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노래·작곡… “음악계 만능 선수 되기 위해 숙성 중”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표정 때문에 잊기 쉽지만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한국명 구교현·33)는 실은 매서운 자기 관리형이다. 지난 5일 인터뷰 당일 오전에도 그는 1시간 30분 동안 권투 도장에서 땀 흘리고 나왔다. 일요일을 빼면 하루도 거르지 않는 일과다. 그는 “바이올린 연습이 두뇌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일이라면, 권투는 몸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것 같다”고 했다. 키 180cm에 68~69kg. 지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1kg도 체중 변화가 없는 편이라고 했다. 그가 출연 중인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도 이런 모습이 공개되면서 ‘루틴 맨(routine man)’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철저하게 일상을 지킨다는 의미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가 ‘루틴’을 깨기 시작한 분야도 있다. 바로 작곡이다. 2022년 자작곡 ‘윌 유 비 마이 홈(Will you be my home)’을 불러서 가수로 데뷔하더니, 최근에는 소프라노 조수미를 위해서 ‘드림 오브 유(Dream of U)’라는 곡도 썼다. 그는 “예전부터 틈틈이 곡을 써보기는 했지만 다른 분을 위해서 작곡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내년 발표하는 정규 음반에도 자작곡들을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자작곡을 부르는 가수로 변신하고, 한국 데뷔 10주년인 후년에는 본업인 바이올리니스트로 돌아와서 클래식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니 구는 “평소 습관과 계획, 반성과 다짐 등을 빼곡하게 적어놓은 메모를 집 안 한쪽 벽에 붙여 놓았는데 쑥스러워서 아직 공개하지는 않았다”며 웃었다.
어릴 적부터 계획적인 성격은 아니었다고 했다. 비올리스트인 외삼촌의 영향으로 여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는 했지만, 분명 취미 생활에 가까웠다. 그는 “고교 시절까지 콩쿠르도 일절 참가한 적이 없었고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틈틈이 바이올린 레슨만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고교 여름방학 때 우연히 참가한 예술 캠프가 진로 변경에 큰 영향을 줬다. 그는 “시(詩)와 무용, 클래식과 재즈를 좋아하는 동급생 40여 명과 함께 5주 동안 협업하면서 발표회를 가진 경험이 잊히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뒤늦게 바이올린 전공을 결심했고 보스턴의 명문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 들어갔다. 이지혜·김다미·양인모(바이올린), 문태국(첼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연주자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대니 구는 “처음엔 쟁쟁한 한국 선후배들의 실력에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카페와 도서관 ‘알바’가 없는 날이면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 연습실에 틀어박혀서 연습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2016년 역시 한국계 비올리스트인 리처드 용재 오닐(46)이 이끄는 실내악 앙상블 ‘디토’의 객원 단원으로 참여하면서 한국 데뷔 무대를 가졌다. 2020년 한국에 홀로 건너와서 방송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노래 솜씨도 뽐냈다. 연말에는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등 전국 도시 6곳 순회 공연을 갖는다. 내년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아침 클래식 공연인 마티네 콘서트의 진행도 맡는다. 한국어로는 팔방미인, 영어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를 꿈꾸는 셈이다. 실제로 첼리스트 요요마와 조수미가 그의 음악적 모델이다. 대니 구는 “두 분은 연예인과 음악인의 영역을 아우르는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르네상스인(人)”이라며 “이분들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은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니 구(33)
화학을 전공한 미 유학생 부부의 외동아들로 태어난 재미교포 2세 바이올리니스트. 미 보스턴 음악 명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서 공부했고, 2016년 실내악 앙상블 ‘디토’를 통해서 국내 데뷔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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