신당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뭉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조 전 대표의 궐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 아래 개정한 당헌·당규에 따라 김선민 수석최고위원이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았고, 비례의원직 승계 작업에도 곧장 나섰다.
신장식 혁신당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 직후 SNS(소셜서비스)에 "조 대표는 영어의 몸이 되지만 혁신당은 흔들림 없이 할 일을 하겠다"고 썼다. 조 전 대표도 곧장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당은 후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당은 허술한 정당이 아니다. 창당 때부터 비판과 조롱이 있었으나 모두 견뎌온 탄탄한 당"이라며 "혁신당은 초심과 지향 그대로, 굳건한 발걸음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조 전 대표의 공백이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내부 결속을 챙기는 것으로 해석됐다. 야권 관계자는 "정당명에 조 전 대표 이름이 들어갈 정도로 조 전 대표는 곧 혁신당의 정체성이자 상징"이라며 "혁신당 입장에서는 조 전 대표의 유지와 당의 정체성을 책임 있게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혁신당이 조 전 대표 없이 이전과 같은 존재감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혁신당에 조 전 대표를 대체할 만한 구심점, 또는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는 정당이 존재감을 갖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보통 소수 정당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22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어) 혁신당이 캐스팅보터로서 역할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혁신당이 민주당과 합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 속에 합당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치평론가는 "조기대선이 열리게 되면 혁신당 입장에선 대선 주자가 마땅치 않다"며 "민주당이 진보 진영 내 지지를 확고히하기 위해 혁신당을 흡수통합하려 할 수 있다"고 했다. 혁신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소외된 비명(비이재명)계 세력과 힘을 합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혁신당은 민주당과의 흡수합병설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혁신당 관계자는 "조 전 대표의 부재가 혁신당에 대단히 큰 손실인 점은 틀림없다"면서도 "예상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대법원 선고가 조금 앞당겨진 것 외에는 당이 동요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 전 대표 대법원 선고로) 당원과 의원들은 더욱 뭉치고 있고, 당원 입당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찰청으로부터 형 집행을 촉탁받아 조 전 대표에게 13일까지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조 전 대표가 출석 연기를 요청하고, 검찰이 이를 허가할 경우에 최대 3일을 미룰 수 있는 만큼 조 대표는 늦어도 오는 16일에는 수감될 것으로 보인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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