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충청의 아들’ 아닌 수치”…윤 대통령 부친 고향서도 “탄핵”
“박근혜·윤석열 찍었더니 나라 엉망” 배신감
“경제 살린다더니 방문 후 손님 발길 뚝 끊겨”
12일 오전 찾은 충남 공주산성시장. 윤석열 대통령의 네 번째 대국민 담화 방송을 시청하던 생선가게 상인 이모씨(60대)는 연신 혀를 내둘렀다. 급기야 윤 대통령의 “저는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다”는 담화 발언을 듣자마자 곧장 채널을 돌렸다.
공주는 윤 대통령 부친인 윤기중 전 연세대 교수의 고향으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날 공주산성시장을 찾았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주가 제 아버지의 고향이니 제 고향이나 다름없고 여러분께서 저를 공주의 아들로서 늘 응원해 주신 덕분에 저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긁어모아 여러분들이 사기를 잃지 않고 힘내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공주산성시장 방문은 지난 대선 예비후보 시절인 2021년 8월에 이어 3년여만이었다.
공주산성시장에서 40여년간 생선가게를 운영해온 이씨는 “지난 2일 윤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겠다’며 가게 앞을 지나갔고 이를 환호하는 상인들이 꽤나 있었다”며 “이미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나라 경제가 어려워져 가게 운영의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본체만체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를 살린다고 찾아오더니 바로 다음날 비상계엄을 선포해 시장 상인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더욱 컸다. 안 그래도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는 상황인데, 계엄 선포 전날 시장을 찾아 이미지만 더 나빠졌다”며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충청의 아들’이라고 유세했는데, 지금 상인들 사이에서는 ‘충청의 수치’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70대)는 “계엄 선포 전날 윤 대통령이 웃으며 손을 흔들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 만큼 계엄 선포로 인한 충격이 여전하다”며 “윤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현수막을 내거는 등 환호했던 상인들조차 지금은 모두 대통령 얘기에는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시장 상인들 또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허탈해했다.
35년간 분식집을 운영해온 최모씨(68)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무너진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믿음에 표를 줬는데, 왜 내가 투표한 사람들마다 다 이 모양인 지 모르겠다”며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조금만 참지, 왜 난리를 쳐가지고 나라를 엉망으로 만드는 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최씨는 “이제 더 이상 보수진영에서 나오는 대선 후보는 찍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전국에서 탄핵을 촉구하고 있는 마당에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탄핵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의 뿌리인 파평윤씨 가문이 거주했던 가옥이자 문화재인 ‘명재고택’이 위치해 있는 충남 논산지역 민심 또한 심상찮은 분위기다.
국가민속문화재인 명재고택은 윤 대통령의 조상인 조선시대 학자 명재 윤증 선생(1629~1714)이 생전에 거주했던 가옥이다.
명재고택 인근을 산책하던 김모씨(60대)는 “윤 대통령이 2008년 대전지검 논산지청장으로 취임하며 지역에 있었지만, 당시 권위의식이 너무 강해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미지가 썩 좋아하지 않았다”면서도 “윤 대통령의 부친이 공주 탄천면과 논산 노성면에서 주로 활동을 해 온 만큼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 오를 때에는 ‘충청대망론’에 대한 기대감만큼은 컸다”고 말했다.
김씨는 “윤 대통령 또한 ‘충청의 아들’이라며 유세를 했지만 정작 지금껏 충청 발전을 위해 일궈온 성과가 없다”며 “윤 대통령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였던 공주와 논산지역에서도 지금은 ‘탄핵을 해야 한다’는 민심이 주를 이룬다”고 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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