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 부활 위해… 64세 나이에 링 위 오른 모습 큰 울림[자랑합니다]
대한민국 프로복싱은 1966년 6월 25일 김기수 선수가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 미들급 타이틀전에서 한국 프로복싱 사상 최초로 세계챔피언에 오른 이후 1970∼1980년대 그야말로 황금기를 누렸다. 그런데 현재는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권투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얼마 전 박종팔(66) 관장과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현역 선수 시절 뛰어난 테크닉과 강펀치의 소유자였던 박 관장은 동양권 선수는 체격과 체력의 열세 때문에 중량급은 힘들다는 통념을 보란 듯이 뒤집으며 WBA와 국제복싱연맹(IBF) 슈퍼미들급 세계챔피언을 거머쥐었다. 또 1977년 프로복싱 신인왕 출신으로 19연속 KO승, 동양타이틀 15차 방어 연속 KO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의 프로 통산 전적은 52전 46승(39KO) 5패 1무다.
그는 세계 타이틀전에서 5000만 원이 넘는 대전료를 받았다고 했다. 당시 서울 변두리의 땅값이 평당 1만 원쯤 했다. 그는 그렇게 번 돈으로 무조건 땅을 샀다. 은퇴한 후에 확인해 봤더니 29군데의 땅값이 무려 90억 원을 넘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돈을 친구와 선후배, 지인 등에게 떼이고 사기를 당해 모두 날려 신용불량자가 돼 우울증을 겪으며 극단적인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장소를 물색하느라 수락산을 헤매기도 했다고도 한다. 그는 “복싱에는 한 방(역전 KO승)이 있지만 인생에는 한 방이 없더라”며 크게 웃는다.
2022년 4월에는 64세의 나이에 당시 현역 최강이자 아시아 챔피언이었던 정민호 선수를 상대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비록 판정패했지만,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발휘,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많은 이가 “34년 만에 다시 링 위에 올라선 것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라며 큰 박수를 보냈다. 특히 그런 그의 모습에 상대인 정 선수도 4라운드 종료 공이 울린 뒤 곧바로 큰절을 올리며 존경심을 표했다. 박 관장은 그런 정 선수에게 직접 메달을 수여한 뒤 따뜻하게 포옹해주며 응원해줘 많은 사람에게 훈훈함을 던져주기도 했다. 그가 위험을 감수하며 경기에 나선 데에는 침체된 한국 프로복싱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으로도 읽힌다. 사실 그는 프로복싱의 활성화와 부활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힘쓰고 있다.
그는 WBA 슈퍼미들급 1위였을 때 당시 미들급 최강의 하드펀처 중 한 명인 마빈 헤글러와의 경기 상대로 뉴욕까지 초청을 받아서 갔다고 했다. 그런데 동양의 무명 선수여서 흥행에 실패할까 봐 대전이 취소됐다. 한번 해볼 만한 경기였는데 무산돼 그게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또 가장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은 과거 같은 체육관 동기였고 친구처럼 지냈던 비운의 복서 김득구 선수를 잃은 것이라며 슬픈 감정이 북받치는 듯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나는 미혼 때 박 씨 성을 가진 무안 출신의 한 여성을 좋아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박 관장이 전남 무안군 출신에 같은 박 씨다. 박 관장은 선후배와 지인들 사이에서 인간적이고 신사적이며 매너가 좋기로 소문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박 관장은 마음이 따뜻하고 정이 많으며 유머러스하다. 특히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평소 복싱과 인생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는 매우 진지하고 진중하지만 농담이나 우스갯소리도 곧잘 하는 반전 매력이 있다. 복싱 경기에서 보여준 강력함과 우직·강인한 모습과는 달리 전남 무안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며 시종일관 유쾌한 입담을 자랑한다.
지금은 서울 노원구 불암산 자락의 전원주택에서 부인과 함께 여유롭고 행복한 인생 2막을 즐긴다. 공터에 샌드백과 미니 링을 설치해 놓고 복싱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나 후배, 지인들이 찾아오면, “강펀치는 힘이 아닌 타이밍에서 나온다”며 복싱의 기본인 잽과 스트레이트, 어퍼컷, 훅, 위빙, 더킹 등의 기술을 알려주는 등 복싱을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프로복싱의 활성화와 화려한 부활을 진심으로 희원하며, 박 관장님의 앞날에 건강과 행복 그리고 행운이 늘 충만하길 소망한다.
문영호(천신CNK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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