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정국’이 바꾼 대학가 “시험장 오지 말고 생생한 역사적 현장 직접 체험하라”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박동민 기자(pdm2000@mk.co.kr) 2024. 12. 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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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험이 중요한가요. 생생한 정치 행정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세요."

최근 부산대 학생 커뮤니티에서 이같은 박희정 행정학과 교수의 인사행정론 기말시험 공지 글이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계엄 사태 이후 집회 참여나 시국선언 등 대학생들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교수들이 역사적 현장을 몸으로 체험하라며 시험을 취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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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집회 참여·시국선언 등

사회활동에 시험과제로 대체

“정치적 감정 느끼고 소화하자”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에서 대학생들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시험이 중요한가요. 생생한 정치 행정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세요.”

최근 부산대 학생 커뮤니티에서 이같은 박희정 행정학과 교수의 인사행정론 기말시험 공지 글이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박 교수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시험 공부에만 몰두하게 할 수 없다며 예고된 이달 17일 시험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 제위에게’라고 시작한 공지를 통해 “현장에서 정치 행정이 급변하는 시기에 시험공부를 하라고 여러분을 잡아둘 수는 없다”며 “이달 시험은 과제물로 대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첨부한 파일에는 9장 분량의 50문항 과제물이 들어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교수님에게 감동받았다”는 글들이 잇따랐다.

계엄 사태 이후 집회 참여나 시국선언 등 대학생들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교수들이 역사적 현장을 몸으로 체험하라며 시험을 취소하고 있다.

12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숙명여대에서 철학개론을 강의하는 임상욱 교수는 수업 출석체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시국선언으로 인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다는 한 수강생의 이메일에 “우리 학생들이 사회 책임의 장정에 나서는 데 말릴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임 교수는 “불의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없다. 용기를 내어 전진하시길 바란다”며 “강의실에 1명도 없어도 출석을 부를 생각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답장은 금세 학생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됐고 학생들은 “참 교육인이자 지성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대학가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과 집회가 계속 중이다. 이에 교수들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정치·사회 활동 참여를 독려하며 시험 부담을 덜어주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전국 38개 대학교 총학생회는 공동 시국선언을 통해 “국정을 바라보며 신중함을 기하던 대학생과 청년들마저 모든 신뢰를 거둬들였다”며 “대통령이 선포한 불법 계엄은 평화로운 일상을 앗아갔고, 이에 분노한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13일 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총궐기 집회도 진행한다.

이화여대에선 A교수가 민주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며 시험을 취소했다. A교수는 “정치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학우들을 학교로 불러 모아 시험을 치르게 하고 싶지 않다”며 “시험을 과제로 변경한다. 답안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작성하는 것보다 여러분들이 정치적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소화해보라”고 밝혔다.

이어서 “정치적 색은 다원성이 보존되고 민주적 절차가 보존된다면 아주 밝게 빛나는 별과 같다”며 “정치적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 민주 시민이 무엇인지 함께 보여주자”고 전했다.

서울대에서도 B교수가 “일상의 평화가 위태로워진 시기에 마치 강의실 밖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책상 앞에 앉아 정해진 답안을 작성하는 장면은 떠올릴수록 괴이하게 느껴진다”고 공지했다. 그는 기말시험을 보고서 제출로 대체했다.

또 B교수는 “이 역사적 순간을 통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배우지 못했고, 또 무엇을 배워가고 있는지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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