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한강, 영어로 말한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우리말 원문 공개

류원혜 기자 2024. 12. 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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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54)의 우리말 수상 소감이 공개됐다.

12일 문학동네는 "한강이 직접 쓴 우리말 원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한강은 전날(현지시간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약 3분 30초간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다음은 한강이 직접 쓴 우리말 수상 소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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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어판 출판사인 '나투르 오크 쿨투르'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54)의 우리말 수상 소감이 공개됐다.

12일 문학동네는 "한강이 직접 쓴 우리말 원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한강은 전날(현지시간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약 3분 30초간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다음은 한강이 직접 쓴 우리말 수상 소감 전문.
여덟 살 때의 어느 날을 기억합니다. 주산학원의 오후 수업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맹렬한 기세여서, 이십여 명의 아이들이 현관 처마 아래 모여 서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습니다. 도로 맞은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듯 그 처마 아래에서도 수십 명의 사람이 나오지 못하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발을 보며,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느끼며 기다리던 찰나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나와 어깨를 맞대고 선 사람들과 건너편의 저 모든 사람이 '나'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저 비를 보듯 저 사람들 하나하나가 비를 보고 있다. 내가 얼굴에 느끼는 습기를 저들도 감각하고 있다. 그건 수많은 일인칭들을 경험한 경이의 순간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문학을 읽고 써온 모든 시간 동안 이 경이의 순간을 되풀이해 경험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어라는 실을 통해 타인들의 폐부까지 흘러 들어가 내면을 만나는 경험. 내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을 꺼내 그 실에 실어, 타인들을 향해 전류처럼 흘려 내보내는 경험.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왜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것들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졌고, 지금도 던지고 있는 질문들입니다.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세계에서 우리가 끝끝내 인간으로 남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에 우리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이 행성에 깃들인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일인칭을 끈질기게 상상하는,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필연적으로 체온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들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폭력의 반대편인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문학을 위한 이 상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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