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름답고, 사람들이 좋아해서…사라지다[멸종열전]
미국 애니메이션 ‘리오’의 실제 모델
멸종 이유, 불법 포획 탓 만은 아니다
서식지인 아마존의 생태 파괴도 영향
소고기 집착하는 인류를 먹이기 위해
잘려나가 콩밭·목초지로 바뀌는 밀림
생물다양성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밀렵꾼들은 아기 새 블루를 사냥해 미국으로 밀반출시켰다. 하지만 운송 트럭이 사고를 당하였을 때 린다라는 소녀가 블루를 발견하여 친구이자 가족처럼 키웠다. 블루는 린다의 조용한 서점에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지만 야생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새로서의 본능은 거의 잊었다. 날지도 못한다. 어느날 브라질의 조류학자가 린다를 찾아왔다. 그는 블루가 세계에 남아 있는 마지막 수컷 스픽스마코앵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린다는 블루와 함께 브라질로 갔다. 마지막 남은 암컷 스픽스마코앵무 주얼과 교배시켜 종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2011년 미국 애니메이션 <리오>는 이렇게 시작한다. 당연히 그 후에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 과정에 블루가 자신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을 무렵, 다시 나타난 밀렵꾼들과 대결을 펼쳐야 했다. 결국 블루는 극적인 순간에 날기에 성공하여 밀렵꾼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블루가 자신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깨닫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밀렵꾼을 물리친 블루와 주얼은 야생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영화는 블루가 자신을 키운 린다와 자신의 짝인 주얼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며 새로운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스픽스마코앵무의 학명은 시아노프시타 스픽시이(Cyanopsitta spixii). 시안(cyan)은 푸른색, 프시타(psitta)는 앵무, 스픽시이는 브라질 탐사 중 앵무새를 처음 기록한 독일 출신 박물학자 요한 밥티스트 폰 스픽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러니까 “스픽스가 기록한 푸른 앵무새”라는 뜻이다.
여기서 잠깐! 앵무와 금강앵무는 어떻게 다를까? 앵무새는 앵무과, 코카투과, 뉴질랜드앵무과 등 3개 과에 이르는 광범위한 그룹인데, 총 90~100개 속에 이른다. 앵무과 아라(Ara) 속에 속하는 금강앵무는 70~100㎝에 이르는 커다란 크기, 화려한 색깔, 강력한 부리, 높은 지능이 특징이며 주로 남아메리카에 서식한다. 스픽스마코앵무도 앵무과에 속하는 아름다운 앵무새이지만 시아노프시타 속으로 금강앵무와는 계통이 다르고 몸길이 55~57㎝, 체중 300~400g의 중형 앵무다. 화려하기보다는 우아한 푸른색 깃털로 유명하다. 작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데 포획 상태에서는 사람과의 유대 관계를 잘 형성한다.
많은 이들이 애니메이션 <리오>에 감동받았다. 스픽스마코앵무의 아름다운 깃털과 생기 넘치는 모습은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애니메이션 속의 블루는 자유와 사랑을 찾는 여정 속에서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리오와 주얼의 실제 모델인 스픽스마코앵무는 이미 2018년에 야생에서 멸종했다.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19세기 초 발견되자마자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새가 되었다. 20세기 말에는 무게당 가격이 헤로인 가격보다 비쌀 정도로 치솟아 한 마리가 4만달러를 호가했다.
물론 불법 포획만으로 절멸에 이른 것은 아니다. 인간이 벌목과 농경지 확장을 위해 밀림을 개척하여 이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스픽스마코앵무의 멸종을 흔한 슬픈 이야기 중 하나로 넘길 수는 없다. 인류세라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대멸종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스픽스마코앵무는 아마존이라는 생물다양성의 보고 속에서 살아가던 수많은 종 가운데 하나였으며, 이들의 멸종은 생태계 전체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음을 경고한다.
아마존 밀림은 지구의 □□?
독자는 이미 □□ 안에 ‘허파’라는 두 글자를 넣었을 것이다. 아마존은 우리가 숨을 쉬기 위해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아마존 밀림은 산소를 대규모로 생산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숲 자체가 소비한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지만, 밤이 되면 나무도 호흡하면서 산소를 소비한다. 그리고 나머지 산소는 밀림에 사는 다른 생물들이 숨을 쉬는 데 소모된다.
아마존이 지구 대기 중 산소 농도에 기여하는 비율은 거의 0%에 가깝다. 아마존 밀림이 없어도 우리가 숨을 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는 이미 수백만년어치가 대기 중에 존재하며, 지금도 산소는 대부분 바다에서 만들어진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막대한 산소를 생산하고 이것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마존 밀림이 없어져도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아마존의 가치는 산소 생성이 아니라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탄소를 저장하며, 지구기후를 안정화하는 데 있다. 특히 생물다양성은 지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아마존에는 전 세계 생물종의 약 10%가 서식한다. 이는 모든 대륙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수백만종의 동물, 식물, 곤충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미생물이 이곳에 살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유종이다.
스픽스마코앵무 역시 아마존 밀림의 강변 삼림에 의존하며 살아가던 고유종 가운데 하나였다. 고유종들은 단순히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 생태계의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스픽스마코앵무는 브라질 북동부의 카팅가 지역의 강변 삼림지대에서 주로 살고 있는 카라비아나무(Tabebuia caraiba)에 의존하여 살았다. 스픽스마코앵무는 카라비아나무 구멍에 둥지를 틀었고, 씨앗과 열매를 먹이로 삼았다. 스픽스마코앵무는 카라비아나무 열매 씨앗을 퍼뜨려 숲의 재생을 돕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이런 역할을 하는 종이 사라지면 생태계 전체에 연쇄적인 영향이 발생한다. 한 종의 멸종은 그 종과 관계를 맺고 있던 다른 생물에게도 영향을 미쳐 생태계의 균형을 뒤흔들게 된다. 아마존은 단순히 생물들이 많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며 생태계의 안정성을 지키는 거대한 연결망이다. 스픽스마코앵무의 멸종은 생태계 전체가 점차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파괴되는 서식지…살 곳이 없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여섯 번째 대멸종, 인류세를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 대멸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서식지 파괴다. 현재 아마존은 개발과 파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대규모 벌목, 농경지 개발, 목축지 확장 과정에 숲이 끊임없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소고기 생산과 콩 재배를 위한 아마존 벌채 면적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22년 한 해에만 1만㎢ 이상의 숲이 파괴되었다. 가로, 세로 100㎞의 면적이다. 남한 전체 면적의 10%에 해당한다. 하루에 축구장 3000개 면적이 사라진 셈이다. 이 가운데 65%가 소 방목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픽스마코앵무의 주요 서식지였던 브라질 북동부 강변 삼림 역시 개발과 농업 확장을 위해 빠르게 파괴되었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이 지역은 농경지와 목초지로 전환되었고 숲의 면적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강 주변에 위치하지만 전반적으로 건조한 반건조 환경의 독특한 생태계를 ‘강변 건조 삼림(Riparian dry forest)’이라고 한다. 강변 건조 삼림은 스픽스마코앵무가 서식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서식지의 파괴는 곧 멸종으로 이어졌다. 스픽스마코앵무의 멸종은 단지 한 종의 상실이 아니라, 인간 활동이 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아마존은 여전히 지구 생태계에서 중요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방파제가 무너지면, 대멸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생물다양성은 지구 생태계가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한 종의 멸종이 연쇄적으로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픽스마코앵무는 야생에서 멸종했다. 하지만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개체들이 있다. 브라질 정부는 개인 소유자들의 협력을 받아 2018년부터 60여마리를 관리하게 되었다. 정부는 근친교배를 통해 스픽스마코앵무를 2022년에는 180마리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22년 6월 이 가운데 여덟 마리를 카팅카 보호구역에 방사하였다.
브라질 정부는 스픽스마코앵무의 복원 프로젝트를 위해 앞으로도 긴 시간 동안 많은 자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픽스마코앵무가 의존하던 서식지가 이미 대부분 파괴되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서식지가 없는 상태에서 복원된 개체들이 야생에서 생존하기는 극도로 어렵다. 애니메이션 <리오> 속의 블루는 결국 해피엔딩을 보여주었지만, 실제는 자신이 날 수 있는지조차도 몰랐던 시절의 블루가 오히려 더 현실에 가깝다.
스픽스마코앵무의 멸종이 단순히 하나의 종이 사라진 슬픈 이야기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인류가 자연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명확한 경로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인류세의 멸종은 자연적인 멸종, 즉 배경 멸종 속도의 수백에서 수천 배에 이르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원인은 서식지 파괴뿐만 아니라 과도한 자원소비, 기후변화, 그리고 오염 같은 인간 활동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만약에 인류세가 인간의 활동이 아니라 화산 폭발, 대륙 이동 또는 운석 충돌 같은 자연적인 원인으로 발생했다면 우리는 속수무책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에서 기인한 것이니 그 해결법도 간단하다. 우리만 변하면 된다. 스픽스마코앵무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다른 종들의 이야기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서식지 보전, 지속 가능한 자원 이용, 그리고 국제협력을 통해 대멸종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스픽스마코앵무의 멸종은 단순히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를 강력히 일깨워준다. 우리가 아마존 밀림을 지키고, 서식지 파괴를 막지 않는다면, 또 다른 스픽스마코앵무들이 뒤따를 것이다.
이제는 행동할 때다. 스픽스마코앵무가 남긴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미래 세대에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지구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길이다. 그렇다면 당장 무엇을 할까?
스픽스마코앵무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애니메이션은 그 원인을 밀렵꾼에게 돌렸다. 하지만 밀렵꾼은 오히려 작은 문제에 불과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를 키우기 위해 서식지를 없앤 것이다. 이미 지구에는 농경지보다 두 배나 넓은 목초지가 있다. 분명하다. 우리가 소고기에 집착하는 한 야생동물의 연쇄적인 멸종은 피할 수 없다.
■필자 이정모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고 있는 인류가 조금이라도 더 지속 가능하려면 지난 멸종 사건에서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연세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생화학을 공부하고 독일 본대학교에서 유기화학을 연구했지만, 박사는 아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울시립과학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대중의 과학화를 위한 저술과 강연,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과학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살아 보니, 진화> <달력과 권력> <공생 멸종 진화> 등을 썼다.
이정모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 서는데 장돌뱅이가 안 가느냐”…조기 대선 출마 공식화한 홍준표
- ‘계엄 특수’ 누리는 극우 유튜버들…‘슈퍼챗’ 주간 수입 1위 하기도
- “비겁한 당론은 안 따라”···김상욱·김예지·조경태·한지아, 헌법재판관 선출안 표결 참여
- 오세훈, 윤석열 탄핵·수사지연 “옳지 않다”…한덕수에 “당당하려면 헌법재판관 임명”
- [Q&A]“야당 경고용” “2시간짜리” “폭동 없었다” 해도···탄핵·처벌 가능하다
- [단독]김용현, 계엄 당일 여인형에 “정치인 체포, 경찰과 협조하라” 지시
- 혁신당 “한덕수 처, ‘무속 사랑’ 김건희와 유사”
- 병무청, ‘사회복무요원 부실 복무’ 의혹 송민호 경찰에 수사 의뢰
- ‘믿는 자’ 기훈, ‘의심하는’ 프론트맨의 정면대결…진짜 적은 누구인가 묻는 ‘오징어 게임
- 박주민 “어젯밤 한덕수와 통화···헌법재판관 임명,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