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유니버스’의 힘… 웹툰서 못 보여준 ‘사람 이야기’ 확장[선넘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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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끝나지 않아요. 이곳은 어디입니까."
어두운 밤 골목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작은 조명가게 안.
강풀 작가가 2011년 연재한 동명의 웹툰에서 형사는 조명가게에 들어와 망가진 전구를 입수하는 역할만 하는 단역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 작가가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웹툰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풀어낼 수 있게 됐다"고 했듯 섬세한 감정 묘사가 더해진 것이 신작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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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가게 주인, 영웅 역할 맡고… 웹툰서 단역인 형사는 주연 격상
다른 웹툰 등장인물들 적극 활용… 섬세한 감정묘사 더해져 매력 발산
화려한 액션 없지만 따뜻한 작품

어두운 밤 골목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작은 조명가게 안. ‘형사’(배성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조명가게 주인’(주지훈)에게 묻는다. 형사는 매일 범죄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상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어두컴컴한 밤이 끝나지 않는 것. 더군다나 조명가게 주인이 막 타준 커피에선 뜨거움이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형사가 갇힌 곳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다. 형사가 모종의 사건을 겪은 뒤 산 자와 망자가 교차하는 경계에 온 것이다. 형사는 절규하듯 조명가게 주인에게 말한다. “이곳을 헤매다가 내 몸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가 이상한 건지 이곳이 이상한 것인지 알아야겠습니다.”
이달 4일 공개를 시작한 뒤 디즈니플러스 TV쇼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조명가게’는 형사의 역할이 커진 것이 특징이다. 강풀 작가가 2011년 연재한 동명의 웹툰에서 형사는 조명가게에 들어와 망가진 전구를 입수하는 역할만 하는 단역에 불과하다. 반면 강 작가가 각색을 맡은 드라마에서 형사는 노인 사망 사건을 조사하다 연쇄 살인범을 쫓고,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힌 인물들을 만나며 비밀을 적극적으로 풀어간다. 주연으로 격상한 셈이다.

이처럼 강 작가가 다양한 인물의 서사를 쉽게 확장하는 건 ‘강풀 유니버스’ 덕이다. 웹툰 초창기부터 활동하며 수십 편의 작품을 쌓아온 자신의 지식재산권(IP)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미국 마블 스튜디오가 프랜차이즈 세계관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구축해 여러 작품과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하다. 강 작가는 지난해 11월 ‘2023 웹툰 잡 페스타 토크콘서트’에서 “강풀 유니버스의 발전은 그 (웹툰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확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조명가게 주인의 외양과 역할도 변했다. 조명가게 주인은 웹툰에서 맨눈으로 등장하지만, 드라마에선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특히 드라마에서 조명가게 주인이 선글라스를 벗을 때마다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이들이 도망가곤 한다. 눈이 지닌 모종의 능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영웅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물들의 전사(前事)가 자세히 담긴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면 형사가 범죄자를 쫓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그 사이 형사의 아내가 유산한 뒤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비추며 형사에게 늘 떠난 자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형사의 아내가 유산 후 “모자도 떠 놓고 신발도 떠 놓고 이름도 짓고 태명도 있었는데…”라며 절규하고, 형사가 끊임없이 “미안해”라고 사과하는 장면은 절절함을 더한다.
강 작가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 지난해 8월 공개 뒤 화제를 모은 드라마 ‘무빙’처럼 화려한 액션은 없다. 하지만 강 작가가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웹툰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풀어낼 수 있게 됐다”고 했듯 섬세한 감정 묘사가 더해진 것이 신작의 매력. 연말에 어울리는 ‘서늘하지만 따뜻한’ 작품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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