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인터뷰①] “질서 있는 퇴진? 내란 일으킨 대통령 선의를 어떻게 믿나”

김종일·구민주·이원석 기자 2024. 12. 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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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부겸 전 국무총리 “탄핵이 예측가능한 헌정질서의 회복”
“지금 尹에 대한 국민 신뢰 ‘0’…헌법서 합의한 탄핵이 제일 안전·정확”
“탄핵으로 국민 삶 위협…국제사회에 빨리 국가 기능 회복 모습 보여야”

(시사저널=김종일·구민주·이원석 기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1일 시사저널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의 선의를 어떻게 믿겠나. 지금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는 '제로(0)' 상태다. 말이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권이 제시하고 있는 '질서 있는 퇴진' 주장에 대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같이 지적하며 탄식했다. 김 전 총리는 11일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금의 최우선 과제는 대통령 탄핵"이라며 "그것만이 예측가능한 헌정질서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다.

그는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체 불참으로 대통령 탄핵안을 폐기시킨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국민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정당이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전 총리는 지금 계엄으로 가장 큰 피해와 상처를 받은 것은 국민이라면서, 탄핵이 지금 위협받고 있는 국민의 삶을 지키는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길이라는 점도 역설했다. 헌법이 합의한 탄핵으로 조속히 권한대행 체제로 넘어가는 절차를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민과 국제사회의 불안을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 대한 연쇄 탄핵 등 강공 기조를 펴는 데 대해서는 "시원하고 분노 달래기용은 되겠지만, 현재 모든 초점은 대통령 탄핵에 맞춰져야 한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국무위원들에게) 죄가 있다면 어차피 다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어떻게 봤나. 

"참담하다. 2024년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다. 시민들이 국회로 몰려나왔고, 국회 직원들과 함께 막아냈다. 현장에 출동한 군인들도 시민들에게 적대적인 행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그만큼 축적된 국력, 민주 역량을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대통령과 몇몇 인사들이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어쩌다 이런 어긋난 판단을 하게 됐을까. 

"손에 왕(王)자를 새기는 등 대선 후보 때부터나 당선되고 나서도 발언이나 행보들에서 비상식적인 면들이 보였다. 반대 목소리를 용납하지 못하는 고집스러움 때문에 결국 잘못된 사고와 판단, 행동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잘못된 건지 아닌지에 대한 인지조차 없이 이런 일을 저지른 거다.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 상식 수준을 고민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몇몇 측근들의 이야기만 듣고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고 감당을 못 하는 상태가 된 듯하다."

여전히 본인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계엄 해제 발표문만 봐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았다. 종북 좌파를 바로잡겠다는 그런 인식들이 있으니 뭘 잘못했냐는 반응이 계속 나오는 거다. (계엄 선포는) 현직 대통령에 의한 헌정 질서 유린 시도였다. 법적 다툼은 있겠지만 내란죄거나 내란에 준하는 행동을 한 것 아닌가. 기가 막힐 뿐이다. 제대로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는 행동이 국민들의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지난 7일 본회의 표결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정말 뻔뻔하다. 집권여당이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나. 기본적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퇴장 자체도 꼴사나웠지만, 그 직전에 (이들은) 김건희 특검법도 부결시켰다. 국민 눈높이는 정말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끝까지 방탄하고 내란 행위에 동조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헌법기관이니 이번 주 탄핵안 표결엔 국민 여론을 충실히 따라주길 바란다."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다.

"정말 국민들이 무엇 때문에 화내고 있는지 깊은 고민을 안 해본 한가하고 한심한 소리다. 계엄 때문에 국가 신뢰도 떨어지고 있고, 국민의 고통은 얼마나 큰가. 해선 안 되는 말이다. 윤 대통령이 계속 현직에 있으면 또 무슨 사고를 칠지 어떻게 알겠나. 빨리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가적 리스크 줄일 수 있다는 게 국민 요구다. 그런 민심을 생각해 가능한 한 빨리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다음 단계를 갈지 고민해야지 앉아서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면 우린 망한다?' 거짓 선동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일은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여당에선 윤 대통령의 하야를 전제로 한 '질서 있는 퇴진'을 얘기한다. 

"결국 대통령 마음에 달린 문제지 않나. 국민들의 신뢰가 지금 제로(0) 상태인데 어떻게 믿고 앞으로를 설계하겠나. 이런 상황을 대비해 헌법은 (답을) 명시하고 있다. 바로 탄핵이다. 그것만이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우리 헌법에서 합의한 절차다. 그걸 두고 다른 꼼수를 왜 쓰려 하나. 주변 사람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아무런 법적인 뒷받침이 없는 얘기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의 선의를 믿겠나. 말이 안 된다. 정당이지 않나. 국민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정당이 그런 얘길 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공동 국정 운영' 방안에 위헌 논란이 일었다. 전직 총리로서 어떻게 봤나. 

"그분들이 무슨 권한으로, 무슨 법률적 뒷받침으로 그걸 하나. '대통령의 궐위 상태' '유고 상태'('대통령 권한대행'과 관련한 헌법 제71조)라는 게 헌법상 탄핵이나 하야 혹은 대통령이 다른 불행을 당하거나 할 때밖에 없다. 더구나 정당에 위임된다? 그건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있지 않다. 또 대통령의 고유 권한 중 어디까지 위임됐고 어디까지 위임 안 됐는지도 모호하다. 대충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통령 탄핵부터 하고 그다음 절차를 고심해야 한다. 그게 그나마 예측 가능한 헌정 질서의 회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1일 시사저널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현재 가장 우려되는 건 국정 공백 상황이다. 국내외적 리스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내각의 수장을 맡아본 경험으로 볼 때 현 정부가 지금 시기엔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대통령과 몇몇 측근들의 어처구니없는 불장난으로 결국 가장 큰 주름살을 맞고 상처받는 건 국민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수출의 어려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등 때문에 모두가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있고 경제가 어려운데 이런 국가적 리스크를 만들어 놓고 책임도 지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위협받는 건 열심히 사는 국민들의 삶이다. 그런 점에서 빨리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최소한 현재로선 대통령을 탄핵하고 그다음 헌법 71조에 따라 권한대행 체제로 넘어가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게 '국가가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구나'라는 안심을 시켜줘야 한다. 국제사회에 빨리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미래를 알 수 없어 오는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다."

민주당은 가결될 때까지 탄핵안을 매주 발의한다는 계획인데 부결이 반복될 경우 국민적 피로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어제 저도 길거리에 나가봤지만, 민심은 정말 성이 나 있다. 민주당으로선 고육지책일 거라 본다. 민심을 하나로 모아내기 위한 결정인데 결국 목적은 탄핵소추를 해내는 것이다. 하나의 전술적 선택인데 그럼에도 8명의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물밑 작업을 놓쳐선 안 된다. 이미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성사됐을 때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전 의원의 고언을 보면 여당 의원들 스스로가 헌법기관이고 국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그분들을 설득하고 용기도 북돋는 전술적 접근 좀 더 필요하지 않겠다 싶다."

민주당의 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들에 대한 연쇄 탄핵 추진 등 강공 기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우려가 있다. 

"시원하고 분노 달래기용은 되겠지만, 현재 모든 초점은 대통령 탄핵에 맞춰져야 한다. 그다음에 예측 가능한 헌법·법률이 정한 질서에 따를 수 있다. 그 최우선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이다. 오늘(11일) 국회에서 국정조사특위 국회 발족했다. 국무위원들이 어떤 혐의가 있고 어떤 발언을 했는지 다 나올 것이다. 대통령 탄핵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죄가 있다면 어차피 다 드러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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