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계엄은 야당 '패악'에 대한 경고…끝까지 싸울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의 비상계엄 선포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패악'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야당 등에 경고하기 위해 선포한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라는 점에서 내란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자진 하야를 사실상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정말 그렇느냐"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야당이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 탄핵 집회가 열린 것 △수십 명의 공직자 탄핵이 추진된 것 △위헌적 특검(특별검사) 법안을 27번이나 발의하며 정치 선동 공세를 한 것 등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또 야당이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 등을 거론하며 "현행 법률로는 외국인의 간첩행위를 처벌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불법적 핵무장과 미사일 위협 도발에도 GPS 교란과 오물풍선에도, 민주노총 간첩 사건에도 거대 야당은 이에 동조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편을 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를 흠집내기만 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내년도 예산안 감액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도 "검찰과 경찰의 내년도 특정업무경비, 특수활동비 예산은 아예 0원으로 깎았다. 자신들을 향한 수사 방해를 넘어 마약 수사, 조폭 수사와 같은 민생사범 수사까지 가로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간첩 천국, 마약 소굴, 조폭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세력 아니냐"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부정 선거, 선거 조작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추측도 윤 대통령의 말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후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던 점을 거론하며 "국가정보원이 이를 발견하고 전산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했지만 선관위가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대규모 채용 부정 사건이 터져 감사와 수사를 받게 되자 국정원 점검을 받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시스템 장비 일부분만 점검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며 "국정원 직원이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그래서 이번에 국방부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초 국방부장관에게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제가 대통령으로서 발령한 이번 비상조치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의사가 결코 없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도대체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며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5년 임기 자리 지키기에만 매달려 국가와 국민을 외면할 수 없었다. 저를 뽑아주신 국민의 뜻을 저버릴 수 없었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다수의 힘으로 입법 폭거를 일삼고 오로지 방탄에만 혈안되어 있는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지금 여기저기서 광란의 칼춤을 추는 사람들은 나라가 이 상태에 오기까지 어디서 도대체 뭘 했느냐"며 "대한민국의 상황이 위태롭고 위기에 놓여 있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이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반 저는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재건하기 위해 불의와 부정,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거에 맞서 싸웠다. 피와 땀으로 지켜온 대한민국,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 모두 하나가 돼주시길 간곡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국민 여러분에 대한 저의 뜨거운 충정만큼은 믿어달라"고 덧붙였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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