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시대 … 나무는 가장 오래된 신소재"
인천 청라에 초대형 목재시장
소비자가 직접 만져보고 구매
탄소저감 위해 목재활용 필수
석유 고갈돼도 나무는 영구히
40년 주기의 '순환조림' 강조
최근 방문한 인천 청라 소재 '영림+목재시장'은 영하권 날씨에도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축구장 크기를 웃도는 8000㎡(약 2400평) 규모 자재창고에 들어서자 산림욕장 냄새가 났다. 성인 키 세 배 높이의 거대한 우드슬랩(통원목 자체를 가공해 나무 무늬 등이 그대로 노출된 판)이 수종별로 오디션하듯 진열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멀바우 판재, 이페 데크블록을 비롯한 완제품과 반제품 곳곳에 놓인 팻말 앞에는 샘플 자재들이 있어 만져 보는 게 가능했다. 가구 소재로 쓰고 벽으로도 세우는 편백무절 단판루바(편백나무로 만든 옹이 없는 얇은 판재 구조물)는 뽀얗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났다.
진회색 작업복을 입은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은 "열을 가하면 목재가 변형돼 목재가 있는 곳에는 난방을 못한다"고 운을 뗐다. 추위에 나무가 오히려 얼지는 않을까. 이 회장은 "여기 있는 목재들은 4~5년 넘게 완전히 건조한 것이라 수분이 없다"며 "오래 보관해도 뒤틀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영림+목재시장'은 목재 관련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를 위해 이 회장이 지난 10월 문을 연 목재 시장이다. 지역마다 목재 시장이 활성화된 일본을 수십 년간 다니며 벤치마킹했다. 이 회장은 "각재(원목을 쪼갠 자재)부터 보드류까지 30개 이상 품목, 품목마다 수종과 크기별로 다른 제품 수백 종을 구비했다"며 "이같이 큰 규모의 목재 시장은 한국에선 처음"이라고 자신했다.
이전에는 건축설계사나 원목공예를 하는 애호가들이 영업사원의 샘플북만 보고 목재를 골라야 했다. 실물을 직접 볼 길이 없으니 내구성이나 강도를 비롯한 여러 특징보다는 디자인에 치우쳐 선택하기 쉬웠다.
이 회장은 "나무는 어떻게 자르냐에 따라 무늬가 달라지니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게 좋다"며 "각재를 사더라도 산 옹이인지, 죽은 옹이인지 이런 걸 보고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아 있는 가지가 말려들어 단단하게 연결된 산 옹이냐, 죽은 가지가 말려들어 강도가 떨어지는 죽은 옹이냐에 따라 자재 가치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곳은 평일에는 건축 관련 업무를 하는 전문가들이, 주말에는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다. 침대나 장롱 같은 가구 소재로 많이 쓰는 판재, 나무를 잘게 갈아 접착제와 섞은 후 압착한 목재 합판(MDF), 실내 현관이나 베란다, 다용도실에 셀프 인테리어로 설치 가능한 데크블록까지 다양하다. 우드슬랩을 비롯한 반제품은 구매자가 요청하면 2~3주 내 가구 형태로 제작해 주고, 완제품은 바로 구매 가능하다.
최근에는 물에 약한 나무의 단점을 보완한 엔지니어링 우드가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박종성 영림목재 사업부장은 "목재에 아세틸 성분을 넣어 처리하면 자체 강도가 높아지면서 변형이 없고 실외에서 사용하기에도 편한 제품이 된다"며 "다리 교량이나 수영장 데크에 쓸 정도로 물과 햇빛에 강하고, 유지보수도 쉽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베어 집을 짓는 건 과거 얘기가 아니다.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목재 시장 규모는 지난해 7884억달러(약 1128조원)에 달했고, 2033년에는 1조5800억달러(2260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나무는 탄소감축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부터 '오래된 신소재'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 회장은 "목재는 자재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콘크리트나 철근, 유리 등과 달리 자라면서 지구의 탄소를 흡수하는 지속가능한 소재"라며 "탄소감축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오래된 신소재'로 재조명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번 심은 나무는 베면 안 된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점이다. 이 회장은 "세계 최대 원목 수출국인 뉴질랜드는 매년 원목 수출량이 증가하지만 산림면적 역시 늘어난다"며 "40년 주기로 장기 계획을 세워 나무를 심고 베는 '순환조림'을 하면 산림 파괴 없이 지속가능한 목재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라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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