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이었던 ‘짐치’가 ‘김치’로 잘못 바뀐 사연[권대영의 K푸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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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의 이름은 그 음식을 만들고 상에 올렸던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말에서 찾아 연구해야 한다.
그래서 '짐치'가 본래의 어원을 나타내는 맞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사람들은 '짐치'로 발음하면 '김치'가 구개음화된 것으로 잘못 인식하기에까지 이른다.
그러니 '짐치'로 발음하면 결국 촌사람이나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가짜인 '김치'로 일부러 발음하고,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촌사람 취급당하지 않으려고 '김치'로 열심히 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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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어원은 최세진이 쓴 훈몽자회(訓蒙字會)나 소혜왕후가 쓴 내훈(內訓)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딤ᄎᆡ’ 또는 ‘팀ᄎᆡ’이다. 이것이 시대적으로 ‘짐ᄎᆡ’, ‘딤치’, ‘짐치’를 거쳐서 오늘날 ‘김치’에 이르렀다.
한글이 창제되었을 당시 우리말 소리엔 ‘ᄎᆡ’와 같은 복모음이 많았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이러한 복모음은 단모음화해 ‘딤ᄎᆡ’에서 ‘딤치’가 되었다.
최종적으로 김치가 된 데는 18, 19세기에 심해진 구개음화(口蓋音化) 현상이 큰 역할을 했다. 구개음화란 ‘해돋이’를 ‘해도지’로 발음하듯이 구개음이 아닌 ‘ㄷ(d)’이나 ‘ㅌ(t)’이 ‘ㅣ(i)’ 모음 앞에서 구개음인 ‘ㅈ(j)’과 ‘ㅊ(ch)’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특히 남쪽 지방인 시골, 경상도와 전라도 지방에서 심했다. 두창경험방(痘瘡經驗方)에서 본 바와 같이 ‘딤치’의 ‘딤’이 구개음인 ‘짐’으로 바뀌면서 ‘짐치’가 된다. 영어 ‘트리(tree)’를 ‘추리’로 발음하는 것도 구개음화다. 심지어 남쪽 지방에서는 ‘기’가 ‘지’가 되는 구개음화 현상까지 나타나 ‘기름’을 ‘지름’이라 하고 ‘김 서방’을 ‘짐 서방’이라고 했다.
그러나 평양 등 관서, 북부 지방은 구개음화나 두음법칙에 대하여 변화에 둔한 편이었다. 관서 지방과 서울 사람들은 ‘기’가 ‘지’로 되는 구개음화에 거부감을 가졌고 구개음화를 하는지 안 하는지에 따라 서울 사람과 촌사람을 구별하기도 했다. 그래서 ‘짐치’가 본래의 어원을 나타내는 맞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사람들은 ‘짐치’로 발음하면 ‘김치’가 구개음화된 것으로 잘못 인식하기에까지 이른다. 그러니 ‘짐치’로 발음하면 결국 촌사람이나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가짜인 ‘김치’로 일부러 발음하고,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촌사람 취급당하지 않으려고 ‘김치’로 열심히 말하게 된다. 그리고 1936년에 서울 중류층 사람들이 쓰는 말이라 하여 ‘짐치’ 대신 ‘김치’를 표준어로 선택해 버린다.
이렇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어형을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되돌리기 위해 오히려 바른 어형을 잘못 고치는 것을 ‘부정회귀현상(不正回歸現狀·fausse r´egression·false regression)’이라고 한다. 어느 한국 학자들은 이를 과교정(過矯正·hyper-correction)이라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교정이 아닌 현상이고, 교정이라 하면 오교정(誤矯正·false correction)이다.
표준말은 본래 어원을 찾아 정해야 하는데 서울 중산층이 쓰는 말이라는 이유로 표준말을 만든 것도 일종의 오교정이라 하겠다. 김치는 결국 ‘딤ᄎᆡ → 딤치·짐ᄎᆡ → 짐치’를 거쳐 김치로 고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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