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지연된 단죄… 조국, 그 사이 黨 만들고 의원도 됐다
기소 5년 만에 대법서 유죄 결론
의원직 즉각 상실, 5년 피선거권 제한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2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2019년 12월 기소된 지 5년 만에 나온 사법부의 최종 결론이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이날 조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대표는 의원직을 곧바로 잃었고, 정당법에 따라 당원 자격도 상실해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형을 마친 후에도 조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 직후 “신속하게 형을 집행할 예정”이라며 조 대표에게 13일까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이르면 하루 만에 수감될 전망이다. 그러나 조 대표 측은 당대표직 인수인계, 당무위원회 참석 등 신변 정리 시간이 필요하다며 출석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상 최대 3일 내 연기가 가능해 늦어도 16일에는 수감될 전망이다. 14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에는 조 대표의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하는 백선희 당 복지국가특별위원장이 참여하게 된다.
앞서 조 대표는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 구속은 되지 않았다. 이후 조 대표는 피고인 신분으로 신당을 창당하고 총선에 출마하는 등 정치 활동을 이어왔다. 법조계에서는 “지연된 정의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 대표는 이날 선고 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선고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나는 잠깐 멈춘다. 그러나 이는 결코 조국혁신당의 후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조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뒤 2020년 총선 기간 “실제 인턴을 했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됐다.
12일 오전 11시 45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상고심 선고가 진행된 대법원 2호 법정. 대법원 3부의 엄상필·오석준·이숙연 대법관이 입정했다. 이 대법관이 사건 번호 등을 확인한 뒤 “(검찰과 조 대표 측)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자, 방청석의 당 관계자와 지지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에 증거재판주의, 무죄 추정의 원칙, 공소권 남용, 검사의 객관 의무, 각 범죄 성립에 대한 법리 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5년여 만에 나온 것이다. 그 사이 조 대표는 국회의원에 당대표까지 됐다.
◇1심 끝나는 데만 3년 2개월 걸려
‘조국 사태’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 대표가 2019년 8월 법무장관에 내정되면서 시작됐다. 조 대표 내정 사실이 알려진 후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관련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검찰은 조국 일가를 상대로 압수수색 등 수사에 나섰고, 비슷한 혐의를 받은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먼저 기소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해 9월 조 대표에 대한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조 대표는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하다가 35일 만에 사퇴했다. 검찰은 그해 12월 조 대표를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표의 재판은 유독 지연됐다. 1심은 법원 내 진보 성향의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맡았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에서 “검찰 수사가 검찰 개혁을 시도한 조국에 대한 반격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김 부장판사가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말도 나왔다. 2021년 4월 김 부장판사가 돌연 휴직하면서 재판부가 바뀌었고, 1심은 결국 기소 후 3년 2개월 만인 작년 2월 끝났다.
재판부는 조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 관련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17년 민정수석실 내 특별감찰반에 유재수 전 부시장의 감찰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은 직권남용 혐의, 딸이 다니던 부산대 의전원에서 장학금으로 600만원을 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曺, 실형 받고 구속 안 되자 정치 활동
2심은 올해 2월 조 대표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조 대표는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놓고도 정치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지난 3월에 자신의 이름을 딴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당대표를 맡았고, 4월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지난 7월에는 99.9% 찬성률로 당대표 연임에도 성공했다. 조 대표는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이유로 선고 기일을 늦춰달라는 요청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조 대표는 즉시 의원직을 상실하고 이르면 오늘 수감될 예정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경우 2015년 8월 20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는데, 검찰과 협의를 거쳐 4일 뒤인 같은 달 24일에 서울구치소로 출석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재판을 지연하다 보니 결국 구속돼야 할 피고인이 사법 시스템을 조롱하듯 국회의원까지 되는 것 아니냐”며 “재판 지연의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구속 앞두고 “더 탄탄하게 돌아오겠다”
조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조국혁신당은 창당 때부터 비판과 조롱이 있었지만, 모두 견뎌온 탄탄한 당이다. 조국혁신당은 초심과 지향 그대로, 굳건한 발걸음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탄탄한 사람으로 돌아오겠다. 그때는 분명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글을 올렸다.
조국혁신당은 당분간 윤 대통령 탄핵에 당력을 집중하며 혼란을 추스른다는 방침이다. 궐위가 되는 당대표직은 지난 최고위원 경선 최다 득표자인 김선민 최고위원이 이어받는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 당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운영하고 윤석열 탄핵의 길에 큰 물결로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의 비례대표 의원직은 총선 당시 13번 후보자였던 백선희 당 복지국가특별위원장이 승계한다.
정치권에서는 조 대표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결국 민주당에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의 대권 주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 명으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 인사 중에는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이들도 많다. 다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모두 합당설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 중심으로 구축돼 있고, 조국혁신당은 친문(친문재인) 중심으로 뭉쳤다”며 “현재는 ‘윤석열 탄핵’이란 같은 배를 타고 있지만, 원래 결이 다르다. 별개의 당으로 계속 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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