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잃은 9살 소녀도…신탁 활용하면 보험금 상속 '든든' [지갑을 불려드립니다]

2024. 12. 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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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 허용
그동안 미성년자 상속인은
사망보험금 직접 못받았지만
이젠 은행·보험사와 신탁계약
누가 어떻게 받을지 미리 구성
유족의 재산 관리 용이해져
美·日 선진국 이미 적극 활용
국내 신탁시장 확대 효과 기대

"제 나이 아홉 살에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하여…."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인상 깊은 대사다. 아홉 살에 부모를 잃은 여고생 지은탁은 10년간 이모의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자란다. 작중 모친이 남긴 사망보험금을 노리는 이모의 노골적인 대사가 여러 번 나온다.

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보험수익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다. 보통 사망 시 수익자는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성년자가 상속인이면 현행 민법상 보험금을 직접 받을 수 없다. 민법상 19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는 단독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고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결국 지은탁의 이모는 주인공 지은탁이 성인이 되기 전 보험금을 빼돌리기 위해 지속적인 술수를 부린다.

미성년·장애인 자녀, 고령자 부모 등 금융취약계층을 수익자로 한 생명보험 계약건에 대한 상담을 듣는 기회가 있다. 소중한 가족을 위해 준비했지만 실제 위탁자 사망 후에 해당 자금이 어떻게 지급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지갑을 불려드립니다'에서 이런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지난달 12일 금융위원회는 유가족 재산 관리가 용이하도록 보험금 청구권 신탁을 허용했다. 이는 보험수익자를 신탁업자로 변경하고, 신탁 수익자를 배우자, 직계존비속으로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을 비롯해 보험·증권사 등에서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가능하다.

신탁이란 일정한 목적에 따라 재산의 관리와 처분을 남에게 맡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 신탁은 투자가 주된 목적이고, 특정금전신탁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번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은 국내 신탁 시장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신탁은 주계약의 일반 사망보험금이 3000만원 이상인 종신보험 및 정기보험에 해당된다. 신탁 계약자 요건으로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위탁자 모두가 일치해야 한다. 수익자는 직계존비속과 배우자다. 신탁계약 체결 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없어야 되고 계약 후에도 해당 대출은 불가하다.

이 조건을 갖추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상속 구성이 가능하다.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본인의 사망보험금을 미성년자 자녀의 교육비와 생활비로 분할 지급할 수 있고, 자녀가 성인이 된 후 목돈으로 받도록 할 수도 있다. 지은탁 어머니도 신탁을 활용할 수 있었다면 더 안전하게 사망보험금을 지킬 수 있었다.

하나은행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 첫날인 지난달 12일 은행권 최초 1호, 2호 계약을 체결했다. 1호 계약의 경우 미성년 자녀를 위한 설계로 진행됐고, 2호 계약은 해외에 거주 중인 자녀가 국내 자산을 관리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설계됐다.

미국과 일본 등에선 이미 보험금 등을 상속하는 방식으로 신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1930년부터 생명보험신탁이 활용됐다. 신탁이 설정되면 상속세 대상 제외, 증여세 면제, 유언검인 절차 제외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일본은 2010년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최초로 도입했다. 생명보험회사와 신탁은행이 공동으로 신탁 상품을 마련하는 게 특징이다.

이런 공동 연계 형태로 다양하게 상품 구성이 가능해지고, 옵션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자녀가 없는 부부의 사망보험금을 보험계약자의 배우자가 다 사용하지 못하고 사망할 경우까지 대비할 수 있다.

이번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행령 개정은 국내 재산 신탁 시장의 확대와 종합재산관리 기능 강화 등 긍적적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사망보험금에 대한 재산 관리와 남겨진 유족 부양 기능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다만 시행 초기 단계의 시스템 미흡 등 문제는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보험회사와 신탁업자가 다를 경우 절차적 불편함이 개선돼야 한다. 다수 고객의 편리한 서비스 활용을 위해 프로세스 간소화도 필요하다. 가입을 원하는 사람은 금융회사의 상품 운용 계획 및 보수 등 충분한 상담을 거친 후 결정해야 한다. 적절한 보수와 철저한 사후 관리가 보장되는 금융기관을 비교해볼 것을 추천한다.

[서지영 하나은행 잠원역 지점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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