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의 혼혈, 발생 시간 찾았다

이병철 기자 2024. 12. 1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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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두 인류 혼혈 기간 1~2만년 추정
유전자 분석 결과 4000년으로 단축
인류의 전 세계 이주 경로 규명에 단서
독일 라니스와 체코 즐라티 쿤에서 발견된 인류 조상의 상상도. 이들의 두개골은 같은 인구 집단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에 정착했다. 이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네안데르탈인과 처음 혼혈이 이뤄진 시기를 특정했다./톰 비요크룬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우리에게 들어온 시기가 명확해졌다. 지금까지 네안데르탈인은 4만 년 전 멸종하기까지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 1~2만년 공존하면서 그 사이 피를 섞었다고 추정했다. 이번에 혼혈이 발생한 시간 범위가 수천년 단위로 훨씬 줄었다. 고인류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우리 조상이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경로를 보여주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레브 쉬머(Arev Sümer)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이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1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의 혼혈이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다소 늦은 약 4만9000년~4만5000년 전 이뤄졌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의 친척 중 하나로 40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에 먼저 정착했다. 나중에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기 시작한 4만7000만~6만5000년 전 유럽 지역에서 만나 공존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현생 인류의 조상이 네안데르탈인과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은 유전자에서 확인된다. 오늘날 인류의 유전자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2%가 네안데르탈인에서 유래했다. 두 종이 서로 피를 섞었고 그 흔적이 여전히 세포 유전자에 남아 있다는 의미다.

드물지만 과거 인류의 화석에서도 혼혈 증거를 찾았다.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의 혼혈 증거는 불가리아 바초 키로 동굴에서 발견한 4만5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유골이 대표적이다. 이 유골에는 최소 10세대 이상 지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있었다. 이 때문에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의 혼혈이 이뤄진 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최초의 이종교배는 4만7000년~6만5000년 전 사이에 일어났다고 추정됐다.

체코에서 발견된 즐라티 쿤의 두개골. 즐라티 쿤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인 가장 오래된 흔적이지만, 어떤 인구 집단에 속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마렉 얀택(Marek Jantač), 피터 벨레민스키(Petr Velemínský)

연구진은 독일 동부 라니스 지방에서 고인류의 뼛조각을 발견했다. 뼛조각의 연대는 약 4만1000~4만9500년 전으로,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으로 추정됐다. 다만 당시 이들이 유럽에 있던 다른 집단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들이 네안데르탈인과 동유럽 지역에 살았던 인류 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기 위해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했다. 이와 함께 체코 즐라티 쿤에서 발견된 4만5000년 전 인류의 유전자와 비교했다. 즐라티 쿤의 화석은 1950년 발견된 여성의 두개골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초기 혼혈의 증거로 인정 받고 있다. 다만 어떤 집단에 속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유전자 분석 결과, 독일 라니스에서 발견된 뼈조각은 즐라티 쿤 두개골과 함께 아프리카를 처음 벗어난 호모 사피엔스의 초기 집단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들의 유전체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두 집단의 혼혈이 처음 발생한 시기를 찾았다.

호모 사피엔스에 들어온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짧아지는데, 그 길이를 비교하면 처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인 시기를 알 수 있다. 이들에서 섞인 지 얼마 안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두 인류 종의 혼혈이 나타난 시기는 약 4만9000년에서 4만5000년 전 사이로 추정했다. 지금까지 두 인류가 공존하면서 혼혈이 나타난 범위가 2만년 가까이 넓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좁혀졌다.

연구진은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고인류와 현대인 334명의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도 발표했다. 4만5000년부터 2200년 전까지 살았던 고인류 59명과 현대인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분포를 조사했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호모 사피엔스에 섞이고 진화한 과정을 역추적하면 혼혈이 처음 나타난 시기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연구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에 두 인간 종의 혼혈이 등장했다고 확인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나온 연구 결과는 짧은 시간 동안 아프리카를 떠난 특정 초기 집단만 네안데르탈인과 피를 섞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쉬머 연구원은 “아프리카를 빠져 나온 초기 인류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볼 수 있는 연구 결과”라며 “여러 차례에 걸쳐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혼혈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초기 인구 집단에서 한 차례 혼혈이 이뤄졌고,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8420-x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q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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