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탈표’ 드러났다…‘법무장관·경찰청장 탄핵’으로 미리보는 ‘尹 탄핵’

‘탄핵안·특검법 반대’ 당론에도 이탈표 우수수…尹 탄핵으로 이어질까
與 공개 찬성 7인 외 김용태·권영진도 대통령 부부 특검에 ‘찬성표’
친한계 의원 “尹 담화보고 돌아서…탄핵안 가결 매직넘버 넘을 것”

(시사저널=강윤서·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두고 여당 이탈표 윤곽이 드러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12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부결' 당론을 어기고 찬성표를 던지면서다. 이로써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무장관과 경찰청장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치권에선 해당 표결이 윤 대통령 탄핵안의 '바로미터'로, 여권의 탄핵안 저지선도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박 장관 및 조 청장에 대한 탄핵안은 이날 오후 각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박 장관과 조 청장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의결서 송달 절차를 밟는 대로 직무가 정지된다.

각 탄핵안 표결 결과를 보면, 여당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 탄핵안은 재석 295명에 찬성 195명, 반대 100명으로 가결됐다. 조 청장 탄핵안의 경우 재석 295명에 찬성 202명, 반대 100명으로 박 장관 탄핵안보다 더 많은 찬성표가 나오면서 가결됐다. 법무장관과 경찰청장 모두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탄핵안은 무기명으로 표결돼 개별 의원의 찬반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범야권 의원이 192명인 점을 고려해 여당에서 일부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표결에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 장관 및 조 청장 탄핵소추안에 대한 반대 당론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의원이 이를 어긴 것이다.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김여사 특검' 찬성 與의원들 "尹대통령 탄핵 필요"

이날 본회의에선 윤 대통령 부부 관련 특검법도 각각 통과됐다. 해당 표결은 기명투표임에도 일부 여당 의원들은 "내란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부결" 당론을 어기고 이탈표를 던졌다.

먼저,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한 '내란 특검법'은 재석 283명 중 찬성 195명, 반대 86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에선 김예지, 김용태, 김재섭, 안철수, 한지아 의원이 찬성했다. 김소희, 이성권 의원은 기권했다.

야당이 네 번째로 발의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특검법은 재석 282인 중 찬성 195표, 반대 85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권영진, 김예지, 김재섭, 한지아 의원이 찬성했고, 김소희, 김용태 의원이 기권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앞서 세 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표결에서 모두 부결, 폐기됐다. 특히 세 번째 특검법이 지난 7일 재표결에서 부결되자, 민주당은 이틀 뒤인 지난 9일 네 번째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각 특검법에 찬성한 여당 의원 중에는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다고 공개 발표한 사람도 포함됐다. 이날 기준 국민의힘에선 조경태‧안철수‧김상욱‧김예지‧김재섭‧진종오‧한지아 등 7명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김예지, 김재섭, 한지아 의원 등은 이날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두 특검법을 모두 찬성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與 '샤이 찬성파' 소신 투표 전망…"尹 담화, 탄핵시계 앞당겨"

정치권에선 이날 결과를 바로미터로 14일 예정된 대통령 탄핵안도 가결될 것이란 전망이 상당하다. 현재 윤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을 위해선 재적의원 300명의 3분의2 이상인 200명의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 재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야권 표결 수에 변동이 생긴 만큼, 탄핵안 가결을 위한 여당 이탈표는 8~9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여당에서 대통령 탄핵 공개 의사를 밝힌 의원만 총 7명에 달하는 만큼, 이탈표 1~2표만 있으면 탄핵안은 가결되는 셈이다. 해당 의원들은 "단순한 정치적 계산이 아닌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결단(진종오 의원)", "대통령의 거취는 본인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선택해야 하는 것(한지아 의원)"이라며 탄핵안 공개 찬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기에 친한(친한동훈)계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본회의 표결 자체가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만큼 공개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샤이' 탄핵 찬성파도 소신 투표를 할 가능성이 크다. 한 친한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늘 윤 대통령의 담화가 탄핵 시계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됐다"며 "내부에서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매직넘버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오늘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혐의자들 탄핵안 결과가 바로미터가 돼서, 토요일 본회의에서도 탄핵안이 당연히 가결될 것"이라며 "오늘 대통령 담화로 친한계가 완전히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탄핵안 가결 이후엔 '법의 시간'"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같은 일이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 여의도에서 촛불과 태극기집회가 연일 발생하고, 여야 간 대결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