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탄핵 찬성' 돌아선 이유.."경제 불확실성·국민 혼란 커져"

'당 분열' 막기 위해 당론으로 찬성해야 한다 판단…중진 첫 찬성 공식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여권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 찬성을 공식화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비상계엄 선포 당일 상황에 대한 여러 증언이 드러나고 국민 혼란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1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소추을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해야 한다"며 "국가적 사안 앞에서 하나여야 하고 분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6일 국민의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성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헌정 중단상태는 막아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이 탄핵 찬성쪽으로 급선회한 배경엔 윤 대통령이 제대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탄핵 반대를 얘기했을 땐) 범죄사실이 나타나지 않았었고, 지금은 나타나지 않았느냐"며 "탄핵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시엔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2~3일 만에 탄핵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봤다"며 "그래서 (대통령이) 기대를 갖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전혀 응답이 없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당이 대혼란 상황에 빠지고, 개별 의원 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상태라고 본 것"이라고 진단했다.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밝힌 것 역시 '당 분열'을 우려한 것이란 설명이다. 오 시장측의 한 관계자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자율투표에 맡겼다가 당이 분열 상태까지 간 적이 있다"며 "탄핵 찬성을 분명하게 당론으로 정해서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함께 져야지 분열이 없고, 국민들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번 탄핵 찬성 선도로 다른 여권 중진들도 동참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만 (탄핵 찬성) 생각을 말하고 있는 상황은 맞지 않다고 봤다"며 "많은 분들이 입장에 따라와 주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이런 상황이라면 국민의힘 전 의원은 탄핵 표결에 참여해 육참골단의 심정으로 탄핵 절차를 밟자"며 "어떤 결정을 하든지, 단합된 결정은 분열보다 낫다"고 오 시장 의견에 동참하겠단 뜻을 내놨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