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검찰적 사고’는 어디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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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3일, '윤석열 내란' 이후 미적대고 있던 검찰은 느닷없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법학자 오병두·한상희, 변호사 백민·백승헌·전수진, 시민활동가 이재근, 법조 기자 이춘재·정은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베테랑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검찰을 공부하고 토론한 결과를 묶은 책이 나왔다.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말은 더욱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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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3일, ‘윤석열 내란’ 이후 미적대고 있던 검찰은 느닷없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찰이 12월7일 방첩사령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을 때, 이를 뭉개던 검찰이 12월9일 직접 압수수색에 나선 까닭은? 무엇보다 검찰은 윤석열을 배출하고 협력해온 집단이 아닌가? 검찰은 윤석열을 수사할 자격이 있을까?
법학자 오병두·한상희, 변호사 백민·백승헌·전수진, 시민활동가 이재근, 법조 기자 이춘재·정은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베테랑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검찰을 공부하고 토론한 결과를 묶은 책이 나왔다. ‘검사의 탄생’(검찰연구모임 리셋 지음, 윌북 펴냄)은 검찰개혁을 중심에 둔 77가지 주요 질문에 답한다.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말은 더욱 실감 났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면서도 ‘검찰적 사고’를 바꾸지 않았고, 통치 방식은 검사가 특수수사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전현직 검사들이 대통령실 요직이나 장관 같은 고위직에 임명됐다. 2022년 초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안전운임제를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면서 파업했을 때, 윤 정부는 처벌 일변도로 대응했다. 의대정원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정치력’을 발휘한 타협은 없었고, 이분법적인 판단과 단죄가 이뤄졌다. 한편 ‘법꾸라지’처럼 법의 빈틈을 찾아 시행령으로 상위법인 법률을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저자들은 한국 검찰이 끈끈한 ‘검찰 패밀리’를 이룬다고 보았다. ‘전관’은 수사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다방면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현관’이 ‘전관’을 지원하는 건 투자에 속한다. ‘검찰 커뮤니티’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민정수석이나 법무부 장관이 되면 검찰과의 대립이 불가피했다. 서열과 남성 중심 문화는 스폰서의 돈을 필요로 했고, 검찰 내 괴롭힘이나 성폭력 사건 처리를 보면 검사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의 일탈’이라 비판한다.
이 무소불위의 권력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내란 사태를 겪는 지금, 검찰개혁에 힘이 실릴 수 있을까? 보수적인 검찰이 스스로 변화하긴 어렵고, 개혁은 시민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책이 나온 것도 이를 위한 시민의 강의록이자 참고서로 쓰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304쪽, 1만9800원.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21이 찜한 새 책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왕실의 특별한 순간들박정혜 지음, 혜화1117 펴냄, 7만원
‘조선시대 사가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양반가의 특별한 순간들’(2022)의 저자인 미술사학자 박정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궁중기록화를 살폈다. 조선 왕실에서는 일상과 의례를 보여주는 그림을 그렸고, 이는 한국 미술사의 독보적 장르가 됐다. 30년 연구의 결과를 원고지 5500장, 수록 도판 1천여 장의 대작으로 보여준다.
국가론밥 제솝 지음, 지주형 옮김, 여문책 펴냄, 3만3천원
국가이론의 석학, 밥 제솝이 내놓은 국가론의 결정체. 국가 형성부터 정치 질서의 위기 등 핵심 쟁점을 다룬다. ‘정상국가’ ‘예외국가’ 등의 의미를 분석해 2024년 말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을 쓴 옮긴이 지주형은 영국 랭커스터대학에서 밥 제솝의 지도를 받았다.
여성사, 한 걸음 더한국여성사학회 지음, 푸른역사 펴냄, 2만8900원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를 망라한 여성사 연구자 46명이 새로 쓴 여성사. “젠더링하고 퀴어링하고 크리핑하라!”(김은경)라는 첫 글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한 걸음 더’ 나아간 ‘여성사’ 연구의 현재를 만날 수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적 양육과 모성, 유럽의 종교개혁, 한국의 고대와 근현대 여성사까지.
서바이벌리스트 모더니티김홍중 지음, 이음 펴냄, 2만3천원
‘마음의 사회학’ ‘사회학적 파상력’ 등을 쓴 사회학자 김홍중의 새 책. ‘생존주의’를 20세기 한국 사회를 이끌었던 근본이념으로 파악하고 접근한다. 살아남는 것은 한국 사회 최우선의 가치관이자 윤리이자 미학이었다. 박수근과 박완서, 김기영, 박정희, 정주영 등을 살피며 21세기 생존주의를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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