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급한 불’부터 끄기로? 내년 대규모 경기 부양 시사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11~12일 베이징에서 중앙경제공작회의(中央經濟工作會議)를 개최하고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통화정책 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기술 돌파’에 매진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기 하락 속 사회 혼란 가중과 트럼프의 귀환에 맞서 ‘급한 불’인 경제 회복에 당분간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매년 12월에 열리는 이 회의는 다음 해 양회(兩會)를 앞두고 중국의 경제 성장 목표와 경기부양책 등 중국 경제의 주요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를 비롯해 중앙·지방 고위 관료, 국영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내년에는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재정 적자율을 높이고,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과 지방정부 특별채권 발행·사용을 늘리며, 재정 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적당히 느슨한(適度寬松) 통화정책을 실시해 적시에 지급준비율과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부동산 시장과 자본시장을 안정시키고 주요 분야의 위험과 외부 충격을 해소해 경제의 지속적 회복을 촉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국이 14년 동안 유지해온 ‘온건한(보수적) 통화정책’ 기조를 ‘다소 느슨한 통화정책’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시진핑이 주재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2011년 이후 유지해온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변경했다. 중국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대적으로 사용했던 기준금리 인하 등 수단을 다시 적극적으로 동원해 침체된 경기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율 목표치도 올해보다 1%포인트 높은 4%로 올려 돈 풀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회의에서는 내년 경제 업무의 최우선 과제로는 ‘소비 진작’을 내세웠다. 과학기술 혁신과 함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내수 회복을 꼽은 것이다. 회의는 “전방위로 국내 수요를 확대하고 소비 진작을 위한 특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기술 봉쇄에 맞서기 위한 두 날개로 ‘기술 자립’과 ‘안보 강화’를 강조해왔는데, 지금은 경기 하락을 안보 위협 요소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이 적극적인 부양 의지를 드러낸 만큼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낮추지 않고 올해와 같은 ‘5% 안팎’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5년은 중국 14차5개년 계획(2021~2025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해이기 때문에 지도부 입장에선 ‘선전용 숫자’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지난 2020년 시진핑은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위해서는 매년 평균 4% 후반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수위가 높아질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에 대비하기 위해 ‘단결’을 강조한 메시지도 나왔다. 내년 경제 정책을 관통하는 6개의 지침 가운데 작년에 나왔던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발전 추구)·이진촉온(以進促穩·발전 통한 안정 촉진)·선립후파(先立後破·먼저 일으키고 나중에 수정)’ 외에 수정창신(守正創新·올바른 노선을 따르는 혁신), 계통집성(系統集成·통일되고 체계적인 개혁 추진), 협동배합(協同配合·긴밀한 협력을 통한 목표 실현)이 새로 추가됐다. 기존의 키워드는 ‘안정 속에 성장’을 강조했다면, 새로 제시된 키워드들은 국가의 지도 아래에서 ‘결집’과 ‘혁신’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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