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이 내 탓인가"… 더 멀어지는 `취준생의 봄`
정세불안·소비침체 겹쳐 찬바람
구직활동 못하고 '쉬었음' 늘어
서울에 사는 주모씨(41)는 지난주에만 3건의 경력사원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다. 심지어 한 건은 면접까지 마치고 연봉 협상을 하던 중에 받은 통보였다. 하나같이 '계엄에 따른 내년도 사업계획 불투명' 때문이라고 취소 사유를 통보 받았다. 그는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회사에서 잘리고 나와서도 이 꼴을 당하다니 억울해 미칠 지경"이라며 "통보를 받고 진짜 울었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얼어붙은 채용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더 얼어붙었다. 지난 5월 이후 고용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 계엄령과 탄핵이라는 돌발변수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채용을 미루는 분위기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2만1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만3000명 증가했다. 올해 초 20만~30만명을 오갔던 취업자수 증가폭은 5월 8만명으로 급감한 이후로 10만명대 부근에 머물고 있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8만명 줄어든 대신, 60세 이상에서 29만8000명 늘었다. 30대의 경우 8만9000명 늘었다. 이는 기업들이 신입 채용보다, 인건비 부담이 줄면서 즉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신입 같은 경력'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계엄령 이후 채용을 미루는 기업들이 늘면서 연말 청년 일자리는 더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소 시스템반도체 업체는 계엄령 이후 반도체 특별법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신규 연구·개발(R&D) 인력 채용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늦추기로 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약속했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서다.
여기에 소비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자영업 고용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8만9000명 감소했다. 무인화와 내수 부진 등의 여파로 올해 3월부터 내리 감소세다. 특히 지난달에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3만9000명 감소하면서 2021년 9월(-4만8000명) 이후로 3년 2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 도소매업, 제조업의 고용 부진이 지속됐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교육서비스 등에서 각각 10만명대 늘었다.
건설업 취업자는 9만6000명 줄면서 7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제조업 일자리도 1년7개월만의 최대폭인 9만5000명 감소했다. 실업자 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구직활동 안하고 '쉬는' 인구가 늘고 있다. 지난달 실업자는 65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1000명 줄었다. 실업률은 0.1%포인트(p) 떨어진 2.2%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1615만1000명으로 작년보다 5만명(0.3%) 늘었다. 육아(-8만9000명), 재학·수강(-7만8000명) 등에서 감소했으나,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17만9000명)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정부 역시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라며, 지역공동체 일자리나 공공일자리 같은 직접일자리 사업을 조기에 시작해 취업자 수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 삭감과 탄핵 정국 장기화에 따른 정책 공백 등을 고려하면, 정부의 이 같은 약속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하나도 잘못한 게 없는 구직자들의 눈물만 늘어나고 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날 일자리전담반(TF) 회의에서 "건설·제조업 고용 감소와 청년·소상공인 등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도 매우 큰 상황"이라며 "철도노조, 금속노조 파업 등으로 수출·물류 등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직접일자리 사업 채용인원을 올해 117만8000명에서 내년 123만9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 바로 채용해 1분기 중 90%가량인 약 110만명 이상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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